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열기 선거일까지 이어져, 우려했던 폭력사태는 일단 없어
보스톤코리아  2020-11-03, 20:22:11 
텍사스오스틴에서 투표장에 들어서고 있는 유권자
텍사스오스틴에서 투표장에 들어서고 있는 유권자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3일 미국에서는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미 전역에서 순조롭게 진행됐다.

선거를 앞두고 극성 지지자들이 투표일 당일 물리적으로 충돌하거나 폭력·소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으나 이날 오후까지는 큰 사고 없이 투표가 진행되는 분위기다.

선거일 전 우편투표나 조기 현장투표를 통해 표를 행사한 유권자가 사상 처음으로 1억명을 넘어서는 등 뜨거웠던 투표 열기는 선거일 당일에도 이어졌다.

코네티컷주에서는 이날 정오까지 등록 유권자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투표소를 찾아 현장 투표를 했다고 이 주의 선거 업무를 담당하는 드니스 메릴 국무장관이 밝혔다.

메릴 장관은 "이를 부재자 투표를 한 유권자 25%와 합치면 이미 거의 75%에 달한다. 그런데 이제 겨우 정오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대학 캠퍼스에서도 투표 열기가 높다고 CNN은 전했다. 피츠버그대학 학생인 소피아 셔피로는 "모두가 표를 행사한다는 것에 들떠 있다"며 "사람들은 열정적이고 낙관적이며,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게 하겠다는 동기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핵심 경합주의 하나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많은 유권자가 투표소로 몰리면서 대기 시간이 3∼4시간씩 걸리는 일이 벌어졌다.

이 주의 벅스카운티에서는 '투표를 위해 90분을 줄 서 기다렸다', '3∼4시간을 줄 선 채 보냈다'는 유권자들이 나왔다. 선거 당국자들은 평소 선거 때보다 2배에 달하는 유권자들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투표는 대체로 큰 사고 없이 진행됐다. 조지아주 브래드 래펜스퍼거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성공적인 대선일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플로리다주의 로럴 리 국무장관도 이날 선거 보안과 관련된 문제가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투표일에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미 공영방송 NPR은 "소요 사태의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최근 뉴욕 한복판에서 벌어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와 반대파의 물리적 충돌이 대선 이후의 혼란상을 보여주는 예고편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생필품과 총기·탄약을 구비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시민들의 동향에 대한 소식도 여럿 보도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불법 무장한 준(準)군사 조직이 유권자들을 협박하려 하는 등 투표소에서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거일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방해 사고가 보고됐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의 밥 바우어도 "전반적으로 투표는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표일인 이날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방해하려는 듯한 의문의 전화가 걸려오는 등 의아한 사건들도 있었다.

이날 수많은 미국인에게는 '집 밖에 나가지 말라'는 내용의 전화가 걸려와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섰다.

의문의 전화는 합성된 여성 목소리로 "집에 있어야 할 때다. 안전하게 집에 있어라"라는 녹음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다만 이 메시지에서 선거나 투표란 단어는 언급되지 않았다.

스팸전화 방지 업체인 로보킬러 관계자는 이 같은 내용의 전화가 지난 11개월간 수백만 통 이상 걸린 것으로 집계됐지만, 선거 당일인 이날 급증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소한 수천 명에서 수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이 이 전화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네브래스카주 국무장관실은 성명을 내고 이런 익명의 전화에 대한 신고를 받았다며 "주 전역의 투표소가 열려 있다. 유권자와 선거 관리원들은 안전할 것"이라며 "선거는 중요하고 당신의 표도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주요 경합주의 한 곳으로 꼽히는 미시간주에서는 전날 그랜드 래피즈의 유대인 공동묘지 비석 6개에 '트럼프'(TRUMP)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란 글자가 쓰인 것이 발견됐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듯한 이들 문구는 붉은색 스프레이로 비석에 쓰였으며, 이 글자가 발견된 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 유세를 위해 그랜드 래피즈를 방문한 날이었다.

비석이 낙서로 훼손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지역 경찰은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용의자를 특정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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