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51 ] 오해가 낳은 멋진 단어들 |
보스톤코리아 2019-03-04, 12:01:39 |
오해는 풀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 자체로 쓸 만할 때도 있다. 오해로 인해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정설로 자리를 잡아 또 다른 지식을 낳는다. 대표적인 경우가 Hamburger이다. 전에도 다루었다시피 Hamburger는 원래 독일의 도시 Hamburg 식이란 형용사였다. 언어학적으로는 [Hamburg + -er]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을 알 길이 없던 일반인들이 ham-과 -burger로 분석하기 시작했고, 아예 ham- 대신에 무엇을 넣는가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게 되었다. 치즈를 넣으면 치즈버거, 새우를 넣으면 새우버거, 김치를 넣으면 김치버거가 된다. 미국에서도 cheeseburger, fishburger, baconburger등 비슷한 방식을 쓴다. 오해치고는 참으로 근사한 오해이다. 오해에서 비롯된 멋진 단어들이 영어에는 꽤 많다. 우선 테니스. 필자는 아직도 테니스의 채점 방식에 익숙하지가 않다. 다른 스포츠에서는 당연히 1점부터 시작하는데, 테니스는 이상하게도 love, 15, 30, 40으로 채점이 된다. 규칙을 알기가 쉽지 않다. 다만 왜 0점을 love라고 하는지는 확실하다. 원래 ‘계란’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l’œuf의 소리를 옮기면서 가장 가까운 단어인 love를 쓴 것이다. 프랑스어에서는 계란이 동그라니까 0점을 의미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영어 love는 정말 뜬금없다. 프랑스어 l’œuf를 음성전사한 것이라는 역사를 모른다면 테니스 애호가는 정말이지 아무 관련도 없는 단어와 숫자의 자의적 관계를 외워야 한다. 오해치고는 뜬금없는 오해다. 필자는 루이지애나의 크로피시를 좋아한다. 윌리엄 포크너가 살던 집, 밤새도록 재즈를 연주하는 시내, 라틴쿼터 등을 돌아다닌 후 다운타운의 한 음식점에서 맛본 크로피시는 그 매운맛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케이준 스타일의 양념과 멕시코산 고추기름에 담가 찐 크로피시는 맵기로는 매운 닭발보다 더했고 고소하기로는 랍스터보다 더했다. 그 중독성이란 가히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 크로피시는 영어로 crawfish라 쓴다. 고대영어 시절에는 프랑스어 crevise를 그대로 사용했는데 영국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고 또 낯설게 들려서 곧 crayfish라 쓰기 시작했다. crevise는 crevice의 이철자로 갈라진 틈을 말하니까 가재의 갈라진 겉껍질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사실 craw fish는 가재니까 어떤 의미에서도 fish에는 속하지 않는다. 그런데 프랑스인들이 많이 거주하던 루이지애나에서 crawfish가 일반적인 fish와는 달리 ‘기어다닌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crawlfish라 부르기 시작했다. crawl은 ‘기어다니다’란 뜻이다. 그러다가 중간의 ‘l’이 묵음화되면서 crawfish가 되었다.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스페인어를 열심히 배우던 시절 필자는 <라 쿠카라차>란 노래를 배운 적이 있다. 그런데 cucaracha란 단어는 영어에 도입되면서 엉뚱하게도 cockroach(바퀴벌레)로 옮겨진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생명체 중의 하나라는 바퀴벌레는 스페인어 cucaracha에서 영어의 cockroach로 옮겨진 후 아예 첫 부분을 떼어버리고 roach라 불리기도 한다. cock(수탉)과 roach(바퀴벌레)가 결합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소리만을 옮긴 음성전사였다. 인삼은 사람을 닮은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삼을 뜻하는 영어 mandrake도 그와 유사한 과정에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원래는 라틴어 mandragoras에서 왔다. 영국 사람들은 이 단어를 받아들이면서 이것을 mandragon으로 할지 아니면 mandrake로 할지 백여년간 고민을 하다가 17세기 중엽에 mandrake로 낙착을 보았다고 한다. 앞에 있는 man은 뿌리가 사람 모양을 닮았기 때문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인삼과는 달리 mandrake는 독성이 있어서 약용으로만 쓴다. piggyback(등에 업다, 화물을 싣고 저상화차로 수송하다)은 셰익스피어가 죽은 1564년 이전에는 pick pack으로 쓰였다. 말 그대로 물건을 들어 올려서(pick) 짐을 꾸리고(pack) 다시 등짐(back)을 지고 옮겨서 내려놓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과정을 반영하여 pick-a-pack이 되었다가 등과의 연관성으로 인해 pick-a-back으로 바뀌었다. 중간의 /a/가 /i/로 바뀌면서 pickiback이 되었고, 1930년대에 들어와서 다시 piggyback으로 정착되었다. 그 의미도 마치 돼지처럼 아이를 등에 태우고 무릎과 두 손으로 기어 다니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의견목록 [의견수 : 0] |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 |
|
프리미엄 광고
161 Harvard Avenue, Suite 4D, Allston, MA 02134
Tel. 617-254-4654 | Fax. 617-254-4210 | Email. [email protected]
Copyright(C) 2006-2018 by BostonKorea.com All Rights Reserved.
Designed and Managed by Loopivo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