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자가自家격리 |
보스톤코리아 2020-11-30, 11:37:24 |
졸문을 쓰는 일은 내게는 자기고백이다. 대신 속도감을 잃었으니 경쾌한 주행은 없다. 세월만 빠르게 간다. 시인은 과속운전에 속도감을 즐긴다 했다. 세월을 빠르게 달리고 내일에 닿고 싶다는 거다. 차에 속도를 붙이고, 가속에 몸을 맡기며 현기증 나도록 달리고 싶었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내일에 가 닿고 싶었네 (박지영, 내일에 가 닿고 싶네) 파킹랏이 넓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세워둔 차를 찾을 수 없었다. 리모콘 버튼을 눌렀다. 어디선가 깜박이가 깜박일테고, 삐삐 소리가 울릴걸 기대하면서 말이다. 거리가 먼건가. 소리가 너무 작았던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고, 숨은 보물찾기 되었다. 어렵사리 찾긴 찾아냈다. 차 앞에 섰는데, 이번엔 차문이 열리지 않았다. 다시 당혹감이 몰려왔다. 분명 차문이 찰칵 소리와 함께 열려야 한다. 자동열림 장치가 부착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리모콘을 들고 눌렀다. 하지만 차문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요지부동인데, 고장인가? 미심쩍은 마음에, 자동차 번호판을 확인하려 했다. 그런데, 왠걸. 같은 색깔에 같은 차종이 한차 건너에 나란히 서있었다. 바로 내가 찾던 내 자가용이었던 거다. 지난 초겨울 이었다. 주행 중이었는데, 빨간색 등이 반짝였다. 타이어에 이상異常이 있다는 신호였다. 바람이 빠졌겠거니 짐작했고, 확인코자 했다. 아니, 이럴 수가. 타이어가 터져 있었다. 같은 타이어에 벌써 세번째 펑크였다. 그것도 거의 같은 장소 길위에서 말이다. 서너 달 사이에 연거퍼 일어난 일인데, 이번에도 굵은 쇠붙이가 박혀 있었다. 자가용이 다시 일을 냈던 거다. 마이카라는 말은 오래된 단어이다. 자가용이란 말 역시 요즈음은 별로 쓰지 않는다. 자가용은 영업용 택시와 구별된다. 요샌 자가自家라는 말만 달갑지 않게 남았다. 자가격리요, 자가치료인게다. 아니 자가고립이랄 수도 있겠다. 만나야 할 분들을 만날 수 없는게 문제라는 말이다. 얼굴을 맞대고 커피한잔 하고싶은 마음만 간절하다. 설마 했다. 그런데 타이어에 비상이 걸렸다. 엊그제, 내 차 뒷바퀴에 나사못이 박힌 걸 발견했던 거다. 놀란 가슴에, 투덜대며 정비소에 갔다. 굵지 않은 못이었은데, 빼고는 구멍을 때웠다. 다행인가, 이번엔 타이어를 바꾸진 않았다. 내 자가용의 수난 시대인데, 하마트면 자가自家고립/격리 될뻔했다. 자동차없인 한발 자욱도 집을 나설 수없을 테니 말이다. 대중교통이 발달된 서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날이 경주자보다 빨리 사라져 버리니 (욥 9:25)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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