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위수령衛戍令
보스톤코리아  2019-02-18, 10:27:40 
지난 가을인가 보다. 한국 신문에서 읽었다. 위수령衛戍令이 폐지되었다는 기사였다. 귀에 익기는 익은 말이었다. 

위수령衛戍令은 육군 부대가 지역의 경비와 시설물의 보호 등을 위해 행하는 명령으로, 대통령령令 제17945호에 근거한다. 군부대의 보호라는 목적과 달리 집회 시위의 통제에 오용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1965년 8월 한일협정 비준안 국회 통과 직후 서울 일대 병력 출동, 1971년 교련 반대 시위 때 서울 9개 대학에 대한 병력 투입, 1979년 김영삼 국회의원직 제명 당시 마산 일대 병력 출동 등이 위수령을 발동했던 사례다. (위키피디아)

학교에 입학하면서, 선배들한테 들었다. 위수령이란 어마어마한 단어였다. 그게 1971년이라 했고, 군병력이 투입되었다고 했다. 새내기가 뭘 알았겠냐만, 써늘한 바람이 스치는듯 했던 기억이다. 그럴테니, 나는 운동권은 아니었다. 아예 그런 말도 생소했더랬다. 

연이어 긴급조치. 초법적 조치라 했는데, 그게 여러번 발령되었더랬다. 몇번인가 세어보지 않았으니, 이 또한 기억할수는 없다. 선배들은 줄여서 ‘긴조의 시대’라 했다. 선배들의 입에선 자주 이 무시무시한 단어가 오르내렸다. 이름하여 긴급조치 시절이었던 거다. 

아마 1975년 늦겨울 이었을 게다.  봄에 발령되었던 긴급조치 기간이었던가 싶다. 아니나 다를까. 그해 가을학기에도 예외는 없었다. 학교는 일찍 문門을 닫았다. 겨울방학이 턱없이 일찍 시작된거다. 그러니 그해 겨울방학은 길고도 길었다. 나야 헌책방 거리를 어슬렁거렸고, 몇권 과월호 월간지를 주어 읽곤했다. 방안 아랫목은 따뜻했는데, 청춘은 고리타분했다.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아직 추웠기 때문이다. 봄에는 군대에 가야했다.
 
시인 김남조의 시 생명이다. 여전히 추운 몸이라 했고 함박눈 눈송이라 했다. 나한테 그해 겨울이 그랬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
(김남조, 생명중에서)

그날은 보스톤 겨울처럼 우중충했다. 늦은 눈이라도 내릴 것인가? 한국에선 여전히 대학 겨울방학이 길고도 긴가? 하지만 그 해에도 어김없이 봄은 왔다. 그리고 이른봄 나는 입영열차를 탔다.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 (요한 1:4)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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