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60 ] 바텐더와 변호사 |
보스톤코리아 2019-05-13, 10:29:56 |
우리말에 ‘주리를 틀다’라는 말이 있다. 두 다리를 묶고 그 틈에 두 개의 주릿대를 끼워 비트는 형벌의 일종이다. “허어, 이런 주리를 틀 년을 봤나.” 전처만이 봉의 눈을 뜨고 장죽을 집어들었다. 박완서의 <미망>에 나오는 구절이다. 엉뚱하게도, 필자는 우리말 ‘주리’란 단어를 들을 때마다 영어 jury를 떠올리게 된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둘 다 법정과 관련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영어 jury는 물론 ‘배심원’이란 뜻이니까 우리말 ‘주리’와는 근본적으로 관련이 없다. 1979년 개봉작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메릴 스트립이나 더스틴 호프만과 같은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출연했을 뿐 아니라 고전적 편집과 탄탄한 시나리오, 그리고 육아는 여성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시대적 각성과 더불어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영화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필자의 머리에 jury에 대한 뚜렷한 이미지를 각인시킨 영화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법정에도 배심원이란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당시에는 그러한 개념이 없었다. 피고와 원고, 재판장, 그리고 구경꾼으로 이루어지는 법정의 풍경에서 ‘배심원’이란 일단의 사람들이 참여해서 실질적인 판결을 내리는 모습이 참으로 특이하게 느껴졌다. jury는 배심원 전체를 가리키는 것이고 juror는 배심원에 참여하는 개인을 가리킨다. 라틴어 어근 jur-는 ‘판단하다, 판결하다’란 의미를 가진다. jurist는 판단을 업으로 삼는 사람, 즉 법조인을 말하니 lawyer나 attorney라고 할 수 있다. 이 어근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법’을 의미하는 라틴어 ious, 산스크리트어의 yos에 닿는다. 법에 맞는 것은 정당한 것이니까 just는 ‘정당한’이고 justice는 ‘정의’이다. 정의를 실현한 황제라고 스스로 주장한 로마 황제가 Justinianus이다. (철자 i와 j는 종종 교체된다.) 법이 미치는 관할권은 법(jrui-)이 말하는(dict-) 영역이니까 jurisdiction이다. 또한 법(juri-)에 관련된 말(dic-)이란 뜻의 juridical은 ‘법과 관련된’이란 형용사가 된다. 라틴어 prudent-는 ‘지식’이므로 jurisprudence는 ‘법에 관한 체계적 지식’을 뜻한다. 라틴어는 인도유럽어의 일종이지만 ‘법’을 의미하는 어근 juri-는 이상하게도 라틴어에만 나타나고 그 외의 인도유럽어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에 또 다른 어근 leg-가 여러 인도유럽어에서 ‘법’이란 뜻으로 남아있다. 근본적으로는 ‘말하다’란 의미를 가지는 leg-는 법이 말로 되어있으므로 차츰 법이란 의미로 확산되었다. legal(법적인), legitimate(합법적인), legislature(입법부), legislator(의원) 등에 그러한 용법이 남아있다. 물론 leg-가 기본적으로는 ‘말’을 의미하기 때문에 여러 단어에서 그러한 의미를 유지한다. lexicon(어휘), lesson(교훈), lecture(강연), prologue(서문), epilogue(발문) 등에서 그러한 의미를 볼 수 있다. 이성과 감성을 각각 logos, pathos라 하는데, logos는 이성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 즉 언어와 논리, 학문 등을 의미하게 된다. logos의 파생어가 logic(논리)이다. logos가 접미사로 쓰이면 말로 이루어진 것 즉 학문의 이름이 되기도 한다. astrology(점성술), biology(생물학), philology(언어학), pathology(병리학) 등에 남아있다. 대학이란 여러 사람이 책을 함께 읽는 곳이니까 college이고, 책을 함께 읽는 동료는 colleague이다. 난독증은 dyslexia이고, 사과하는 말은 apology이며, 종류대로 분류해놓은 것은 catalogue이다. 훌륭한 시만을 따로 뽑아 엮은 책은 anthology(명시선)이다. 삼단논법은 syllogism,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은 tautology, 삼부작은 trilogy이다. 모두 말에 관련된 어휘들임을 알 수 있다. 영어 adjust(조절하다, 적응시키다)는 영국인들도 혼동을 일으켰던 흥미로운 단어이다. 원래는 ‘옆’이란 뜻의 juxt-와 접두사가 결합한 단어인데, 민간어원에서 마치 ad-와 iust-(법)이 결합한 것으로 잘못 오해하기도 했지만, ‘배열하다’란 뜻의 중세불어 adjuster를 다시 도입하였다. 한 마디로 adjust는 생긴 것과는 달리 just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법관들은 공간적으로 피고인으로부터 분리되어있다. 이 분리하는 막대기를 bar라고 하니까 barrister는 영어에서 ‘법률가’란 뜻을 가지게 되었고 또 bar exam이란 변호사 시험을 가리키게 되었다. 어원과는 상관없지만 일찍이 1550년대에 생겨난 단어들이다. 사람들을 분리하는 막대기(bar)는 거리에서도 볼 수 있다. 범죄자를 시림으로 분리시키기 위해서는 일종의 막대기인 창살이 필요한데 behind the bar는 바로 ‘감옥에 있다’는 말이 된다. 시위대와 진압경찰을 분리하는 barricade도 있고, 술집에서 손님과 종업원을 공간적으로 분리시키는 bareh 있다. 바텐더는 그 막대기 뒤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bartender라 한다. 그러니까 barrister와 bartender는 둘 다 막대기 뒤에서 일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낯선 외국인을 만났을 때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language barrier(언어 장벽)도 있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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