'눈꽃산행'이 그리운 날에...
신영의 세상 스케치 776회
보스톤코리아  2021-01-25, 12:48:23 
말해줄 수 없어! 천국이 따로 없다니까. 겨울 산행에서 '눈꽃산행'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감동이고 신비이고 경이이다. 경험하지 않으면 이해되지 않을 그런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표현하면 맞지 않을까 싶다. 요즘에는 세계 각국의 여러 나라들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져서 신비에 가득하고 경이로운 곳을 맘껏 만날 수 있어 좋다. 15여 년 전에는 가끔 타운의 라이브러리를 찾아가 세계 각국의 여행지 CD를 빌려다 보곤 했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부터는 직접 찾아가 경험해보고 싶어져서 여행을 시작했다.

지난 2020년에는 산행을 한 번도 못 했다. 이유는 COVID로 산우들이 함께 모여서 이동하는 것이 위험한 시기였기에 서로를 위해 자제했던 시기였다. 지난 12월 눈이 내려 쌓이는데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산을 오르고 싶은 마음에서 '눈꽃산행'에서의 느낌이 그대로 내 마음과 몸에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려면 오를 수 있을 테지만, 요즘은 젊은 청년층이 산을 많이 찾으니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그 위험부담을 덜고 싶은 것이다. 내 경우도 중간쯤에 끼어 산을 오를까 말까를 저울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뉴잉글랜드 지역 뉴햄프셔 주에 White Mountain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참으로 행운이라는 생각을 한다. 보스턴 시내에서 2시간 30분 정도 운전하면 산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여러 산을 만나려면 3시간 30여 분 정도 가야 만날 수 있다. 10여 년을 산행을 하며 참으로 많은 경험을 했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보내며 만나는 산들은 내게는 귀한 스승이 되었다. 산을 오르며 힘든 고비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올랐으며, 그것은 삶에서 내게 어렵고 버거운 일이 있을 때마다 큰 힘이 되었고 위로가 되었고 삶의 용기가 되었다. 

또한, 사계절의 사잇길에서 만나는 오감(五感, five senses/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으로 평범한 일상의 삶이 내게는 늘 새로운 날들이었다. '눈꽃산행'의 느낌을 나눠보자면, 숲속 깊은 산이 온 세상이 하얀 설국이 된다. 소복이 쌓인 눈 위를 한 발짝 한 발작 옮길 때마다 사박사박 소리를 듣는다. 깊은 숲속 나무(풀향) 향이 코를 간지럼 태우고, 바람이 한 번씩 지날 때에는 높이 솟아오른 나뭇가지 끝의 바람소리가 서로 부딪치며 음률을 낸다. 참으로 감동의 시간이다.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지요? 하고 창조주께 고백하는 시간이다.

타주에 사는 사진을 하는 지인이 언젠가 이런 얘기를 했다. 해마다 가을이면 한국을 방문하던 내게 뉴잉글랜드 그 좋은 곳에 사는데 가을에 한국 방문은 아깝지 않냐고 말이다. 나는 그 물음에 봄에는 한국의 공기가 너무 좋지 않아 선택한 계절이 가을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뉴잉글랜드 지방의 가을은 그 어느 지역보다 오색 단풍이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곳이다. 가을뿐만이 아니라 '뉴잉글랜드의 겨울'은 타지역의 여러 산악인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특별히 겨울 눈꽃산행을 경험해 본 타지역의 지인들은 감동과 감탄의 인사를 해온다. 

가슴이 뿌듯해진다. 내가 사계절이 뚜렷한 미 동부, 동북부에 살고 있다는 것이 괜스레 부자가 된 느낌이다. 누구에게나 나눠줄 수 있어 넉넉하고 풍성한 그런 마음 말이다. 때로 지인들을 만나 산 이야기나 계절 이야기를 나눌 때는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특별히 한국의 지인들 중 산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가 길어진다. 서로 공통분모가 있으니 지루하지 않고 서로 소통하는 부분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렇듯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면 풍성하고 넉넉해지는 것이다. 

엊그제는 문득 함께 산을 오르던 산우들이 생각났다. 특별히 겨울의 '눈꽃산행'의 추억이 떠올라 혼자서 한참을 추억하다가 눈꽃산행의 사진들을 찾아 함께 나눴다. 산우들과 함께 겨울 산을 오르며 한 고개 넘으면 또 한 고개가 나오고 몇 번의 고개를 올라야 정상을 만날 수 있었던 추억들이다. 서로에게 기다림으로 용기를 주고 힘을 주고 함께 올랐다는 감동으로 눈물이 고일 만큼 고마운 동지애다. '산'은 '삶'과 참으로 많이 닮았다. 그 험한 산길을 오르고 내리고 다시 오르는 우리네 삶과 어찌 그리도 닮았는지, '산'은 내 '삶'의 스승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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