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블랙힐즈를 둘러싼 토지 소유권 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UN도 블랙힐즈 반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실상을 파악하기 위하여 특사(United Nations Special Rapporteur )를 2012년에 미국으로 파견했다. 아나야(James Anaya) 특사는 UN의 원주민인권선언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하여 12일간 인디언 거주지역을 방문했다. 아나야는 일곱 개의 주에서 인디언 부족 대표들을 만나고 행정부 관리와 상원 인디언문제상임위원회 소속 상원의원들도 만났다. 아나야는 2012년 9월에 블랙힐즈를 수우 인디언에게 돌려줄 것을 잠정적으로 권고하였으나 그의 최종적인 공식 보고서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필자가 이 책을 한창 준비하던 2014년 11월 3일 메인 주에 있는 피놉스코트(Penobscot) 인디언 보호구역을 찾아 프란시스(Kirk Francis)추장을 만났는데 그로부터 옛 부족의 땅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원래 대부분의 메인 주 땅은 피놉스코트를 포함한 인근 인디언 부족들의 소유이었으나 식민지 시절과 신생독립국가 시절에 수많은 허울 좋은 조약에 의하여 땅의 대부분이 백인들에게 넘어가고 지금은 쥐꼬리만큼 남아있는 형국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백인들이 인디언의 땅을 뺏어가는 과정에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1790년에 제정된 인디언거래법(Indian Intercourse Act)에 의하면 인디언의 땅을 부족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팔 경우에는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었으나 1794년에서 1833년 사이에 대부분의 부족 소유의 땅을 주정부에 할양하는 과정에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어 다른 관련 부족과 연합하여 연방정부를 상대로 클레임을 제기하였다. 소송에 관련된 땅은 메인 주 전체의 60%에 달하였다고 한다. 1980년 10월 10일 의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어 최종 타결됨으로써 81.5백만 달러의 배상금을 받아냈고 그 돈으로 부족의 땅을 더 사들였다고 한다. 이와 유사한 땅을 둘러싼 인디언과 연방정부간 분쟁은 무수히 많이 있어 왔다. 대부분의 경우 인디언에게 유리하게 결론이 나긴 했지만 아직도 최종결정에 이르지 못하여 계속 다툼을 벌리고 있는 인디언의 토지 클레임 사건이 많이 남아있다.

인디언들은 오랜 세월 동안 지역과 부족에 따라 다양한 종교의식과 축제를 열어왔는데 1883년 인디언담당국의 행정명령(Code of Indian Offenses)에 의거 전통신앙 행사는 전면 금지되었다. 이후에 부분적으로 금지 조치가 풀리기는 했지만 1978년에 와서야 ‘인디언신앙자유법(American Indian Religious Freedom Act)’ 제정으로 완전한 신앙의 자유를 얻게 되었다.  

선 댄스는 북미의 일부 인디언들, 특히 평원 인디언들에 의하여 행해지는 종교 행사이다. 보통 일 년에 한 번씩 하지에 4일 내지 8일간에 걸쳐 치러지는 이 행사는 평원 인디언의 가장 중요한 의식으로서, 댄싱, 노래, 단식, 그리고 때로는 자학(Self Torture) 등의 행사가 이루어진다. 일몰에 행사가 시작되고 일몰에 행사가 끝나는데, 이는 우주 만물은 모두 상호 의존하여 존재하고 있으며 삶과 죽음이 영원히 계속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선 댄스에서는 두 종류의 동물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먼저 독수리는 가장 신성한 동물로 숭배되었는데 그 이유는 독수리는 높이 날아올라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과 신(Wakan-Tanka; 인디언의 정령)을 연결하는 전령사 역할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용감하고 재빠르고 힘이 세며 세상의 모든 지혜를 다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행사 중에 주술치료사(Medicine Man)는 독수리의 털로 병자를 고치는 일도 하였다.

행사의 주인공은 단연 들소(Bison, Buffalo)이었다. 평원 인디언의 생활은 들소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었다. 그들은 들소로부터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얻었다. 식량, 의복, 주거천막, 파리채를 포함한 각종 도구들, 심지어 어린이 장난감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들소는 선 댄스에서 특별한 칭송과 축복을 받았던 것이다. 들소의 머리 해골은 선 댄스의 제단으로 모셔지고 귀와 코 구멍은 풀로 채워진다. 인디언들은 사람이나 동물 모두 뼛속에 영혼이 있다고 믿었다. 뼈에 새 살이 붙어서 새 생명으로 태어난다고 믿었다. 들소가 없는 세상은 인디언에게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감사의 예를 표하고 들소를 영물로서 숭배하며 들소의 부활을 축원한다. 가슴살에 구멍을 내어 줄에 매달아 스스로 고통을 불러오는 의식 또한 재탄생을 의미한다. 고통은 죽음이며 이를 이겨냄은 부활을 상징한다. 선 댄스를 수행하는 사람과 들소와 세상 만물이 다 함께 육신으로 또 정신적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믿었다. 1904년 미국 정부는 선 댄스를 법에 의거 금지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족들은 은밀히 선 댄스를 유지 계승해 왔다.

(다음 호에 계속)

김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