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못하는 미련, 이 미련함에 대하여...(2)' |
양미아의 심리치료 현장에서 |
보스톤코리아 2019-09-30, 10:40:10 |
지난번 칼럼을 통해 수쟌의 감정불륜이 일어나게 된 경위를 라캉의 학설 '주이상스'와 결부하여 이야기를 하였고 그 마무리를 시작해보도록 한다. 주이상스를 설명하기위해서 라캉이 설명하는 인간 심리를 다시한번 살펴본다. 라캉은 인간의 심리를 상상계(the Imaginary Order), 상징계(the Symbolic Order), 실재계(the Real Order) 등 3개 차원으로 나누었다. '상상계'는 인간이 태어나 느끼는 유아적인 환상의 상태이다. 18개월까지의 시기이다. 그 이후, 아이는 언어를 통해 문화속으로 진입하는 현실의 세계로 들어간다. 현실세계는 언어로 되어 있기때문에 언어가 곧 상징이 된다. 언어가 만들어내는 '상징계'를 말한다. 사회란 언어의 세계이고, 모든 것이 언어에 기반을 둔다. 도덕성, 규칙, 가정교육, 학문 모든 것이 언어를 통해 이루워진다. 아이는 언어를 통해 주체가 되고 언어를 통해 어른이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나타내게 된다. 라캉은 인간의 욕망은 세개의 욕구에 있다고 한다. '필요(need)-요구(demand)-욕망(desire)'의 순서이다. 필요는 생리적 생물학적 필요 본능에 상을 하는 개념이다. 요구는 타자를 필요로 하고 타자가 자신의 요구를 얼만큼 충족시켜주는냐에 따라 만족도의 상태가 달라진다. 즉, 타자가 개입되면서 욕망이 시작이 된다. 이 욕망은 결핍에 의해 생성되므로, 근원적인 결핍을 메꾸려한다. 욕망의 본질적인 요점은 주체가 아닌 타자의 것이라며 라캉은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학설을 말했다. 주체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존재가 되면서 우리는 타자의 욕망의 대상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속에서 형성된다는 라캉의 학설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욕망의 형성은 태어나 처음으로 관계하는 부모의 욕망과 절대적인 연관이 있다. '실제계'는 상상계와 상징계를 벗어난 언어와 기표이외의 것, 생리적인 욕구(필요)나 타자를 필요로 하는 요구와 달리 욕망하는 대상이 결핍으로 기인한 텅 빈공간이다. 라캉의 실재계의 대상은 결핍에 대한 욕망, 'the Thing'이다. 주체는 욕망을 추구하면서 상징계 너머로 가보려는 불가항력적 충동을 되풀이하는데 이것이 주이상스(Jouissance)이다. 수쟌의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수쟌은 오빠 두명과 언니 한명사이의 막내로 태어났다. 나르시스트였던 그녀의 어머니는 네명의 아이들에게 최고의 지성과 미모와 최고의 엄마로 각인시켰다. 집안 식구들보다 남들의 이목을 훨씬 중요시하였던 어머니는 집이 아닌 밖에서의 모습이 너무나 달랐다. 밖에서의 어머니는 새침하고 도도하며 상냥한 모습이였고 집에서의 어머니는 신경질적이고 툭하면 불만과 화증을 들어내는 짜증나는 모습이였다. 어머니는 감정기복이 심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줄 수 있는 배려심보다는 조종하고 컨트롤 했다. 변호사였던 아버지는 밖에서는 모두가 존경하고 재미난 유머가 많아서 인기가 좋았다. 아버지는 가정보다는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았고 술과 여자를 탐닉했다. 아버지의 거듭되는 불륜으로 부모님의 싸움은 잦았다. 그러다보니, 집안에서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푸념과 질책, 콘트롤로 기를 못 피고 무능한 모습의 아버지였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잘못을 끊임없이 몰아세워 도저히 참지 못하면 아버지는 폭력과 욕설을 퍼부었다. 테라피 과정 중 수쟌은 오십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부모님의 언쟁소리, 아버지가 물건을 던져 박살이 나던 소리,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맞던 기억이 또렷이 생각난다고 이야기 했다. 집 안에서는 자신은 세명의 형제들과의 사이는 돈독하여 행복했지만 불행한 부모의 모습을 자신이 점점 닮아갔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부모의 이중성을 철저하게 숨기며 살아왔다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자신도 밖에 나가면 가짜보다 더 진짜같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의 가면을 자동적으로 쓰게 된다고 했다. 때때로 자신의 상상속의 부모님, 자신이 더 진짜로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언어를 습득하기전 수쟌의 상상계(the Imaginary Order)에서 어머님의 이미지는 매혹적이고 환상적이였다. 