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조사助詞의 역할
보스톤코리아  2020-10-05, 10:52:02 
애독자 한분이 계신다. 우리교회 김형범 장로님이시다. 장로님께선 한국에서 명문고등학교 국어교사를 역임하셨다. 선생께선 매주 졸문을 찾아 읽으시는데, 어쩌다 놓칠 적엔 보내달라 청하신다. 한국어가 전공이셨기에 그런것 만은 아닐터. 졸문에 대한 애정이라 해야겠다. 하지만 때론 날카롭게 지적하고 지도해 주신다. 글내용은 고사하고, 비문에 문법과 맞춤법이 엉터리일텐데도 말이다. 선생님께 보여드리기에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 감사하다는 말씀만 전한다. 이해인 수녀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언제나 부담 없는
푸르른 소나무 빛
나를 키우려고
내가 싱그러워지는 빛
(이해인, 말의 빛 중에서)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 첫구절이다. 작가는 이 문장에서 고민했단다. ‘꽃은’ 이라 써야 하는가? 아니면 ‘꽃이’ 라 적어야 하나. 조사助詞가 주는 느낌은 사뭇 다른데, 의견과 정서를 배제한 사실만의 세계를 묘사하고자 했다는 거다. 조사助詞는 한국어가 갖고 있는 특징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여행이 떠났다. 오타는 아닌데, 한국 광고문안이다. 바이러스덕에 여행을 쉽게 떠날 수없다. 여행이 일상에서 멀어졌다는 말이다. 역시 조사의 역할이 미묘하다. 조사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말이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 가신다. 아주 오래된 또 다른 예이다. 초등학교 적에 선생님께 들었다. 가는 조사인데, 조사가 방과 붙으니 엉뚱해 진거다. 

일본어에도 조사가 있다 했다. 冬の花를 예로 들었다. 그림같은 글씨를 보는 듯 싶은데, 후유 노 하나로 읽는다 했다. 겨울의 꽃이라는 말이고, 겨울꽃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다. 조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조사를 postposition이라 던데, 영어엔 조사가 있던가. 조사가 꼭 필요한 건 아닐 수도 있겠다. 조사는 홀로 설수는 없다. 한국어에선 더욱 그러하다.

지난 달인가. 청와대 비서들이 대거 사표를 냈다고 했다. 그들은 참모일 것이고, 조연助演이며, 조사助事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빠지면 문장이 흔들릴 수도 있겠다. 참모들은 중요한 직책이기 때문이다. 하긴, 한국 어느 장관님은 소설 쓰시네 라 했다던가. 소설을 쓸적에 그에게는 조사가 필요없는 모양이다. 

세종대왕은 참모들을 잘 다스렸고, 용인술에 탁월했다고 했다. 명군名君 이시다. 한국에선 곧 한글날이다.

졸문을 지으면서 문법의 어려움만 털어놓는다. 조사助詞를 제대로 부릴 줄 몰라 그런가? 

믿음 없는 것을 도와 주소서 (마가 9:24)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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