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오페라로 보스톤 찾은 소프라노 홍혜란 인터뷰 |
보스톤코리아 2018-03-29, 21:18:47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편집부 = 이탈리아의 국민 작곡가 베르디의 초기 오페라 중 하나인 <죠반나 다르코(Giovanna d’Arco)>는 우리에게는 잔 다르크(Jeanne d’Arc)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1845년에 이탈리아에서 초연된 후 그 외의 나라에서는 잘 공연되지 않다가 20세기에 미국에서 몇 차례 연주되었고, 가장 최근에는 2015년에 밀라노의 라스칼라에서 세계적인 러시아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주연을 맡은 새로운 프로덕션이 제작되어 공연된 바 있다. 오는 4월 초에는 혁신적인 기획으로 알려진 보스톤의 오디세이 오페라단이 한국인 소프라노 홍혜란씨를 주인공으로 하여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2011년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을 통해 이름이 알려진 뒤 한국과 미국,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며 오페라 가수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연습에 집중하고 있는 홍혜란씨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인터뷰는 보스톤한미예술협회의 홍보를 맡고 있고 또한 성악가로서 성악에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우상원 객원기자가 진행했다. ▶보스톤 데뷔를 축하드린다. 이번에 주연을 맡은 베르디의 <죠반나 다르코>는 어떤 작품인지 그리고 죠반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 해 달라. 이 오페라는 베르디의 초기 작품 중 하나로,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잔 다르크 이야기와는 약간 다르지만 아주 흥미로운 작품이다. 죠반나는 아버지와 그녀를 사랑하는 카를로스왕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는 인물이고 마지막에는 실제 역사대로 화형대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대신, 전쟁터에서 명예로운 죽음을 맞는 것으로 그려진다. 현대의 시점으로 보면 남성들 사이에서 독립적인 자존감을 가지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이 불쌍하게 느껴지는데, 아마 베르디가 그런 모습의 프리마돈나를 그리려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주 공연되는 작품이 아니라서 준비가 더 어려웠을 수도 있고, 아니면 조금 자유로웠을 수도 있겠다. 준비 과정은 어땠는가? 처음에는 참고할 수 있는 레코딩과 이 역할을 대표하는 유명한 가수가 없어서 다소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이 오페라를 공부하는 중에 발성적인 면에서 다른 누구를 모사하는 것이 아닌 나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었고, 극 중 인물인 죠반나가 말하는 내용도 더 개인적이고 직접적으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었기에 결과적으로는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현재 몇 주 동안 진행되고 있는 리허설은 어떤 분위기인지? 자유로우면서도 프로페셔널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 이 오페라는 합창도 많이 등장해서 어떻게 보면 ‘합창 오페라’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고, 합창단원들과 함께 하는 연습이 많다. 항상 재미있게 서로 격려하며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 ▶ 2011년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1등을 한 후, 세계 곳곳에서 연주하며 빠르게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아직 오페라 가수로는 젊은 나이인데,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단체 및 관계자들과 함께 일하며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 궁금하다. 활동하면서 점점 더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오페라 가수로서 아직은 젊은 나이라는 것이다. 뉴욕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하고 콩쿨에 입상하고 또 메트로폴리탄오페라라는 큰 무대에 데뷔하면서 무언가를 더 빨리 이뤄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노래해 왔던 것 같다. 하지만 성악이란 것은 갑자기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세월과 시간을 통해 몇 번이고 좌절하고 또 다시 피어나는 일을 반복해야만 진짜를 가질 수 있음을 배우고 있다. 또 세계 무대에서 존경스러운 대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길을 배워가면서, 아직은 내가 자신을 보여주는 시기이기 보다는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 시기임을 느낀다. ▶동양인으로 성악을 하는 것이나 오페라 무대에 서는 것에 제약이나 어려움은 없었는가?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거나 노력하고 있는가? 서양 문화의 산물인 오페라를 하는데 동양인 가수로서 제약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스스로 그것을 어려움이나 제약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노력한다. 어차피 내가 나의 모습을 결정하여 태어난 것이 아닌 것처럼, 그런 차별이나 제약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생각한다. 다만, 어디에 가든 외국인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많은 소통을 하려고 노력한다. 또 한국인으로서도 체구가 크지 않은 편이라, 무대 위에 외국인들과 함께 설 때에는 자세와 움직임이 조금 더 크게 보일 수 있게 노력하는 편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성악가를 꿈꾸는 한국 학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많이 해 주는가? 모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지난 2년 동안 객원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 시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며 나도 많이 배우고 성장했지만, 가수로서 아직 하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아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오게 되었다. 가르치는 일은 학생들에게 전적으로 집중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맞다 생각하고 그만 두게 되었다…… 아직도 후배이자 제자인 그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생각이 앞선다. 제자들 그리고 성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정말 노래를 즐기라고 이야기 한다. 노래를 통해서 성공하고 유명해지는 것을 꿈꾸지 말고 그냥 노래 자체를 즐기고, 매일 매일 노래와 연습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즐거움을 느끼고 배우라고. 진심으로 노래를 사랑하는 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듣는 사람에게도 행복으로 전달될 것이라고 항상 말해 준다. ▶앞으로 어떤 연주가 계획되어 있는가? 일단 한국에서 여러 콘서트를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아 뵐 예정이다. 그리고 올 가을에는 소프라노라면 누구나 꿈꾸는 비올레타(주: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인공)역으로 윌리엄스버그 오페라에서 롤 데뷔를 하게 된다. 큰 오페라단은 아니지만, 몇 년 전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루치아 역을 데뷔했던 곳이다. 이 곳에서 처음으로 비올레타를 부르고 시도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어떤 목표가 있는지? 꼭 부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대학교 때 한 번 공연해 보고 그 후에는 기회가 없었던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 그리고 그 가슴 저린 관계 속에서 항상 나에게 다가오고 느껴지는 것들이 있는데, 그 속에 나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담아 노래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지금은 소프라노 홍혜란이 혼자 인사 드리지만, 오페라 가수로서 독일에서 활발히 활동을 해 나가고 있는 남편과 함께 미국과 세계 무대에서 아름다운 한국 오페라 가수 커플로 함께 인사 드리는 것이 큰 목표 중에 하나이다. 지금도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차근차근 해야할 것을 밟아가는 과정이다. 다음 번에는 남편과 함께 커플 오페라 가수로 인사드리고 싶다. 서로 많이 떨어져 지내야 하고 오랜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늘 곁에서 동료로, 사랑하는 사람으로 응원하고 기도해 주며 힘든 시간과 기쁜 시간을 같이 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 길을 한 발짝 한 발짝 천천히 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가장 큰 힘이 된다. (그녀의 남편은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메네스 음대에서 공부하였고, 현재 독일 에르푸르트 극장에서 주역 가수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테너 최원휘이다.) ▶보스톤 한민들과 보스톤 코리아 독자들에게 인사해 달라.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 중 하나인 보스톤에서 베르디 오페라 <죠반나 다르코>의 죠반나 역으로 데뷔할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쁩니다.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운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있습니다. 많이 오셔서 공연을 보시고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데뷔를 시작으로 앞으로 보스톤에서 더 많은 공연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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