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네 꿈을 펼쳐라
보스톤코리아  2020-09-21, 10:58:41 
중학교에 입학했다. 영어를 새로 배우게 되었다. 참고서로 소책자를 구했다. 첫장 글귀만은 또렷히 기억한다. Boys, Be ambitious.(註) 소년들아, 야망을 품어라. 이 말이 내눈엔 생경해 보였다. 나한테는 이해 불가였던 바. 도대체 야먕은 무얼 말하나?

한국 예능프로그램이다. 가수 전인권 (꽁지머리에 선그래스를 낀 연예인)이 고백했다. 가수 양희은을 좋아 한다고 말이다. 듣고 있던 양희은이 되물었다. ‘넌, 몇살이니?’ 또박또박, 서울 사투리로 받아친 거다. 칠십 언저리 두 노인의 말투에 모두들 박장대소였다. 나 또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듣던 전인권은 당황했을 테고, 흔들렸을 그의 눈빛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있었다. 선글래스를 끼고 있었으니 그의 눈빛을 볼수는 없었다. 

양희은의 노래중 하나다. 네꿈을 펼쳐라. 가수의 낭랑한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네꿈 뿐만아니라, 창을 열고, 마음도 열라고 한다. 노래를 듣노라면 내꿈과 희망이 펴지는 듯 시원하다. 

네 꿈을 펼쳐라
네 꿈을 펼쳐라
꽃신 신고 오는
아지랑이 속에 내 님아-
파란하늘 가득
고운 꿈을 싣고 날아라-
(양희은 작사, 이주원 곡, 양희은 노래)

Banks는 벽화 미술가라 했다. 인터넷에서 봤는데, 그의 작품중 글귀가 그럴듯 하다. Follow your dreams.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네꿈을 펼쳐라가 될게다. 그런데, 글귀위의 붉은 덧칠은 작은 충격이다. ‘Cancelled’ 라 빨간 딱지가 붙은 거다. 그림속 화가의 눈길은 망연자실인데, 표정이 안타깝다. 내가 덮입혔다. ‘Follow your Mom’.

그나저나, 양희은은 전인권의 초등학교 선배라 했던가. 양희은이 후배 전인권에게 다시 물었을 지도 모른다.  네 꿈은 뭐니? 어제밤에 꿨던 꿈 말고, 네 장래희망이 무엇이냔 말이다. 더 늙은 선배가 덜 늙은 후배에게 격려성 멘트라 해야겠다. 

요새 젊은이들, 정녕 꿈을 펼칠 수 없는 건가. 하긴 어디 젊은이들 뿐이랴. 애나 어른이나 모두 꿈은 꿀수는 있는데, 펼칠 수는 없다. 한국 어느 장관님 아들은 군생활에 엄마의 덕을 봤다 하던데, 꿈보다 엄마인 모양이다. 

註) 나중에 알았다. 이 말은 미국인 화학자 Clark 박사의 말이라 했다. 그는 일본 대학에서 총장을 역임했다 던가. 앞뒤 사정이 이럴지니, 내가 가졌던 영어책은 일본판을 그대로 번역했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내 추측이다. 

너희의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 (사도행전 2:7)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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