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큰바위 얼굴
보스톤코리아  2017-01-30, 14:40:24 
  내일 모레가 벌써 설날이다. 며칠 후면 입춘이다. 겨울이 성큼 물러서는 듯 싶다. 이번 겨울 잘 지내고 계신가. 이 겨울 광화문 글판이다. 

열려있는 손이 있고
주의 깊은 눈이 있고
나누어야 할 삶, 삶이 있다.
(2016년 겨울, 광화문 글판)

  큰바위 얼굴. 나타니엘 호손이 쓴 단편소설이다 . 중학교때인가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다. 내용이야 교훈적이니 밍밍하다. 줄거리도 간단하다. 산골소년 어네스트는 산위의 바위, 큰바위 얼굴 쳐다보고 자란다. 큰바위 얼굴 바위에는 전설이 있다. 미래에 큰바위의 얼굴과 같은 훌륭한 인물이 나타날 것이다. 어네스트가 자라면서 성공한 상인, 전공이 많은 퇴역군인, 언변이 화려한 정치인이 차례로 귀향한다. 그런데 그들 모두 기다리던 큰바위 얼굴은 아니었다. 번번히 실망하며 세월이 흐른다. 나이 들어 늙어 가면서, 어네스트는 저명한 시인과 교류한다. 시인은 어네스트를 향해 말한다. 마지막 장면이다.  ‘어네스트씨야 말로 큰바위 얼굴 입니다.’ 그동안 어네스트는 평범하지만 성실하고 올바르게 살아왔다. 어네스트는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 
  
 반기문 전前유엔 사무총장이 임기를 마쳤다. 임기는 성공적이었는지 그건 모르겠다. 대과大過는 없었지 싶다. 그가 한국으로 금의환향했다. 공항이 환영인파에 난장판이 되었다고 했다. 기사를 읽으며 큰바위 얼굴을 기다리던 사람들과 다름이 없지 싶었다. 지지 환영객들이 환호하고 열광했다 했으니 말이다. 반총장이 큰바위 얼굴인가?

  반기문 총장의 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했다는 말이다. ‘사내는 일찍 집에 돌아와서는 안된다.’ 그저 밖으로 나다녀야 한다는 말이다. 일찍 귀가 한다면 동네 수퍼 주인이 흉볼적이다. 새벽에 출근했다가 밤늦은 시각에 귀가 하는 일이 다반사였으니 말이다. 그 시대엔 상사上司도 밤늦게 까지 일하는걸 당연시했다. 

  미국 영화 인턴이다. 인상깊은 대사가 몇있다. 은퇴후 다른 회사에 시니어 인턴 으로 취업하고자 한다. 면접에서 자기소개로 했던 말이다.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작은 일에도 성실한 사람. 시니어 인턴은 직장상사上司를 만나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사가 퇴근하기 전엔 먼저 퇴근하지 않는 시대에 일했던 거다. 미국이라고 직장문화가 한국과 확실히 다르지는 않았다. 반기문 총장도 시니어 인턴과 같은 세대이다. 이 인턴이 어네스트인가? 하긴, 한국에선 인턴을 구하는 건 아니다. CEO를 찾고 있다. 
  
 복고적 민족주의라고 흔히들 말한다. ‘Great America, Again’. 구 소련의 재건. 중화민족의 부흥. 제2의 명치明治유신. 세력과 세력이 부딪쳐 굉음을 내는 격랑이 인다. 반기문 총장은 성실한 외교 공무원이었던건 잘 안다. 그가 과연 높고 거센 파고를 헤쳐 나갈 수있는 조타수인가. 그가 상처받은 한국민을 어루만져 안아 줄수있을까. 그가 진정 우리가 기다리던 큰바위의 얼굴일텐가. 그가 삶을 나눌 수있을 것인가?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른듯 싶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는) 선지자보다도 훌륭한 자니라 (누가: 7:26)

1.  나타니엘 호손은 세일럼 출신이다. 콩코드 올드맨즈 에서 작품을 썼다고 했다. 뉴잉글랜드 지역에 이사오기 전까지, 큰바위의 얼굴이 이곳에 있는줄 몰랐다. 
2. 시니어 인턴은 실버인턴으로 번역할 수있을까.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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