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208
화랑세기花郞世紀, 7세 풍월주風月主 설화랑薛花郞(15)
보스톤코리아  2017-12-21, 18:25:34 
설씨녀가 비록 남루한 겉옷을 걸쳤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에 정분을 느낀 구리지는 찧은 보리로 밥을 지어 오라고 부탁하여 한 상에서 채소 반찬으로 같이 먹었다. 그리고 손을 잡아 이끌어 사랑을 나누려고 했지만 설씨녀의 완강한 거부에 부딪혔다. 그녀는 16세의 유화시절 사랑을 주고 간 이름도 모르는 낭도만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지난 14년을, 그 씨앗인 아들 설성과 함께 살며 정절을 지켰는데, ‘귀인’이 누구인지는 모르나 그렇게 욕심을 채우고 떠나면, 다음날 부터 동네의 무뢰한 자들이 서로 앞다투어 담을 넘어 ‘어떤 놈’의 소유가 될지 모르니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구리지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의지를 전했다. 자신은 비량공이 사랑하는 아들이며 어머니는 벽화후(비처왕과 법흥왕의 후궁, 나중에는 비량공의 부인이 되었다)라는 것과 한번의 ‘수작酬酌’이 아니라 설녀를 첩으로 삼겠노라고 하였다. 골품이 있는 높은 신분의 귀공자의 너무나도 뜻밖의 제안에 설씨녀는 기뻐서 그만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목욕을 하고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설성은 구리지의 신하가 되었다, 설성의 신분이 너무나 한미하여 구리지는 설성을 설우휘의 가문에 소속시켜서 벼슬까지 내려주었다. 설우휘가 급간의 신분이었고 설성이 ?지?知(13등급의 舍知로 예측됨) 의 벼슬을 얻은 것으로 보아 설우휘는 6두품 정도의 신분으로 볼 수 있다. 후일 구리지는 법흥왕의 후궁이었던 금진낭주을 사모하여 자신의 부인이 되어주길 5년간 발원기도를 하였다. 그의 정성스러운 기도에 부처가 감동했는지, 법흥왕은 죽고 금진은 궁을 나와 알천 냇가에서 살았다(540년). 이때 중간에서 ‘사랑의 편지’를 전달한 자가 설성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구리지는 금진과 혼인하여 토함과 사다함 그리고 딸 새달을 낳았다. 그런데 심부름을 한 설성의 미모에 빠진 ‘색녀’ 금진은 설성을 꾀어 사통을 하였고, 독산성전투에서 구리지가 전사하자 설성과 함께 살았다. 7세 풍월주 설원랑(설화랑)은 이들 사이에서 태어났다. 설성의 미모는 어릴때 부터 군계일학처럼 특출했다. 그리고 구리지의 용양신으로 있으면서 남색을 한 정황도 기록되어 있다. 구리지는 설씨녀를 첩으로 맞아 자식 3명을 두었다. 그들의 이름은 전하지 않는다. 이어지는 화랑세기,
[구리공이 웃으며 말하기를 “나는 곧 비량공의 사랑하는 아들이다. 너를 첩으로 삼는데 감히 누가 너를 범하겠느냐?” 했다. 어미가 크게 놀라 말하기를 “뜻하지 않게 오늘 이같이 큰 경사가 있습니다. 첩은 감히 여러 말을 않겠습니다. 바라건데 우리 어르신 스스로 좋은대로 하십시오” 했다. 곧 목욕을 하고 사랑을 받았다. 구리공은 새로운 집을 짓고 그 향鄕을 봉하여 주었다. 향인들이 영광스럽게 여겼는데, 그 향을 ‘대행大幸’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리하여 설성공은 구리공의 신하의 지위를 얻었다. 구리공은 그 출신이 한미한 것을 염려하여 급간 설우휘薛優暉의 문하(또는 가문)에 소속시켜, 벼슬길을 열고 ?지?知로 발탁했다. 
구리공이 금진낭주와 통하게 되자, 설성공을 그 사이에서 명을 받들었다. 금진낭주가 그 아름다움을 사랑하여 몰래 통했다. 구리공이 전쟁에서 죽자, 곧 더불어 함께 살아 공을 낳았다. 설성공의 어머니 또한 구리공의 서자 3인을 낳았다. 어찌 운명이 아니겠는가?]
화랑세기의 7세 풍월주편에 전하는 풍월주 설화랑의 할머니인 설씨녀의 사연을 보면, 이것은 분명히 삼국사기의 ‘가실과 설씨녀의 사랑 이야기’ 의 실제 모델이였을 것으로 보인다. 남자가 수자리를 나간 것과 돌아오지 않자 부모가 강제로 다른 남자와 결혼시키려 했던 것, 그리고 그 주인공인 여자가 설씨녀인 것으로 볼때 화랑세기 필사본이 진본이라면(진본의 가능성은 필사본을 통하여 많은 곳에서 증명이 되고 있다. 다만 원본이 발견될 때까지 위작의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일본 궁내청 서릉부에서 잠자고 있을 화랑세기 원본을 하루속히 반환해 와야만 한다) 틀림없이 삼국사기의 설씨녀의 열전은 설성의 어머니였고, 설화랑의 할머니였으며, 구리지의 측실부인의 사연을 조금 각색했음이 명확하다.
김태식은 ‘화랑세기-또 하나의 신라(김영사, 248쪽)’ 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설씨녀와 가실의 설화 또한 그 원형을 필사본에서 찾게 되었다. 하기야 이번에도 이런 필사본 설씨녀 사연 또한 <삼국사기> 설씨녀의 열전을 모델로 해서 아주 교묘하게 꾸며낸 소설적 창작물이라면 할말이 없다”. 
원본을 찾아와야는 역사의 명령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사명이 되었다.
이 설씨녀가 이름도 모르는 화랑과 하루밤의 순정을 바쳐 태어난 설성의 아들은 설화랑 하나 뿐이었지만, 설화랑의 후손들은 이때부터 뻗어나가 성대히 번창하였다. 과부였던 요석공주를 부인으로 맞이하여 설총을 낳았던 원효대사도 설화랑의 후손이다. 이제 무럭무럭 자라나는 그들의 가계와 세보世譜를 살펴볼 것이다. 화랑세기의 기록에 의하면 설성의 아버지 성씨의 기록이 없기 때문에 설성의 후손은 고야촌/습비부 호진공의 후손과 부계가 다를 수도 있다(설총을 중시조로 모시는 경주설씨, 순창설씨 세계世系에 결례를 범할 의도는 추호도 없음을 밝힌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삼국사절요,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신라속의 사랑 사랑속의 신라(김덕원과 신라사학회, 경인문화사)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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