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개털
보스톤코리아  2020-02-17, 10:24:07 
개털이란다. 카톡에서 눈에 띄였다. 나잇살이나 먹은 친구들이 던진 농짓거리였다. 네이버에서 뜻을 찾았다. 한국 교도소에서 먼저 은어로 사용되던 말이라 했다. 돈없는 알거지라 뜻으로 의미가 넓어졌다고도 했다. 변변치 못하다는 인상이 짙다. 

몇달 전이다. 아내가 통증을 호소했다. 눈이 따갑다 했고, 안과에 갔다. 병원에서 돌아온 아내에게 내가 물었다. 그래 뭐래? 이젠 아프지 않은가? 남편의 통상적인 질문이었다. 돌아온 대답이 반갑다만 황당했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안과의사가 고심하더란다. 이곳저곳 아내의 쓰라린 눈을 들여다 보면서 말이다.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없었기 때문이었을 게다. 밝은 불빛 아래 의료도구를 손에 쥐고 한참을 진찰했다 던가. 한참후, 고개를 가로 저으며  묻더란다. ‘집에 강아지를 키우는가? 강아지 털은 무슨 색인가?’ 아내는 대답했는데, 의사는 의료기구를 놓고 조용히 나가더란다. 한마디 검진결과를 남겼다고 했다. ‘눈에 강아지 털 한올이 들어 있었는데, 빼냈다.’ 

강아지 털도 개털이다. 강아지건 개건 털은 눈에는 따갑다. 간호사가 눈에 박혔던 흰색털을 아내의 손바닥위에 놓아 주었다던가? 우리집 강아지 송이 털이었던 거다. 개털이 시에도 등장한다. 

뒤돌아보는 개의 눈빛이
무언가 읽었다는 듯 한참 깊어 있다
개털 위에도 나무에도 지붕에도 
하얀 이야기들이 쌓여있다
(문성해, 눈이 온다 중에서)

개털이란 말뿐이랴. 사흑사리 껍데기란 말도 있다. 고스톱판 화투에서 나온다. 역시 변변히 내세울게 없다는 말일게다. 혹시 사흑싸리 껍데기는 시에 등장하지 않는가? 그건 모르겠다. 

아내가 말했다. 개들에게는 먹이를 바닥에 던져줘야 개들이 편하다. 음식을 손으로 집어 먹는게 아닐테니 이 말에 나역시 수긍했다. 그리고 우리집 강아지 송이에게도 괜찮은가 물어 보았다. 가타부타 대답은 듣지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음식물을 던져 줄적엔 미안한 마음이다. 우리 송이는 사흑싸리 껍데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털은 더욱 아니다.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마태 15:27)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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