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첫 노예 안젤라 |
보스톤코리아 2019-09-09, 12:18:47 |
1619년 8월, 20여명의 아프리카 흑인을 실은 영국 해적선 White Lion이 버지니아주의 제임스타운 앞바다에 나타났다. 제임스타운은 12년 전인 1607년 영국 이주자 집단이 미 대륙에 최초로 세운 마을로, 당시엔 1천명 미만의 이주자가 있었다. 해적선은 싣고 온 흑인들을 식량과 바꾸고 떠났다. 며칠 후 “Treasurer”라는 영국 해적선이 2~3명의 흑인을 식량과 교환하였다. 흑인을 구매한 당시 제임스타운의 이주 집단 총관리자와 상인은 “자신들이 흥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값으로 샀다고” 하였다. 팔려 온 20여 흑인들 대부분은 당시 수익을 내기 시작하던 담배 재배 밭에서 강제 노동을 하였을 것이다. 1624년 호구조사 장부에 “Treasurer에 실려 온 안젤라-니그로”라는 여자 한 명만의 기록이 발견되었다. 이로써 안젤라는 현재의 미국에 팔린 첫 노예로 알려지게 되었다. 올해로 만 400년이 되는 사소한 것 같은 이 매매로 미국의 노예제도가 정립되고, 남북전쟁을 유발하고, 오늘의 큰 이슈인 인종 문제까지로 번지고 있다. 안젤라는 앙골라 지역에서 납치된 350명의 흑인과 함께 뉴우-스페인 (현재의 멕시코)로 항하는 포르투갈 노예무역선, “바우티스타 호”에 “인간화물”로 실렸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 배 안 가득한 오열과 탄식, 널려진 오물과 역한 공기, 여자이기에 당한 치욕과 매질을 참아야 했다. 심지어 병으로 죽은 자가 바다에 버려지는 끔찍함도 목격하였다. 멕시코의 한 광산으로 향하던 자신이 탄 배가 대서양 어디에선가 영국 해적선, White Lion 과 Treasurer의 동시 습격을 받아, Treasurer로 납치되어 제임스타운에서 팔린 것이다. 3~6달 걸리는 지옥 같은 뱃길에 목숨만은 지켰다. 안젤라가 겪은 노예선의 참혹함은 바우티스타호가 목적지인 멕시코 베라크루즈에 도착하였을 때 단 147명의 노예만 살아 남았다는 기록으로 짐작할 수 있다. 1629년부터 안젤라에 대한 기록은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아,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예 10년으로 마감한 애처로운 생이었다. 한편 노예무역으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비롯한 영국, 네델란드, 불란서, 덴마크 등 서유럽 제국은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다. 전형적인 삼각무역을 하였다. 유럽을 떠나 아프리카로 가는 배에는 총, 직물, 말, 비누 등이 주 품목이었다. 다음, 아프리카에서는 흑인을 적재하고 대서양을 건너 브라질, 카리비안, 미 대륙 등에 팔았다. 마지막으로 노예의 강제노동으로 수확한 담배, 설탕, 럼을 싣고 유럽에서 파는 것이다. 가장 큰 이득을 챙기는 노예선 선주는 은행 대출로 선박을 건조하고, 노예주로부터 사전 주문을 받기도 하였고, 항해보험을 드는 등 짜임새 있는 경영을 하였다. 당시 참여한 은행과 보험회사 중 오늘날 세계적 회사로 변신한 기업들도 있다. 1800년 후반 노예무역이 자취를 감출 때까지 대서양을 건너 매매된 흑인 수는 1천 2백 5십만으로 추산된다. 납치과정, 질병 또는 자살로 인한 사망자까지 합치면 2천만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 본토에는 60만이 팔렸다. 노예제도는 고대부터 세계 도처에서 실행되어 왔다. 전쟁포로나 부채가 주 사유였다. 그러나 대서양 노예무역은 400여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친 대규모 강제이주로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다. 또한 흑인 인종에게 국한된 무차별 노예제도였으며, 영리를 추구한 상행위였고, 노예의 자식은 노예여야만 하는 영구세습이라는 점에서 가증스러운 비 인류적 행위였다. 윤희경 보스톤봉사회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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