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하얀 손수건
보스톤코리아  2017-06-12, 10:53:32 
  하얀 손수건. 트윈폴리오가 불렀다. 그게 육십 년대 말일게다. 젊은 윤형주와 송창식이 듀엣으로 등장했고, 이 노래를 들고 나왔다. 나역시 사춘기 무렵 흥얼흥얼 따라 불렀다. 가사는 쉽기도 한데, 여학생을 사귈 틈도 없었다. 그러니 헤어지자는 통보通報도 받지 못했다. 당연히 하얀손수건은 없었다. 노래만 감미롭다. 

헤어지자 보내온/그녀의 편지 속에
곱게 접어 함께 부친 하얀 손수건
그때의 눈물 자욱 사라져 버리고
흐르는 내 눈물이 그 위를 적시네
(하얀 손수건, 2절)

  국민학교에 입학 할 적이다. 어머니는 왼쪽 앞가슴에 하얀 손수건을 달아 주셨다. 그건 학교에 들어갔다는 표식이었다. 어린마음에도 자랑스럽고, 설랬더랬다. 손수건은 굵은 옷핀으로 곱게 접혔는데 너무 큼직해서 가슴에서 거의 허리까지 내려왔다. 수건을 달아 주면서 어머니가 당부하신 말씀. 손을 씻은 다음은 물론이다. 코가 나오면 이 수건으로 닦아야 하느니라. 그렇다고 어머니의 당부 말씀을 들었을리 없다. 손을 닦는 일은 좀체로 없었기 때문이다. 코가 흘러내리면 소매로 문지르는게 더 빨랐다. 팔소매는 너나 할 것없이 모두 번질 거렸다. 눈물대신 콧물이었던 거다. 

  누가 탄성을 지르며 말하는 걸 들었다. 88 올림픽이 끝나고 한국에서 제일 크게 변한 것? 화장실 문화.  그 서울 올림픽이 끝나고 몇 년 후이다.  모처럼 한국을 방문했다. 외출준비 할적에 어머니는 손수건을 내놓으셨다. 오랫만에 보는 곱게 접힌 손수건이었는데 생소했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아들과 헤어지자는 뜻은 아니었다. 남자나 여자 모두 손수건이 필요할 적이었던 거다. 화장실 휴지도 귀할 적이었으니 말이다.  음식점 식탁에도, 가정집 안방에도 화장실용 두루마리 휴지가 버젓이 올라와 있을 적이다. 미국에선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 걸 본 적이 드물었다. 

  화장실 이야기 나왔으니 한마디 더 해야겠다. 좌남우녀左男右女. 유홍준교수가 쓴 책에 나온다. 남남북녀南男北女란 말은 들어봤다. 그런데 좌남우녀라는 말은 생소하다. 남자화장실은 왼편이어야 하고 여자화장실은 오른편이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글을 읽고 미국도 그런가 한동안 유심히 살폈다. 행여 병자病者취급 받지나  않을까 은근히 걱정하면서 말이다. 미국은 대충 반반 섞여 있었다. 건축전문가에게 물어봤다. 황당한 질문인양 당황해 했다. 대답만 명쾌하다. 'I don't know.' 그저 편의에 따라 좌우 구별없이 짓는 모양이다.

  유교수의 비탄(??)에 찬 글 한 구절이다.  '아, 정말로 슬픈일이다. 어쩌다 이 시대 문화능력이 변소하나 제대로 짓지 못하는 실력이 되고 말았는가?' 한마디 해야겠다. 화장실에서 조차 좌우를 따지는 그가 좌인지 우인지 그건 내 관심밖이다. 하지만 그는 시니컬한건 분명하다. 화장실을 사용하고는 페이퍼타올이든 손수건이 필요하다. 그것만 내가 안다.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리라 (창세기 13:9)


1.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그의 책은 재미있게 읽었다. 눈에 거슬리는 몇부분을 제외하고 말이다.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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