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고바우 영감
보스톤코리아  2017-02-06, 13:44:51 
  신문은 읽는게 아니다. ‘신문을 본다’ 라고했다. 고바우영감. 동아일보에 실렸었다. 사회면 왼편 웃자리에 4단 만화였다. 신문을 펴들면 만화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고바우영감의 한마디는 언제나 날카로웠다. 자주 혀를 찼고 기막혀 했으며, 놀라 그의 한가닥 머리카락이 꼬부러졌다. 만화도 신문처럼 본다고 말한다. 

  작년 11월 모某일, 한국 중앙지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韓자장면 맛 본 중국인들 “맛이 왜 이래…짬뽕은?”.  인터넷 버전 기사라 해도 그렇다. 이 기사가 일면에 실렸다. 차라리 아니였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다. 또 있다. 한창  탄핵 말이 나올적이다. 논설위원의 글 제목이다. ‘탄핵으로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소월素月도 역정낼 것이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논설위원의 글제목 치고는 치졸하다. 유치하다 해야 하나. 우습지도 않은 제목 덕에 아예 정나미가 떨어졌다. 시인 김수영이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오십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이십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서며 중에서)

  고등학교 적이다. 국어나 일반사회 선생님들은 신문사설을 읽으라 요구했다. 골치아픈 내용일테지만 그래도 읽어야 하나 보다했다. 그때 선생님께 들은 말이 있다. 양비론兩非論. 정부여당도 그릇됐고, 야당도 잘못한다는 말을 슬쩍 넣었던 거다. 그래야 마치 공평한 것처럼 말이다. 그럴수 밖에 없을 때다.  

  미국신문도 크게 다를게 없는 듯 하다. 대통령 선거뒤, 뉴욕타임즈 컬럼을 몇개 주워 읽었다. 트럼프대통령에 대한 비난일색이다. 찌라시같은 허접한 글도 제법 없지않다. 심지어 힐러리 클린턴  전前후보자가 뉴욕시장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고 부추긴다. 출마해야 하는 이유가 눈물겹다. 트럼프대통령에 대한 원한怨恨을 풀자는 거다. 소설도 이런 삼류가 없다. 그러니 뉴욕타임즈와 트럼트 대통령은 사이가 좋을리 없다. 기자가 물었다. 뉴욕타임즈를 읽느냐? 대통령 대답이 걸작이다. ‘읽는다. 그런데,  읽지 않는다면 이십년은 더 살수 있겠다.’

  고바우영감은 오늘 한국을 보면 뭐라 한마디 할겐가? 트럼프대통령 취임에 무슨 말을 던질 건가? 그의 머리가 또 꼬부라질 건가? 그나저나 고바우영감도 많이 늙었을 거다. 안녕하신가? 

네 눈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누가 6:41)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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