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눈속에 목련 |
보스톤코리아 2020-05-04, 10:45:47 |
목련이 피었다. 해마다 봄이면 피는 목련이야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하지만 피는 목련은 볼적마다 그윽하다. 애잔한 마음도 같이 한다. 한국 토종 목련은 고부시 목련이란다. 일본에 의해 이름도 훼손되었고, 예쁜이름을 망쳤다. 사진에서 보는 한국토종 목련은 꽃잎이 벌어져 있다. 탐스럽지는 않다. 기승을 부리는게 어디 바이러스 뿐이랴. 지난주 날씨가 그러했다. 그날 날씨는 변덕이 심했고 때아닌 눈이 내렸다. 폭설은 곧 비로 바뀌었다. 눈덮힌 목련이요 설雪목련 되었던 거다. 목련과 폭설은 어울리지 않아 생경한 조합이었다. 자연이 하는 일은 누군들 막을 수있으랴. 하지만 분명 떨어졌을 꽃봉오리가 새삼 서글프기만 하다. 당연한 것처럼 눈속에서 목련은 도드라 질 수 없다. 가련히 묻혀 버렸던 거다. 지난 긴 겨울내내 목련보기를 목빼고 기다렸는데 말이다. 목련이라면 박목월 시인이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로 시작한다. 오늘은 시인의 고향에서 이다. 시인의 고향에도 목련이 피었는지 알수 없다. 시인은 인생을 뉘우쳐 봤단다. 팔목시계를 풀어 놓듯 며칠 고향에서 지냈다 진정 인생이란 무엇일까 고향에 돌아와서 비로서 나의 인생을 뉘우쳐 보았다. (박목월 고향에서 부분) 이젠 모든 나라가 출입을 막는다. 내게도 고향이 있을텐데, 더 이상 고향에 돌아갈 수없다. 분명 들어오지 말라 막아설 테니 말이다. 내 인생을 뉘우칠 기회조차 없는 거다. 아, 나는 어디서 뉘우칠 것인가. 바이러스는 막을 수 있다. 뚫리긴 했어도 곧 막을 수있다는 말이다. 바이러스는 막을 지언정, 고향 잃은자들에게 뉘우칠 공간을 허許하라. 며칠 고향에서 지내고 싶다. 봄답지 않게 스산한 날은 더하다. 고향에서도 목련은 피었을 것인가. 분명 피었을 텐데, 눈은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는 자가 없느니라 (누가 4:24)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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