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사과나무
보스톤코리아  2017-05-08, 11:35:11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스피노자). 사과만큼 회자膾炙되고, 사랑받는 과일은 없을 것이다. 국민과일이다. 사과꽃과 벚꽃은 구별이 쉽지는 않다. 그런데 그 나무에서 사과가 달린 다는 걸 내가 안다. 꽃은 구별할 수 없어도 선험先驗에 따라 그걸 인지認知하고 있는거다. 철학적 이야기 같기도 한데, 오늘도 다름없이 객설客說이다. 류시화 시인이다. 

아주 가끔은/사과나무 아래 서 있고 싶다.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들이
두 팔을 벌리고 서있는/사과나무 밭
내가 아직 어린 소년이어도 좋고
사과나무처럼 늙은 뒤라도 좋으리
가끔은 그렇게/사과나무 아래 서 있고 싶다.
(류시화, 사과나무)

  중학교 때 배웠을 게다. 뉴우턴과 만유인력의 법칙의 뒷 이야기이다. 사과나무 아래서 사과가 떨어지는 걸 보고 중력을 발견했다는 거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도대체 사과가 떨어지는 것과 만유인력의 법칙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의아해 했다. 아이들에게 과학을 쉽게 이야기 해준다고 했다. 아이들이 혹시 모두 사과나무 아래로 달려가는 사태는 없을 것인가? 아이들 모두 뉴우턴을 넘어 류시화 시인이 되는 거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헷갈린다.

  미국 중학교 과학시험 문항이다. ‘지구상에 가장 강력한 힘은 무엇인가?’ 한 학생이 답했다. ‘사랑(Love)’. 당연한 듯 영점 처리됐다. 윤리시험이라면 옳은 답이었을 텐데 불행히 과학이었다. 중학교 과학에서 가장 강력한 힘은 중력重力이다. 뉴우턴의 만유인력의 법칙과 마주보고 있는데, 학생의 답만 갸륵하다. 

  스티브 잡스는 왜 회사이름을 애플로 지었는가. 미국 어느 고등학생의 에세이 이다.  ‘어느날 스티브 잡스가 회사 이름을 짓느라 골몰하고 있었다. 잠시 머리를 식힐겸 사과 과수원을 거닐었다.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걸 봤다. 떨어진 사과는 벌레 먹은 사과였다. 옳지. 바로 이거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라 이름지었다. 그리고 로고로 누가 한입 베어 먹은듯한 사과로 정했다.’ 뉴우턴과 스티브 잡스가 적당히 섞여 융합이요, 통섭이고, 인문학적 발상이라 해야겠다. 학생의 시험답안은 기발한데, 반드시 황당하다 할 수만은 없다. 

  적당히 황당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했다. 가벼운 증세의 엉뚱한 사람들이다. 스피노자도 뭔가 달랐던 모양이다. 덕분에 유대인사회에서 왕따 당했다. 이번 한국대통령은 적당히 황당한 분인가? 세상을 당기는 힘이 있을 것인가? 그런데 밀고 당기는 힘보다는 사랑이 먼저가 아닌가 싶다. 사과같은 사랑말이다.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銀 쟁반에 금金 사과니라’ 
(잠언 25:11)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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