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아름다운 실패
보스톤코리아  2016-11-21, 14:08:51 
  아주 어릴 적이다. 신문을 보고 계시던 선친이 내게 물으셨다. 이 한자가 무엇이냐? 수택동手澤東. 내 대답에 선친은 빙긋이 웃으셨다. 그리고 말씀했다. 수택동手澤東이 아닌, 모택동毛澤東이다. 수手와 모毛는 글자 모습이 비슷한데 다르다. 어린 내 눈에는 그게 그거였다. (내게는 아직도 모택동은 모택동이고, 등소평鄧小平은 등소평이다. 마오쩌뚱이 아니며, 덩사오핑이 아닌거다. 옛날에 살고 있는데, 원어로 발음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공칠과삼功七過三.  등소평이 모택동을 평가할 적에 했던 말이다. 잘한 일이 칠할이고, 과실은 삼할이란 말이다. 그저 하기 좋은 말이고, 모택동이 등소평에게는 우상이 필요했기 때문일게다. 숫자에 과학적 근거는 없어 보인다. 수량화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과가 삼할인데, 모택동 덕분에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아름다울 수는 없다. 

온몸으로 /관절을 푸는 가을 
낙엽 한 잎 
한해를 저물게 하고 있다.

앙상하게 무너져 내리는 
아름다운 실패여.
(권성훈, 아름다운 실패)

  1984년 중국 천안문 광장에서 기념식이 열렸다. 등소평이 참석했다. 북경대학생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나왔다. 현수막은 엉성했는데, 글의 내용은 친근했다. 소평니호小平您好. 

 내 방식으로 번역한다. ‘소평영감, 안녕?’. 천진스럽고,  정감이 가는 애교이다. 몇년후  천안문 유혈사태가 터졌다.  중국군의 발포로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이것도 아름다운 실패인가? 당시 등소평 영감이 주석主席이었다.  
  
후세의 역사가들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한국의 대통령은 아직 임기중인데, 글쎄, 공칠과삼이라 할 것인가. 공삼과칠라 할까. 임기가 끝나고 한참을 더 기다려야 정당한 평가가 나올 것이다. 여전히 정량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단지 정성적 평가일 것이다. 중국엔 모택동도 주은래도 등소평도 모두 존경을 받는 모양이다. 모택동 사진이 천안문 앞에 높고 커다랗게 걸려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도 끝났다. 헛것을 보고 참으로 오해하는 건 아니기를 빈다. 선택이 아름답기를 간절히 바라는 거다. 당선된 미국 대통령은 공功만 가득하길 기원한다. 아름다운 성공을 위하여. 

너희중에 큰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 (마태 23:11)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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