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31 ] 모름지기 결투는 강가에서 해야 |
보스톤코리아 2018-10-01, 13:06:11 |
믿거나 말거나, 삼각관계는 대개 결투를 불러오는 것 같다. 특히나 한 여인을 두고 두 남자가 경쟁할 경우에 그런 것 같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봐도 그렇고, 존 웨인이 나오는 서부영화를 봐도 그렇다. 물안개가 가득한 어느 날 새벽 혹은 석양이 창가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는 오후 2시 무렵, 두 남자가 칼이나 총을 들고 마주 선다. 적막이 흐르고 갑자기 한 남자가 쓰러진다. 건물 뒤에서 초조하게 이들을 바라보던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남자에게 달려간다. 클라이막스에 다다른 삼각관계가 마침내 anticlimax를 맞이한 것이다. 영어단어 rival은 딱 이런 경우에 생겨난 것이다. 삼각관계의 두 남자가 결투를 하러 강(river)에 도착하여(arrive) 경쟁하는(rival) 것. 그러니까 river, rival, arrive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말이다. ‘도착하다’란 단어에는 arrive 말고도 get to, reach, come to 등등이 있겠지만 서로간에는 상당한 의미차이가 있다. 가까운 거리에 도착하는 것은 get to를 쓰고, arrive는 강을 건넌다든가 하는 식으로 상당히 먼 거리에 도착하는 경우에 사용한다. reach는 손닿을 거리에 도착하는 경우에 쓰기도 하고, 전화나 이메일 등과 같이 약간 비공간적 방법으로 도달하는 경우에도 쓴다. reach for처럼 손을 뻗치는 행위에도 쓴다. 결투는 주로 애정문제에서 발생한다. 영어단어 love는 참으로 표정이 없는 재미없는 단어이다. 우리말 ‘사랑하다’란 단어를 보라. 이 단어가 원래 ‘생각하다’란 어원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그렇다. 사랑은 생각하는 데서 출발한다. 좋아하는 사람은 자꾸 생각하게 되고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은 바로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연인이 연인을 사랑하는 것은 바로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프랑스어 amour는 어떤가? 물론 이 단어는 라틴어 amare란 동사에서 왔다. 우리나라 화장품 이름 ‘아모레’는 ‘사랑’이란 뜻의 이태리어 amore에서 따왔다. 그렇지만 이런 분석도 가능하다. 라틴어에서 ‘죽다’가 morir이므로 ‘사랑’은 근원적으로 ‘죽다’에서 왔다고 볼 수도 있다. 결투로 죽든, 못 이룬 사랑으로 애간장이 말라 죽든, 혹은 해피엔딩으로 잘 살다가 죽든 사랑의 결말은 죽음인 것이다. 나나 무스쿠리가 불렀던 <사랑의 기쁨(Plesir d’amour)>을 들어보아도 사랑의 기쁨은 한 순간 사라지고 슬픔만이 남아있다고 한다. 전혀 ‘기쁨’이 아닌 것이다. 로미오는 줄리엣을 위해 죽었고, 줄리엣은 로미오 때문에 죽었다. 운명을 가른 묘약은 시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두 연인의 사랑을 비극으로 끝나게 하고 말았다. 셰익스피어를 탓하랴. 아니다. 사랑은 본래 그런 것이다. 줄리엣 또래였을 춘향이만이 오랜 ‘생각’ 즉 ‘사랑’ 후에 마침내 몽룡이를 만났을 뿐이다. 변사또를 삼각관계의 한 축으로 끼워줄 수 있을까? 그렇다 하더라도 이몽룡의 마패가 워낙 화력이 쎄니까 ‘결투’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응징되었지만, 어쨌든 삼각관계의 결말은 한쪽의 패배임이 분명하다. 마패 대신에 상대방의 가슴을 겨누고 활쏘기 결투를 했더라면 좀 더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친구는 서로 사랑한다. 친구란 라틴어 amicus는 ‘사랑하다’란 동사 amare에서 왔다. 스페인어 amigo, 프랑스어 ami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영어 파생어들인 amicable, amiable은 다 친구처럼 다정하다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 오죽하면 내 친구처럼 사랑해달라고 이름을 Mon Ami라고 지은 볼펜 회사도 있으랴. 애석하게도 필자는 모나미 볼펜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 이제는 종이 대신에 컴퓨터로 작업하기 때문이다.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신의 사랑을 듬뿍 받은 드문 사람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그의 전기를 다룬 영화에서 경쟁자 살리에리가 경쟁을 포기하고 쓸쓸하게 죽어갔던가. 그가 신의 사랑을 듬뿍 받은 이유가 바로 그의 이름에 있지 않을까 싶다. Amadeus는 바로 신(Deus)을 사랑한(Ama-) 사람이니까. 설마 이름 때문이겠냐고 할 수도 있다. Amedeo Modigliani는 똑같은 이름인데도 불행하게 죽었으니까. 아무튼 사랑은 어려운 문제이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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