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리는 "백인"이 아니다.
보스톤코리아  2017-08-21, 11:37:27 
지난주, 백인 우월단체 단원 약 3백 명이 미국 각지에서 버지니아주 샬러츠빌로 모여들었다. 이 작은 도시는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수도였던 리치먼드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다.  KKK, 신 나치, Alt Right등 극우 단체에 소속된 이들은 샬러츠빌 시 정부가 시 공원 안에 세워진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의 총사령관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 동상을 철거한다는 데 대한 반대 시위를 하려는 것이었다. 한편 이에 맞서 반파시스트 단체에서도 반대시위 계획을 짰다. 토요일 오전, 결국 두 시위대가 동상 부근에서  충돌, 폭력사태로 변하였다. 혼란 중 20세 난 백인우월주의자가 반대시위대를 향해 차로 돌진하여, 32세 여성이 사망하고 19명을 부상시킨 테러를 자행하였다. 

백인우월주의자는 백인종은 유색 인종보다 원천적으로 우수하다고 믿는다. 따라서 정치, 사회 등 여러 방면에서 타 인종보다 제도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어야 한다.  인종분리 정책을 주장한다.  유색인종의 혼입으로 자신들의 월등한 문화와 습관이 더러워지고 있다며, 다른 인종과의 결혼금지, 이민금지를 정당화하고 있다. 유대인도 다른 인종 부류에 속한다. 토요일 시위 전날 밤에 가진 횟불 행사에서 “유대인은 우리를 내 몰수 없다”, “피(백인종의 피)와 땅(백인이 세운America)”이라는 구호를 거듭 외치고 있었다. 

샬러츠빌 사태에 대하여 토요일 트럼프는 “다수의 편이 증오심과 편협심의 극한 표현 그리고 폭력행위를 최대한 규탄한다” 라고 언급하였다. 폭력시위 책임은 “다수의 편”  즉 양쪽 시위대 모두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공화∙민주 양당은 물론 여론이 트럼프의 발언을 강력히 비난하기 시작하였다. 폭력시위 자체만을 언급하고 더 큰 사인인 인종차별주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시위목적을 규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치추종자들도 포함된 인종차별주의자의 입지를 올린 폭이 되었다. 특히 반유대인 그룹을 우회적 일지라도 두둔한다는 것은 미국에서는 추호도 용납되지 않는다.  이틀 간의 고집 끝에 등 떠밀려 월요일 “인종차별은 사악한 것이다”라고 시작되는 준비된 메모를 읽으며 수정 발언을 하였다. 폭력 시위를 감행한  백인 국수주의 여러 단체인 KKK, 신 나치, 백인우월주의자 등을 하나하나 거명하며  이들은 범법자, 폭력배라며 강력히 비난한 것이다. 백악관 비서진, 정계가 한숨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발표를 하는 트럼프의 표정은 부모 억압에 눌려 할 수 없이 책을 읽고 있는 초등학생의 찡그린 얼굴이었다. 한편 수정 발언으로 크게 실망한  KKK 전임 리더는 “우리 백인이 당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점을 기억” 하라는 트윗을 올렸다. 

하루 내내 심기 매우 불편했을 트럼프의 속 마음이 화요일 기자들과의 설전(?)에서 시원하게 들어 났다. 매우 흥분되고 도발적인 행동과 어조로 토요일 발언이 옳았다고 다시 주장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적절했던 월요일 발언을 통째로 뒤집었다. “양쪽 시위대가 몽둥이를 휘두르는 폭력시위를 하였다. 동상제거 반대 시위자 중에 신 나치 단체 대원이 아닌 다수가 있었다. 양편 시위자들 아주 괜찮은 사람이었다. 조지 워싱톤, 제퍼슨 대통령도 노예를 소유하였는데, 이들의 동상도 제거할 것인가” 자신의 토요일 발언으로 쏟아진 비난에 대한 화풀이였지 대통령으로서의 변이 아니였다.    

희비가 엇갈렸다. 정계, 특히 공화당 쪽은 다시 심도 높게 반박하고 나섰다. 보수계 신문인 월스티리트는 트럼프의 정치적 고립을 예견하고 있다. 대기업 회장들로 구성된 대통령자문단으로 부터 항의 사임이 줄을 이었다. 결국 2개 자문단이 자체로 문 닫았다. 반면 백인우월론자 단체 리더들은 진실을 밝혔다고 고마움을 연발하고 있다. 수십 년만에 처음  대대적 시위를 치렀다. 한편 곳곳에 은둔하고 있는 지지자들이 다수 있다는 점도 확인하였다. 트럼프의 묵시적 지원도 받았다. 샬러츠빌 시위로 용기백배다. 앞으로 최소한 7개의 시위계획을 발표하였다. 대통령의 대응에 따라 심한 역풍으로 더 시끄러워 질 수도 있겠다.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태어났다”. 1776년 미국 독립 선언문에 명시되었다. 1862년 링컨 대통령은 노예해방을 선포하였다. 마틴루터 킹 목사는 인권해방 투쟁을 1955년에 시작하였다. 1965년 케네디 대통령이 기초한 새 이민 법이 발효되 우리 한인에게도 이민 문호가 열렸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에 대한 속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멕시코가 범죄자와 강간범을 보낸다”는 선거 구호는 꼭 멕시칸만을 지적한 것이 아니었다. 2017년 미국 대통령에게는 아직은 우리는 “백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꿋꿋하고 당당하게 성공적인 삶을 이룰 것이다. 


윤희경
보스톤봉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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