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얼떠리우스의 어리바리 (실패한) 꿀벌 이야기(20) - 뉴햄프셔에서 |
보스톤코리아 2020-07-09, 16:42:43 |
11. 벌들을 위한 묘비 나와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벌들이 대충 얼마나 될까? 올해 6월 말이면 3년이 됩니다. 여왕벌 한 마리가 5년 동안에 100만 개의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저는 2마리 아니면 4마리의 여왕벌이 있었고, 그것이 3년이라면, 내가 키워 죽은 벌들이 대충 백만 마리정도 되는 것 같다. 그들을 위해서 내가 묘비를 세워 준다면 뭐라고 써야하나? 그리고 그 벌들은 무엇이라고 써주기를 기대할까? 며칠 전부터 잠자리가 나타났다. 며칠 전에는 온 가족이 온 것 같았다. 오늘은 한 마리였다.(쓰다가 일층에 내려가 보니 또 몇 마리가 왔다. 며칠 전에는 대충 5마리였고, 오늘은 3마리인 것 같다.) 다행히 천수를 다하고 자신의 몸을 남기고 죽은 꿀벌들은 묘지라도 만들어 줄 수 있지만, 잠자리에게 온 몸을 잡아먹힌 꿀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무명용사의 묘라고 해야 하나? 1999년 9월 4일 첫 전파를 탄 개그콘서트가 2020년 6월 26일 1050회로 그 막을 내렸다.(가깝게 지내는 분이 저를 보고 박성광 닮았다고 해서 개콘을 보기 시작했다. 그 중에 내가 좋아했던 것은 박성광이 나오는 코너와 ‘네 가지’였다. 허경환이가 ‘그러니까 키 작다고 오해하면 아니 아니 아니되오.’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다. 나도 키가 작다.) 사람들에게 개그콘서트 묘비명을 공모한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쓸까? 그리고 개그콘서트에서 일하셨던 분들은 무엇이라고 써 주기를 바랄까? 어머님이 돌아가신 날이 2013년 7월 2일이시다. 그 날은 보스턴 한인회에서 한 면을 할애 받아 뉴햄프셔 한인회보가 처음으로 발간되는 날이었다. 회보가 나오면 병상에 계신 어머니에게 카톡으로 회보를 보여드리려고 했다. 그런데 회보가 만들어져서 나오기 바로 몇 시간 전에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내 다리에 힘이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서 있기가 힘들었다. 어머니에게 참 미안했다. 아셨더라면 굉장히 기뻐하셨을 텐데. 늘 가슴 한편이 허하다. 늘 후회가 된다. 나는 사람들에게 ‘당신 묘비에 뭐라고 써 드리기는 원하시냐?’고 물은 적이 있다. 2가지 의미를 가지고 물은 것이다. 진짜로 뭐라고 쓰기를 원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한 번 되돌아보라고 하는 말이었다. 그러면 나는 뭐라고 쓰기를 바라는가? ‘착하고 충성된 종’ 묘비가 커서 여유가 있다면, ‘하나님 말씀대로 살려고 애썼던’을 추가하고 싶다. 2020년 6월 14일자 서울신문 인터넷 판(https://news.v.dau-m.net/v/20200614105103335?f=p)에 ‘[핵감 사이언스] 꿀벌은 가라? 꿀벌 대신 개미로 꽃가루받이 하는 식물’이라는 기사가 떴다. 개미가 식물의 꽃가루를 옮긴다는 내용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개미가 46종이나 보고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 이상 꿀벌은 필요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상호보완적이지 않을까? 우리 집에도 어떤 꽃에는 우리 집 꿀벌이 아닌 다른 꿀벌이 꿀을 떠간다. 대부분의 꽃과 꽃가루가 겹치지만 어떤 꽃은 어떤 종류만 채취하는 것 같다. 내가 만약 100만 마리의 죽은 꿀벌들을 모을 수 있다면, 모아놓고 이 한마디 뿐. ‘고마웠다’고. 내가 만약 이 땅을 떠날게 될 때, 이 땅에 남아 계실 분들에 드릴 말씀도 ‘고마웠습니다.’ 혹시 바뀌어서 제가 이 땅을 조금 더 늦게 떠난다면, 그 역시도 ‘고마웠습니다.’이다. 그리고 하나님께도 ‘이런 분을 만나서 교제를 나누고 사랑을 나누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꿀벌 이야기’를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스톤 코리아 장명술 사장님의 권유로 글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10회까지 쓰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많은 분들이 읽으신다는 말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어 20회까지 썼습니다. 지면을 허락하여 주신 장명술 사장님께와 함께 수고하신 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아내에게도, “고마워요.” 제가 글을 쓰느라고 꿀벌 관리를 전혀 못했는데, 저 대신 관리해 준 아내. “여보.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 아들, 딸. “고마워. 인생 60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너희들 아니었으면 시작도 못했어.”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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