상징계를 통해 만들어진 아버지의 모습은 무섭지만 정직하고 따뜻하고 도덕적인 아버지였다.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부모의 이미지였다. 수쟌이 초등학교 2학년때 어머니가 아버지 출근 시간에 맞추어 직장으로 수쟌을 데려가 아버지를 기다리다 집으로 데려오게 시켰다. 왜 그래야 하는 지 의문이 들곤 했다. 그러다가 어머니의 자살시도로 왜 어머니가 수쟌을 아버지 출근 시간에 맞추어 데려가곤 했는지 알게되었다. 아버지가 자신이 부리던 비서와 불륜에 빠졌던 것이다. 어머니는 처절해 했고, 아버지는 비서와의 불륜으로 색욕에 빠져들면서 집에 안 들어오는 날이 많아졌다. 아버지의 부재로 너무나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던 어머니는 어린 딸을 내세워 억지로 아버지를 집으로 오게하곤 했던 것이다. 어린 수쟌의 판단으로는 아버지의 첩은 어머니와 비교할 수 없는 상대의 여자였다. 지적, 교양, 미모 모두 낮고 천박하고 나쁜 여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집을 떠났고 어머니는 처절히 괴로워했다. 몇년 뒤, 아버지는 첩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존심 강하고 도도한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다시 받아들였다. 수쟌의 상징계의 언어를 통한 룰안에서는 어머니는 올바른 여인의 상이였다. 아버지는 누구보다 반듯한 어머니를 아프게 한 절대적으로 나쁜 남자였다. 그러나 수쟌의 실재계에서는 아주 다른 양상이 일어났다. 아버지의 첩은 아버지의 혼을 빠뜨려 버리고, 어머니를 철저히 죽여버린 승자였다. 그녀의 상징계안에서 어머니는 옳고 바른 여자이지만, 수쟌의 주이상스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아니였다. 수쟌의 심연에 꿈틀거리는 욕정과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수쟌의, 'the Thing'의 대상은 아버지의 첩이였다. 그녀의 더 씽은 욕망을 추구하면서 상징계 너머로 가보려는 불가항력적 충동을 되풀이하게한 그녀의 주이상스(Jouissance)의 원인이였다. 수쟌은 옛 남친을 통해, 상징계안의 윤리가 금지하는 대상을 재연시켰다. 40대 후반의 갱년기를 겪으면서 왠지 삶이 공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왠지 허전하고 비어있는 느낌이 들면서 상징계안에서 옳게 살아온 자신의 오십평생의 생에 아쉬움이 오기시작했다. 사는 게 별로 재미가 없고 단조로왔다. 그러던 중,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옛 남친을 찾았다. 살아오면서, 항상 마음안에 두고 그리워했던 옛 남친이였다. 풋풋하고 신선했던 그와의 기억들은 자신의 삶이 단조롭고 버거울 때 몰래 꺼내보던 자신의 비밀스런 은닉처였다. 그와의 만남으로 수쟌은 향유와 치명적인 쾌락에 빠져들어갔다. 아버지가 불륜으로 어머니를 고통에 몰고 가정마저 버렸던 그 쾌락의 재연이였다. 수쟌은 상징계안에서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 대상, 옛 남친을 통해 극심한 고통의 쾌락, 절대적 성적 쾌락,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의 대상을 통해 주이상스 상태로 몰입되었다. 상상계과 상징계를 벗어나 결핍에 대한 욕망, 'the Thing', 아버지의 첩은 수쟌의 실재계에서 모든 것을 파괴하는 힘을 갖는 매력의 대상이였다. 아버지를 홀리며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었던 아버지의 첩! 수쟌의 무의식속에서 아버지의 첩은 히어로 였고 승자였다. 아버지의 첩의 욕정은 그녀의 무의식 속에서 꿈틀거렸다. 자신이 오십평생 이루어 온 생을 망칠 수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이 무모한 모험은 스릴 있고 짜릿했다. 하지만, 수쟌의 아버지가 가정을 버리고 간 후, 느꼈던 아픔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갈등했다. 상징계안의 도덕성과 실재계의 가져서는 안되는 대상을 욕망하는 자신의 주체 안에서 갈등했다. 그러던 중, 무의식적으로 수쟌은 자신의 감정불륜을 남편에게 들킬 수 있는 잔재를 남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상계의 아버지, 도덕적인 아버지를 자신의 남편으로 대체하며 응징받았다. 그녀는 상징계의 질서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공허하지만 너무도 달콤했던 실제계에서 대상, 'the Thing'은 Nothing, 노바디가 되어야 했다. 양 미아 Licensed Psychotherapist Private Practice: 124 Havard St. Brookline, MA 02446 74 Elm St. Worcester, MA 01609, 508-728-0832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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