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과거科擧
보스톤코리아  2019-07-22, 10:35:32 
한국화이다. 오용길화백의 작품이다. 그림엔 인왕산과 경복궁이 보인다. 인왕산 암벽은 듬직하고, 경복궁 앞전殿도 넓다. 아니나 다를까. 작품이 청와대에 걸렸더란다. 지난달 트럼프대통령이 방문록에 서명할적에 뒤편에서 얼핏보였다. 작품은 사진보다 훨씬 그윽하다.

경복궁 정전 앞이 시험장이라 했다. 200여명이 모여 과거科擧 시험을 치루는 거다. 삼년에 한번의 기회인데, 본 시험은 논술형이다. 경쟁률 또한 장난이 아니다. 예비고사인 초시엔 6~7만여명이 응시했고, 200여명만 일차관문을 통과할 수있었단다. 이어 최종합격자는 33인이라 했다. 한편, 순위를 결정하는 시험관문이 또 기다리고 있는데, 석차에 의해 직급이 결정된다는 거다. 사서삼경四書三經이라 했다. 43만자 라고도 했다. 순 한자인데, 모두 외우고 뜻을 이해할 수있어야 했단다. 어느 구절을 질문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명종임금 때라 했다. 과거시험 문제다. ‘하늘의  변화가 어떤 이치에 따르는지 논하라.’ 당시 장원급제자는 율곡이이李珥이며, 그의 답안이다. ‘ 사람의 마음이 하늘의 마음이니, 사람의 마음이 바르면 하늘의 뜻도 바르게 된다. 왕이 마음을 바르게 하여 조정을 바로 잡으면 하늘의 기운도 바르게 될것이다.’ 역시 율곡은 공부의 신이고, 시험의 황제라 할 수있겠다. 과거시험 9번을 치뤄 모두 일등으로 합격했다 했으니 말이다. 

광해군 적에 과거 시험문제도 눈에 띄였다. 왕이 직접 출제 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감을 탄식하는 데 대한 그대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2등을 한 답안이라 했다. '사람이 세월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이지 세월이 사람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지 않습니다.’ 흘러가는 세월은 안타까운데, 답안만 현명하고 깔끔하다. 

한국대통령도 사법고시출신이다. 판검사를 뽑는 시험말이다. 합격통지서를 받은 날 가장 기뻤다고도 했다. 

그런 한국대통령 임기도 몇년 남지 않았다. 대통령도 세월이 가는 걸 안타까워 하는 건 아닐까. 많은 일들이 세월만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선조임금때 였다. 임금이 율곡선생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을 등용해야 하는가. 율곡의 대답이다.  "임금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사람은 되도록 피하십시요. 대신 자기 일에 충성을 다짐하는 사람을 가까이 하십시오.’ 말이 이어진다. ‘전하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사람은 전하를 배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일에 충성을 다짐하는 사람은 전하를 결코 배신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위키피디아) 역시 명재상이고, 현명한 대답이다. 

검찰총장 후보자도 사법시험 출신이다. 늦깍이 합격이라고도 했다. 부디 자기일에 충성을 다하는 검찰총장이 되길 빈다. 

이 사람은 배우지 아니하였거늘 어떻게 글을 아느냐 (요한 7.15)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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