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에 화랑이 있었던 처럼 우리나라 모든 고대국가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도와 그 무리들이 있었다. 배달에는 제세핵랑이 있었고, 고조선에는 국자랑이 있었으며, 북부여에는 천왕랑이 있었다. 그리고 고구려에는 조의선인, 백제에는 무절이 있었고, 고려에도 선랑, 국선 등이 있었다. 다만 후세들에게 신라의 화랑에 관한 기록이 더 많이 전해오기에, 때로는 화랑(과 유사한)제도는 신라에만 존재했던 것으로 오인할 수도 있다. 삼국사기 총 50권 중에서 10권(41~50권)이 인물열전인데 대다수가 신라의 영웅호걸들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3권이 김유신에 관한 내용이다. 이런면에서 보면 기록의 힘이 대단한 것이고,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보존과 전수이다. 만약에 삼국사기가 전해지지 않았다면 삼국의 역사는 현재 전하는 내용과는 판이하게 다를 수도 있다. 그래서 적은량의 기록물도 경시할 수가 없다. 역사는 항상 승자에 의해서 기록되고 보전되어 오고 있으니까…. 조선왕조실록 가운데서 수정실록이 있다. 예를 들어 ‘선조실록’과 ‘선조수정실록’의 내용은 많이 다르다. 특히 인물에 대한 평은 정반대이다. 실록 편찬 당시에 어느 당파가 조정의 실권을 잡고 있었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너무나도 상반되게 기록되어 있다. 선조실록은 광해군때 정권을 잡고 있던 대북파에 의해서 편찬되었는데 편협하고 ‘입맛대로’ 자파는 자화자찬하고, 다른 파는 비방만하였기에 서인이 중심이 되어 일으킨 ‘인조반정’으로 정권을 잡은 그들에게 ‘수정실록’을 편찬해야만 하는 빌미을 주었다.   

이번에는 세종의 세계世系를 좀더 자세하게 짚어본다. 

전편에서 부계에 관하여 추적했으니 이번에는 모계를 따라 가본다. 즉 어머니의 어머니, 그리고 그들은 대원신통과 함께 진골정통으로 왕비를 신라 왕실에 공급하는 인통姻統이었다. 세종의 어머니는 지소태후이다. 지소의 어머니는 보도황후이다. 지소의 아버지는 법흥왕(제23대)이다. 보도황후의 어머니는 선혜황후이며, 아버지는 소지왕(제21대, 비처왕)이다. 선혜의 어머니는 조상부인이며, 아버지는 내숙공이다. 조상부인의 어머니는 아노이며, 아버지는 눌지왕이다. 아노의 어머니는 내류이고 아버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211)  내류의 어머니는 광명이고, 아버지는 미추왕이다.212)  광명의 어머니는 아이혜이고 아버지는 조분왕이다.213)  아이혜의 어머니는 홍모이다. 홍모의 어머니는 옥모이다. 옥모의 어머니는 운모공주이며 아버지는 구도공이다(삼국사기에는 갈문왕 박이칠의 딸 술례부인이 구도의 부인으로 나온다. 운모공주는 조문국의 왕녀이다).

위의 기록이 화랑세기에 나오는 화랑의 수장, 6세 풍월주 세종의 모계 혈통으로 30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박씨, 석씨, 김씨 왕족의 여인들이 왕과 혼인하여 성골의 골품을 이어온 내용이다. 화랑세기 필사자 박창화가 아무리 족보학의 대가라 하여도 창작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대목이다. 삼국사기와도 거의 일치한다.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