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을 준비하며...
신영의 세상 스케치 774회
보스톤코리아  2021-01-11, 12:44:32 
2021 신축년(辛丑年)을 맞으며 갑진년(甲辰年) 생인 나는 미국 나이로는 56세 한국 나이로는 58세가 되었다. 100세 시대에서 오십 중반의 나이는 청년과 같지 않던가. 세 아이를 키우며 내 나이를 잊고 살았다. 어찌 보면 정신없이 바쁘게 그리고 재밌게 살아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인가 결정하기 전까지는 많이 고민하는 성격이지만, 선택 후에는 미련을 거의 가지지 않는 성격이라 세상 살기에 편안했는지도 모른다. 늘 곁에서 '걱정 없는 것이 걱정이다'라고 말해주는 짝꿍이 있어 나의 장점이자 단점인 이 부분을 인식하기도 한다.

20년 전 글을 쓰기 시작하며 나 자신에게 해줬던 말이 있었다. '내 나이 40에는 멋진 여자로 살기' 그렇게 10년을 보내니 세상 나이 '오십'을 맞았다. 그때 또 나에게 일러줬던 말이 있었다. '내 나이 50에는 아름다운 여자로 살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마흔'을 맞고 보내며 참 멋지게 잘 살았다고 생각했다. 나 자신에게 참으로 대견하다고 등을 토닥여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오십' 중반을 보내며 잘살고 있다고 내면의 나와 대면할 때 일러주곤 한다. 삶이란 것이 그리 녹록지 않음을 깨달을 나이인 까닭에 더욱이 소중하고 값지고 귀한 것이다.  

그렇다면 세상 나이 '예순'을 맞을 즈음해서 어떤 여자로 살고 싶은지 묻는 것이다. '내 나이 60에는 자연스러운 여자로 살기'로 마음의 결정을 했다. 누린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무엇인가 많아야 넉넉해야 누리는 것처럼 착각할 때가 많다. 물론 넉넉하면 누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더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많든 적든 간에 누릴 마음의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늘 누린 것만큼이 내 것이라고, 쓴 것만큼이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삶의 방식에서는 그렇다. 물론 모두가 다른 생각을 하고 살지만 말이다.

인생 2막을 준비하며 내가 살아온 20년을 뒤돌아보는 것이다. 사람이 마음으로 생각하고 계획한다고 모두가 실천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목표와 방향을 정확히 설정해 놓으면 정상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그 목표 지점을 향해 바로 걸어왔다는 것이다. 인생 길에서 빠르고 느리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그 길에서 만나고 느끼고 누리며 왔는가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내 인생에서의 2막은 자연스러움일 것이다. 자연과 사람과 어우러져 더욱 편안하고 넉넉하고 여유로운 '자연스러운 여자' 말이다. 

굳이 정해놓은 색깔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때와 장소에 따라 만나는 사람과 만나는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편안한 색에 젖어 저절로 자연스러움의 빛을 내며 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져 온다. 누구와 견줄 이유도 까닭도 없다. 나는 나로 존재함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것이다. 그 옆에 또 그 누군가가 있으면 더욱더 좋을 일이다. 설령 곁에 누가 없더라도 혼자 있는 시간마저도 누릴 수 있다면 더 없을 행복이지 않던가. 굳이 무엇인가 비었다고 끼어맞출 일이 없고 채울 일이 없는 그것이다.

준비를 위해서는 자연과 더욱 가까워지는 연습을 해야겠다. 오감(五感, five senses/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을 일깨워 감동과 감탄의 즐거움을 맘껏 표현하고 만끽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세상 나이를 먹을수록 감성이 무감각해지는 것이 보통 일반인들의 통계다. 그렇다면 이런 감각들이 무뎌지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계절 마다의 샛길에서 만나는 자연과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 속에서 자연의 한 생명체인 나와 교감하는 것이다. 굳이 무엇인가 거창하게 생각할 일이 뭐 있겠는가. 

'내 나이 60에는 자연스러운 여자로 살기'로 했다. 인생 2막을 준비하며 자연과 함께 깊어지고 맑아지는 여유와 넉넉함을 배우기로 했다. 아주 작은 들풀들의 노래를 들으며 나의 영혼 깊은 곳에서의 설렘과 떨림을 느껴보기로 했다. 큰 것을 너무 생각하다 보면 아주 작은 것들의 귀함을 놓치기 쉬운 까닭이다. 나뭇잎의 흔들림을 통해 오가는 바람을 느끼듯이 그 나뭇잎의 흔들림은 곧 깊은 나무뿌리의 여린 실가지까지 흔들리게 한다. 아, 생명이 있는 것들의 호흡이 감사이어라. 자연과 닮아가는 일이 축복이어라.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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