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13] 아웃라이어가 되려면?
보스톤코리아  2018-04-16, 13:28:00 
통계학 용어로 outlier는 대다수 분포 영역을 벗어나는 특별한 값을 말한다. 공동평가에서 최고값과 최저값을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outlier이다. ‘모난 돌’이라고나 할까. 통계학에서는 이 용어를 ‘이상치, 극단치’로 옮기기도 하지만, 문학적으로 옮기자면 ‘군계일학’이나 ‘낭중지추’ 쯤이 되지 않을까. 주머니 속의 송곳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결국 밖으로 삐져나오듯, 뛰어난 재주는 감추려고 해도 세상의 주목을 받는다는 말이다.  
말콤 글래드스톤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Outlier>는 통계학적 용어를 일약 문학적 용어로 승화시킨 빼어난 책이다. 팔려온 노예의 후손인 말콤 글래드스톤은 그 자신이 아웃라이어이기도 하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흑인 작가 토니 모리슨과는 사뭇 다른 결의 울림으로 세계적 선풍을 일으킨 흔치 않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책에서 글래드스톤은 아웃라이어들의 여러 사례를 들고 있지만 특히 빌 게이츠와 비틀즈가 도드라진다. 이들의 성공비결을 작가는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비틀즈는 유명해지기 전에 독일을 오가며 수년간의 무명가수 생활을 했고, 빌 게이츠는 컴퓨터 시대를 선도하기 전에 이미 고등학교 시절을 컴퓨터와 함께 보냈다고 한다. 한 분야의 아웃라이어가 되려면 적어도 1만 시간의 연마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이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워즈니악, 스티브 잡스 등이 모두 1955년생이며, 우리나라의 인터넷 거대 기업인 네이버, 다음, 카카오 등의 창업자들이 모두 86학번 동기이거나 친구들이며, 캐나다의 뛰어난 하키 선수들이 대개 1월생인 것은 노력이 아니라 환경의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가리킨다. 한 마디로 아웃라이어는 노력과 환경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포드는 그 시절에 태어났기 때문에 자동차 왕이 되었고, 카네기는 그 시절에 태어났기 때문에 철강 왕이 되었으며, 빌 게이츠는 그 시절에 태어났기 때문에 컴퓨터 제국의 일인자가 될 수 있었다.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사람이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각설하고, out은 심리적이든 물리적이든 주어진 공간의 밖을 의미한다. 돌출되어 밖으로 나간 모든 것에 관해 사용할 수 있다. 마실을 가는 것은 밖으로 나가는 것이니까 outing이다. 어떤 문제를 끄집어내는 것은 bring out이고,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는 것은 speak out이다. 주문한 음식을 밖으로 가져가는 것은 take out이고, 남의 잘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point out이다. 학회에서 참석자들에게 나누어주는 발표 자료는 handout이고, 인쇄물은 print-out이다. outstanding은 ‘뛰어난’이고, outnumber는 ‘~보다 수가 더 많다’이며, outwit는 ‘속여 넘기다’란 뜻이다. 

전에 들은 농담이 생각난다. 어떤 사람이 출퇴근을 하다보니까 웬 남자가 들판에 자주 서있더란다. 궁금증이 생긴 이 사람이 하루는 차를 세우고 그에게 다가가 왜 들판에 서있냐고 물었다. 그 사람 왈, “People say that I will win a Nobel prize if I am outstanding in the field.” 웃기게 번역하자면, “사람들 말이 내가 들판에 나가 서있으면 노벨상을 받을 거라고 해서요.” 이 농담의 펀치라인은 단어들의 이중적 의미에 있다. 즉 field는 ‘들판’이란 의미와 더불어 ‘분야’란 의미가 있고, outstanding은 ‘뛰어난’이란 뜻도 되지만 ‘밖에 서다’의 진행형이 될 수도 있다. ‘한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에게 주는 노벨상을 이 사람은 ‘들판에 나가 서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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