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610회 |
'상록회' 어른들을 뵐 때마다... |
보스톤코리아 2017-08-28, 11:19:34 |
하얀 머리 곱게 단장하시고 환한 얼굴로 젊은이들을 맞으시는상록회 어른들을 뵐 때마다 게으른 나를 만난다. 뭐가 그리 늘 바쁜지 머리를 감고 채 말리기도 전에 집 밖으로 나와 분주히 움직이는 나를 어른들의 깔끔하고 말간 얼굴 속 삶의 거울 속에서 나를 보는 것이다. 언제나 변함없으신 마음으로 만나면 반갑게 맞아주시고 안아주시니 더 없는 감사이고 축복이다. 쉰둥이 늦은 막내로 자라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래전 훌쩍 떠나시어 늘 가슴 속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일까, 상록회 어른들이 그저 동네 어르신네들처럼만 느껴지지 않는다. <상록회>는 회장 이기환 권사님을 비롯해 운영위원들을 중심으로 40여 명이 한 달에 2회 정도 모이는 노인들의 모임이다. 처음 시작은 북부보스톤 연합감리교회에서 시작되었지만 교인들뿐만이 아닌 어느 누구나 65세 이상이 되면 참여할 수 있으며 비영리 단체의 일원이기도 하다. 타국에서 사는 노인들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어찌 다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언제까지 바쁜 자식들에게 의지만 할 수 있을까 말이다. 백 세 세대라고 하는데 오래 산다는 의미만으로는 그리 즐겁지만은 않으시다는 몇 어른들의 솔직한 마음이고 말씀이다. 어른들을 뵈면서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때로는 자식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어찌 없으실까마는 그래도 이렇게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고 운동을 하면서 자식들에 대한 그 서운한 마음도 달래고 바쁘게 사는 자식들에게 넉넉한 덕담도 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것이 뭐 있을까 말이다. 자식의 입장으로 보더라도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살아 늘 송구스럽고 죄스러웠는데 이렇듯 <상록회> 어른들의 모임으로 맑고 밝게 사시는 부모님을 뵈면서 참으로 감사해 하는 것이다. "젊음이 그들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늙음도 우리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며칠 전 어디에서 읽었는지 들었는지 내 작은 수첩에 메모가 되어 있다. 그렇다, 어찌 노인인들 깔깔거리며 동무들과 손잡고 놀던 어린 시절이 없었겠으며 그 푸릇푸릇하던 높은 꿈과 이상의 젊은 시절이 없었겠는가. 어느 가수의 유행가 가사처럼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거라고' 하지 않던가. 어른들에게서는 젊은이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삶의 굴곡마다에서 넘어지고 깨지고 부딪치고 깎이던 그 경험들이 바로 그 어른들의 '지혜'가 된 것이리라. 엊그제는 <상록회> 바닷가 나들이를 가는 중에 몇 어른들이 내 차에 타시게 되었다. 그 몇 분 중 몇 달 후면 米壽(미수)를 지내고 구십이 되신다는 김명숙 권사님과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30여 년이 다되도록 곁에서 자주 뵙던 어르신인데 언제나처럼 단아하신 모습이 변함이 없으시다. 바깥 선생님은 떠나신 지 오래되셨지만, 아직도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멋지고 아름다운 유화 작품은 여전히 교회의 친교실에 남아 교회 뜰을 오고 가는 이들에게 기쁨과 감사를 기억하게 한다. 또한, 김 권사님께서는 지금까지도 임마누엘 성가대의 일원이시기도 하다. <상록회>를 이끌어가시는 이기환 회장님을 비롯해 부회장님과 임원들을 다 나열해 지면에 소개할 수 없음이 아쉽기 그지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없이 음식 준비로 봉사하시는 하남출 권사님과 그 외의 분들의 수고의 손길과 또 순서마다 프로젝트를 맡아 도움을 주시는 이숙 권사님이 계신다. 언제나 넉넉한 마음의 사랑으로 어른들의 라이드 봉사와 즐거움을 위해 '레크레이션과 소품 만들기'를 담당하는 김지영 권사님 그리고 난타 연습으로 어른들의 몸과 마음을 유쾌하게 해주시는 <한미노인회> 회장이신 유영심 장로님이 계신다. 또한 <상록회> 모임과 <한미노인회> 모임에서 안 계시면 너무도 서운할 분이 또 계시다. 바로, <기타반주와 마술놀이>로 어른들뿐만이 아닌 언제 어느 곳에서나 남녀노소를 즐겁고 행복하게 아우르시는 주종옥 권사님이 계신다. 정말 <상록회> 어른들의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뵐 때마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 가득하다. 그 어른들의 따뜻한 덕담 한 말씀이 젊은 우리들에게 감사를 또 배우게 하는 것이다. 모임에서 뵙던 어른들이 보이지 않으면 은근히 걱정이 이는 것이다. 늘 계절마다의 샛길에서 아프지 마시고 강녕하시길 늘 기도한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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