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번역과 통역사이 |
보스톤코리아 2018-03-26, 13:51:59 |
한국에선 종이책방이 많이 문을 닫았다고 했다. 신간은 여전히 많이 쏟아져 나온다. 모두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받아 보는 모양이다. 한국책도 제본이며, 표지며 모두 그럴듯 하다. 활자도 제법 커서 눈이 덜 피곤하기도 하다. 책 잘 만든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이었다. 톨스토이 부활을 읽어야 했다. 방학숙제로 독후감을 써야했기 때문이다. 시립도서관을 찾아 책을 대출받았다. 책은 질리도록 고문서였는데, 진군청색표지와 누런 책갈피가 두께와 사뭇 어울렸다. 한자 투성일적에 서문과 몇 페이지에 걸친 평론이 있었다. 바스럴질듯한 책 한두 페이지를 넘기며 베끼고자 했다. 원고지 몇장 채우는것도 힘에 부쳤다. 책은 분명히 일본어 번역본을 한국어로 중역重譯한 것이었을 게다. 그렇다고 번역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어렸던 내가 읽기에는 너무 어려웠을 뿐이다. 어느 번역가가 말했다. 어색한 직역보다는 편안한 오역이 낫다. 문학작품에서야 더 할 것이다. 이런 번역도 있단다. "Life is not Jack and Susan novel.” 직역한다면, "인생은 잭과 수잔의 소설이 아니야"이다. 그런데, "삶이란 연애소설이 아니야"라고 번역했다. 번역이 솔직해서 차라리 감칠맛 난다. 어릴적에 배웠던 워즈워드의 시이다. 번역한게 꽤 오래되었을 텐데, 여전히 가슴이 뛴다. 저 하늘 무지개를 보면 내 가슴은 뛰노라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어른인 지금도 그러하고 늙어서도 그러하리 …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 (무지개, 윌리암 워즈워드) 일본어나 영어번역본 책을 몇권 읽었다. 특이한게 눈에 띄였다. 한자를 쓰지 않았고, 술술 어려움없이 막힘없이 읽혔다. 번역기술이 진보한건지, 한글과 한국말이 진화한건지 그건 모르겠다. 오래전 읽으려 했던 번역판 부활과는 달랐다는 말이다. 아직도 영어 원본보다 한국어 번역본이 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북지도자와 만난다 했다. 분명 번역이 아닌 통역사을 두고 대화할 것이다. 부디 올바른 통역으로 제대로 이야기 했으면 한다. 국제외교는 연애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러나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무지개를 보면 여전히 가슴은 뛴다. 무지개를 볼 한반도에도 봄이 가까이 왔더냐? 달리다굼 하시니 번역하면 곧 내가 네게 말하노니 (마가 5:41)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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