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6] 씨이저가 없었다면...
보스톤코리아  2018-02-22, 20:14:49 
때로는 생각 없이 사는 것도 괜찮다. 특히 영어 단어를 욀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 물론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라. October는 10월인데 한 옥타브(octave)는 왜 8개의 음으로 구성될까?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언어학적 소질이 있거나 패턴 리딩에 강한 사람이다. octave에 쓰인 octa-는 October의 Octo-와 같은 것으로 숫자 8을 뜻한다. 문어는 다리가 8개라 octopus라 불린다.

(pus-는 라틴어로 '발'인데 영어에서는 /p/가 /f/가 되므로 foot로 바뀌었다. 라틴어 pisch-는 영어에서 fish가 되었다.) 8각형은 octagon이다. 격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옥타곤 걸이 뭔지 알 것이다. 복싱의 라운드 걸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링이 팔각형이라 octagon girl이라 한다. 

어떤 사람은 펜타곤은 들어봤지만 옥타곤은 못 들어봤을 수도 있다. penta-는 '5'를 뜻하고 -gon은 '각'을 말한다. 미국의 국방성 건물이 5각형인 데서 붙여진 이름이 Pentagon이다. 신학을 공부하는 분들은 펜타곤보다는 '펜타튜크'란 단어를 더 친숙하게 느낄 것이다. 모세5경을 Pentateuch라 하니까. 구약의 첫 다섯 장인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Pentateuch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펜타튜크란 그리스어보다 토라(Tora)란 히브리어 이름이 더 익숙하다. (자고로 글에서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빠지면 예의가 아니지만 셰익스피어의 펜타미터(pentameter)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호로 미룬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octo-는 8을 뜻하는데 왜 October는 10월이 되었을까? 로마 시대에도 달력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확정되지는 않았다. 줄리어스 씨이저가 자신의 이름인 Julius를 7월의 이름으로 정하자, 그의 양아들이자 로마제국 초대 황제가 된 아우구투스 옥타비아누스는 자신의 이름 Augustus를 8월의 이름으로 정한다. 그 결과 원래 8월이었던 October는 10월이 되고, 9월이었던 November는 11월이 되었으며, 10월이었던 December는 12월로 밀려나게 되었다. 이 두 양아버지와 양아들이 없었더라면 영어 단어 외느라고 우리가 전에 골머리를 덜 썩일 수도 있었을 텐데. 적어도 두 단어 정도는 줄어들었을 테니까.  

원래 December가 10월이었다는 데서 알 수 있듯 라틴어로 deca-, deci-는 '10'을 뜻한다. 필자는 어린 시절 데카메론이란 책이름을 달달 왼 적이 있다. 재미없을 것 같아서 아직도 읽지는 않았다. 여담이지만 고전이란 사람들이 제목은 알고 읽지는 않는 책이라고 마크 트웨인인가 누군가가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데카메론은 고전임에 틀림없다.

deca-는 '10'이고 -meron은 '날'이니까 이탈리아 작가 복카치오는 '열흘간의 이야기'를 책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 참 멋대가리 없는 제목이다. 십진법은 decimal system이라 하고, 십종경기는 decathlon이라 한다. 초대 기독교 시절 로마군은 기독교도가 발견될 때마다 열 명 중 한 명을 죽이는 악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decimate란 단어이다. 지금은 의미가 확대되어 '학살하다'가 되었다. 

궁금증이 떠오른다. 왜 deca-는 '데카'라고 발음하고 deci-는 '데시'라고 발음할까. 전에 말했던 구개음화란 음운현상이 또 작동한 것이다. 쉽게 말해 /k/가 /i, e/ 앞에서 /ʃ, ʧ/로 바뀌는 것이다. 우리말에도 비슷한 것이 있다. '기름'을 '지름', '키'를 '치'라 하는 것 말이다. 그래서 decameron은 [데카메론]이고 decimeter는 [데시미터]라 발음한다. 필자의 친구 중에 Ciancci란 이탈리아인이 있다. '넌 씨안씨니, 키안키니?' 하고 물어보면 둘 다 된다고 한다. 로마의 철학자 Cicero는 '키케로'라고도 하고 '씨쎄로' 라고도 한다. 또 다른 로마의 철학자 Vergilius도 '베르길리우스'라고도 하고 '베르질리우스'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버질이라 발음하지만. 그러나 오늘날 이탈리아어에서는 구개음화로 인해 각각 '씨쎄로, 씨안씨, 베르질리우스'가 더 본토 발음에 가깝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철밥통 MBTA 근로자, 3분의 1 10만불 이상 소득 2018.02.22
매사추세츠베이교통공사(MBTA)의 근로자 3분의 1이 지난해 10만불 이상의 소득을 올려 철밥통 근무처임을 증명했다. MBTA의 조 페사투로 대변인은 근로자 총..
MA주, 직장 내 성폭력 피해 신고 폭발적 증가 2018.02.22
매사추세츠 주에서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신고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월만 놓고 보더라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0%가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미국 전역..
[ 오르고의 영어잡설 6] 씨이저가 없었다면... 2018.02.22
때로는 생각 없이 사는 것도 괜찮다. 특히 영어 단어를 욀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 물론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라...
기대 대신에 감사를 연습하자. 2018.02.22
우리는 가까울수록 바라는 마음이 큰 가 보다. 가장 가까운 남편이나, 아내에게서의 기대감 그리고 자식이나 부모에게서의 기대감 등, 또한 가장 가까운 친구에서의 기..
한담객설閑談客說: 아큐정전阿Q正傳 2018.02.22
중국사람들 말을 만드는데 탁월하다. 등소평 당시에 말이다.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은밀히 힘을 기른다는 말이라 했다. 감추고 있던게 많았음에 틀림없다.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