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 코로나바이러스, “대체 무어길래?”
보스톤코리아  2020-05-06, 17:03:55 
이글은 보스톤봉사회를 이끌고 있는 윤희경 박사가 기고한 글이다. 지금껏 코로나바이러스를 설명한 글 중 가장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된 글이므로 독자들의 숙독을 권한다(편집자 주)

온종일 코로나바이러스 뉴스뿐이다. 우리 일상을 이토록 흔들어 놓으니, 이놈이란 표현이 저절로 나온다. 자신 만만하던 트럼프 힘도 많이 뺐다. 6주만에 실업자 3천만이 생기니 말이다. 천하무적 핵 항공모함도 이놈이 무서워 군사작전도 중지하고 괌에 정박하고 있다.  

이놈이 “대체 무어길래?”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고약한 놈을 유엔 산하의 보건기구인W.H.O.는 COVID-19(Coronavirus Disease-2019  줄임)로 명명하였다. 왜냐하면 코로나바이러스에는 여러 다른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동그란 구형에, 표면에 솟아 난 돌출물이 마치 왕관의 장식같이 보여, 코로나(왕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름 그대로 지금은 전 인류의 왕 행세하고 있다. 

크기가 아닌 작기가 세포의 1,000분의 1밖에 안되는 완전 미물이다. 이렇게 작으니 광학현미경으로는 안되고, 백만 배로 확대할 수 있는 전자현미경이어야 보인다. 우리를 더 놀라게 하는 점은 이놈은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괴물이란 점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신진대사, 성장, 생식 등을 할 수 있어야 하나, 모든 바이러스는 이 중에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박테리아만 해도 비록 단 한 개지만 세포로 구성되었으나, 이놈들은 세포도 없다. 유전자 (RNA 혹은 DNA)를 감싸는 지방질과 흰자질 막, 그리고 돌출물, 매우 간결한 알맹이다. 감염 방지로 20초 손 씻기를 강력히 권고하는 이유는 외막이 지방질이라서, 비누거품으로 외막을 파괴하자는 것이다. 바이러스를 확실하게 없애는 방법이다. 마치 기름때를 비누로 빼는 것과 같다. 바이러스를 단순히 물로 씻어 내려는 것이 아니다.
  
이놈들은 대대손손 박쥐와 공생하고 있었다. 박쥐에는 이놈의 일가친척 60여 종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중 한 놈은 고양이(civet cat)로 이주하여 살다가, 사람에게로 전이하여 사스(SARS) 전염병을 일으켰다(2003년). 다른 일가 녀석은 낙타로 터를 바꾸었다가, 사람 몸으로 옮겨 머스(MERS)라는 병을 유행시켰다 (2012년). 

COVID-19도 박쥐에서 살다가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천산갑(Pangolin, 개미 등을 먹는 포유동물, 중국에서는 고기도 먹고, 약재로도 쓴다고 함)으로 이사 갔다가, 중국 우한 주민에게로 종을 뛰어넘어 정착하는 재주를 부렸다.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실에서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으나, 학자들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바이러스가 병을 일으키려면 우선 인체의 세포 안으로 들어 가야만 한다. 바이러스가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는 과정과 세포 안에서 바이러스가 번식하는 데 관한 많은 연구가 있다. 이놈이 세포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임무는 표면에 있는 돌출물이 맡고 있다(사진 참조). 학자들은 이를 송곳 흰자질(송곳 단백질, Spike Protein)이라고 한다. 

세포 외벽에는 세포가 필요로 하는 여러 물질(영양분 등)이 세포 속으로 들어 가도록 하는, 즉 문고리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들이 있다. 전문용어로는 리셉터(Receptor)라고 한다. 들어가는 물질에 따라 문고리가 다 다르다. 코로나바이러스 경우에는 돌출물, 즉 송곳 흰자질이 문고리를 잡는 일을 한다. 달리 표현하면 집(세포)안으로 도둑(이놈)이 들어 가려면 문고리를 잡을 수 있는 손(송곳흰자질)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송곳흰자질이 잡는 문고리는 세포 외벽에 존재하는 ACE2(효소의 일종)라는 물질이다.  

일단 송곳흰자질의 한 쪽이 ACE2 문고리를 잡으면, 송곳흰자질의 다른 부위가 바이러스를 세포막에 밀착, 융합시켜 바이러스를 세포 속으로 밀어 넣는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비디오로 생생하게 보여 준다. 송곳흰자질의 흰자질 세 분자가 문고리를 잘 잡기 위하여 그 모양새를 바꾸는 것도 볼 수 있다.  

세포 속으로 들어 온 이놈은 속된 말로 두 쪽만 차고 왔다. 품위 있는 표현은 이놈의 유전자(이놈RNA)가 들어온 것이다. 건강한 사람의 세포는 세포핵에 있는 DNA가 보낸 지침서(사람RNA)에 명시된 흰자질 등을 만들며, 정상 가동을 하는 공장이다. 10 만개 정도의 각종 흰자질, 예로 인슐린, 소화효소, 근육 등을 만든다.  

그러나 일단 이놈 RNA가 들어오면 사정이 확 바뀐다. 세포공장은 공장 안에 있는 RNA가 사람RNA인지, 이놈 RNA 인지 구별치 않고 다 복제해 낸다. 중요한 점은 바이러스 RNA를 구성하는 기본 구성 분자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RNA 의 기본 분자와 똑같다는 것이다. 다만 그 분자들의 배열만 다르다. 생명의 기원과 진화를 설명하는 근거다. 
 
인체가 자신에게 필요한 유전자와 흰자질을 만들려고 비축한 원료로 한 공장에서 생산되기에 이놈만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치료 약 개발은 난제다. 따라서 백신과 치료약 연구는 바이러스가 세포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증식된 바이러스가 다른 세포를 감염시키고, 세포가 본연의 역할을 못 하고 파괴되어 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근본 해결책은 성공적인 백신 개발이다. 미국과 유럽, 중국은 자국의 프라이드와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기대하며 국력을 총동원하여 숨가쁜 경쟁을 하고 있다. 미국은 14개 연구 분야를 선정하고, 내년 초 완성을 목표로 하는 국책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우수한 인적 재원과 풍부한 재력을 갖춘 미국에 기대를 건다. 

그러나 중국도 만만치 않다. 사스와 머스로 인한 바이러스에 대한 기초 연구자료가 방대하고, 백신 개발을 가장 먼저 시작하였다. 조속한 개발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나 한편 효능과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졸속 개발 백신으로 인해 생길, 예측 못한 부작용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 또한 백신을 먼저 개발한 어느 한 나라가 독점하고, 상품화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공유할 것이라고 믿기 어려운 것이 현 실정이다. 방대한 백신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도, 자국에서 생산될 백신은 인도 국민에게 먼저 주어져야 한다고 공언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은 전 인류 모두를 위협하기에, W.H.O. 와 빌 게이츠 등은 백신의 독점과 상업화는 비인도적인 처사로, 전 인류에게 공정하고 저가로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가슴 철렁할 가상 시나리오는 백신 개발이 오래 걸리거나, 심지어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몇 달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인류 최대의 난국에 처해 있으나, 인류는 어떤 형태로든지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낼 것이다.

윤희경(보스톤봉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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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1]
정해원
2020.05.07, 14:28:06
무슨 박사이신지는 모르겠는데, 바이러스 이름은 SARS-CoV-2 이고 COVID-19는 그 바이러스가 유발시키는 질병 이름입니다.
IP : 73.xxx.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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