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왜 불러 |
보스톤코리아 2018-12-20, 20:24:08 |
곧 성탄절이다. 한창 전축에선 캐럴이 울릴것이다. 성탄을 축하해야 마땅할텐데, 마음은 한편 착찹하다. 이젠 연말이 들뜨게 하지도 않는다는 말이고, 아쉬움만 가득하다. 한해가 다시 간다는 생각이 앞서 그럴게다. 갈릴레오가 재판을 받았다. 재판후 법정을 나오면서 했다는 말이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갈릴레오 덕분이라고 할 수있다. 예년과 다름없이 지구는 태양을 돌아 다시 그 자리에 왔다. 그러므로 작년에 왔던 겨울이 한창이다. 정철 시조이다. 배경이 되는 때는 늦은 가을일지도 모른다. 아니, 요즈음 같은 깊은 겨울이라 해도 괜찮다. 푸른 하늘에 몇점 흰 구름 떠있다면 그림이 그럴듯 하다. 바랑을 메고, 지팡이 짚은 스님이 표표히 걷고 있는 정경인게다. 그런 스님은 누가 부른다고 걸음을 멈출일도 없다. 스님은 다만 중얼거렸을수도 있겠다. 왜 불러. 하긴 송강이 불러 세우려는 건 세월인도 모르겠다. 물아래 그림자지니 다리위에 중이 간다. 저 중아 게 있거라. 너 가는데 물어보자 막대로 흰구름 가르키며 돌아 아니보고 가노매라.’ (정철) 70년대 중반 무렵이다. 최인호 원작소설인데, 영화 바보들의 행진이 있다. 한국에선 경찰이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을 할 적이다. 단속에 나선 경찰을 피해 장발 청년들이 달아나는 장면을 떠올린다. 힘찬 송창식노래가 배경으로 흘렀다. 왜 불러. 돌아 서서 가는 사람을 왜 불러. 안들려 안들려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이제 다시는 나를 부르지도 마. 도망가며 부르기에 적당하다. 카톡에 친구들 연말 모임사진이 자주 올라온다. 할머니된 여학생들도 보이고, 머리 벗겨진 친구들도 있다. 펑퍼짐하니 뱃살을 자랑하는 친구는 왜 없겠는가. 머리에 흰 성에를 얹은건 당연하다. 무상한 세월이여. 그 친구들도 가는 세월을 향해 목청껏 그리고 애타게 부르고 있을 것인가? 갈릴레오는 재판후 황망한 종종걸음으로 재판정을 나왔을 거다. 걸음아 나 살려라. 뒤 돌아보고 싶지 않았을텐데, 내 상상만 엉뚱하다. 갈리레오가 중얼거린게, 지구가 자전하면서 돈다는 말인가? 공전하면서 태양의 둘레를 돈다는 말이었던가? 그건 아리송하다. 또 다시 한해가 완전히 간다. 가는 해가 돌아보며 한마디 할지도 모른다. 잘 가고 있는데, 왜 불러. 부르지 말라. 송구영신送舊迎新. 이 사람이 엘리야를 부른다 (마태 27:47)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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