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18] 아담이 한 말을 거꾸로 하면?
보스톤코리아  2018-06-04, 11:08:58 
아담이 이브를 처음 만나서 한 말이 뭘까? 아마도 자기소개를 하지 않았을까? Madam, I'm Adam.(마담, 나는 아담입니다.) 라고 말이다. 물론 아담이 영어를 사용했을 가능성은 제로지만 재미를 위해 그냥 그렇다고 해두자. 여담이지만 터키어로 adam은 '인간'을 뜻한다. 터키인들은 이스라엘보다 기독교 유적이 더 많고, 그리스보다 그리스 유적이 더 많으며, 이탈리아보다 로마 유적이 더 많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뿐 아니라, 노아의 방주가 있었다는 아라라트 산이 자기네 땅에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돌아와서, 이 문장은 거꾸로 읽어도 madAm, Im adaM.이 된다. 철자는 다소 이상해졌지만 발음은 정확히 동일한 것이다. 이런 현상을 팰린드롬(palindrome)이라 한다. 거꾸로 돌아가도 같다는 의미에서 한자로는 회문(回文)이라 한다. 한국의 골든 벨이나 미국의 텔레비전 퀴즈프로그램에서 문제로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오늘은 이 단어 palindrome에 대해서 알아보자.

영어에는 방금 본 madam 외에도 noon, civic, radar, level, kayak, reviver, racecar, refer와 같은 단어들이 있다. 우리말에서는 팰린드롬보다는 위아래를 뒤집어도 같은 글자가 7개 있다. 가령 '응, 믐'과 같은 글자들 말이다. 나머지는 독자들 몫으로 남겨두기로 하자. 문장에서도 회문 현상을 볼 수 있다. 가령 Was it a car or a cat I saw?(내가 본 것이 자동차였어 고양이었어?)라든가 No 'x' in Nixon(Nixon에는 x가 없다)와 같은 것들이 있다.  

팰린드롬은 일찍이 서기 79년 로마의 한 벽에 남아있는 기록에서도 발견된다. 호기심 있는 독자들을 위해 소개하자면 Sator Arepo Tenet Opera Rotas라는 문장이다. 이 라틴어 문장은 대략 "신은 창조와 인간의 일과 지상에서 나는 모든 것을 주재한다." 라는 뜻을 가진다. 이 팰린드롬이 신기한 것은 거꾸로 읽어도 바로 읽는 것과 똑같은 단어들로 끊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신기한 점은 이 팰린드롬을 구성하는 다섯 개의 단어가 수학에서 말하는 마방진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철자가 다섯 개씩이므로 바둑판처럼 다섯줄로 늘어놓아보자. 맨 위 왼쪽 S에서 시작해서 가로 방향으로 좌에서 우로 읽으나, 세로로 위에서 아래로 읽으나, 혹은 맨 아래 오른쪽 S에서 시작해서 역방향 가로로 읽어 올라가거나 세로 방향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 올라가거나 똑같다. 수학에서 마방진은 일련의 숫자들을 중복하지 않고 나열하면서도 합이 동일하거나, 동일한 숫자들을 나열하여 모든 방향에서 합이 동일한 숫자들로 구성된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1, 2, 3이란 숫자를 배열하여 가로, 세로 어디든 합이 6이 된다.  

곱셈과 같은 연산에서도 팰린드롬 현상을 볼 수 있다. 가령11×11=121, 111×111= 12321, 1111×1111=1234321이 된다. 거꾸로 읽어도 같은 수이다. 1로 이루어진 숫자들은 제곱은 11부터 시작해서 1의 개수만큼 커졌다가 다시 작아지는 숫자이다. 즉, 11의 제곱은 1이 2개니까 121, 111의 제곱수는 1이 3개니까 12321, 1111의 제곱은 1이 4개니까 1234321, 이런 식이다. 

심지어는 음악에서도 팰린드롬 현상을 볼 수 있다. 요셉 하이든은 교향곡 47번, 제3악장에서 후반부를 전반부의 역방향으로 작곡했다고 한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된 가장 긴 팰린드롬 단어는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가 노크소리를 나타내기 위해 만든 tattarrattat이란 단어라고 한다. 제임스 조이스도 셰익스피어만큼이나 새로운 단어를 '마구' 만들어낸 작가로 악명높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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