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륙 인디언의 역사 : 20. 새 길을 찾아서 (4)
보스톤코리아  2016-11-21, 13:49:44 
인디언의 날(Heritage Day) 제정
거의 100년 전부터 인디언 기념일 또는 기념기간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있어왔고, 실제로 주 별로 적절한 날을 택하여 나름의 기념행사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1990년 부시 대통령이 의회의 결의에 근거하여 11월 한 달을 ‘인디언 유산의 달(National American Indian Heritage Month)’로 지정하여 이후 매년 이를 지켜오고 있다. 2008년에는 의회가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다음날을 ‘인디언 유산 기념일(National American Indian Heritage Day)’로 지정하고 이날을 공휴일로 만드는 법률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서명하였다. 

성공회, 발견의 원칙(doctrine of  discovery) 부인
미국성공회(Episcopal Church)는 2009년 7월 8일 캘리포니아의 애너하임(Anaheim)에서 개최된 제76차 총회에서 기독교계에서는 처음으로 ‘발견의 원칙을 반박하는 결의안(Repudiate the Doctrine of Discovery)’을 채택했다. 성공회 측은 이 결의안이 가히 인디언의 인권회복에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이며 미국 정부로 하여금 UN원주민인권선언에 서명하도록 만드는 압력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19세기 중 인디언의 권리를 부정했던 연방대법원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고 연방의회가 인디언 나라에 대하여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그릇된 가정을 바로 잡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이 결의안을 준비했던 사람들은 주장하였다. 성공회의 이번 결의는 ‘발견의 원칙’에 대하여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소위 ‘발견의 원칙’은 15세기말부터 시작된 제국주의 시절에 로마교회의 교황과 유럽 내 왕국의 군주들이 발표한 칙령에 근거하여 비 기독교인들의 땅은 먼저 발견한 기독교 국가가 주인이 되고 그 땅에 거주하는 원주민을 죽이거나 노예로 만들고 자원을 강탈할 수 있다는 원칙으로서 미대륙 원주민에 대한 박해의 국제법적 기초를 제공하였다. 이 발견의 원칙은 예수의 복음에도 근본적으로 배치되며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하나님으로부터 인권을 부여받았다는 믿음에도 어긋난다고 이 결의안은 정면으로 비난하였다. 

발견의 원칙(Doctrine of Discovery)
교황 니콜라스5세(Pope Nicholas V)는 1455년 일찍이 대항해 시대를 연 포르투갈의 왕 아폰소5세(Afonso V)의 요청에 따라  포르투갈이 발견한 모로코의 케이프 보자도르(Cape Bojador) 이남의 아프리카 땅은 모두 포르투갈의 소유로 인정하는 칙령(papal bull Romanus Pontifex)을 선포하였다. 포르투갈이 유럽국가 중에서 가장 먼저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서 인도로 가는 바닷길을 개척해 나가자 스페인은 앞서가는 포르투갈을 단숨에 따라잡기 위한 큰 도박을 벌였다. 스페인은 콜럼버스를 통하여 대서양을 가로질러 곧장 인도로 가는 모험적 항해를 실행에 옮겨 1492년 10월 12일에 성공을 거두었다. 스페인의 페르디난드 왕과 이사벨 여왕(King Ferdinand and Queen Isabella)은 스페인 출신 알렉산더 6세 교황에게 콜럼버스가 발견한 땅을 스페인 영토로 인정해 주기를 요청하였다. 교황은 1493년 5월 4일 칙령(Inter Caetera)을 발표하여 서경 38도선을 기준으로 서쪽으로는 스페인 영토로 또 그 동쪽은 포르투갈의 땅이라고 선언하였다. 포르투갈은 이 기준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하여 스페인과 협상을 벌여 1494년 6월 7일 토르데시야(Tordesillas)조약 체결을 통하여 기준선을 서경 46도선으로 조정하였다. 이 기준으로 인하여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되었고 나머지 모든 중남미는 스페인의 식민지가 된 것이다.

뒤늦게 대서양 항해시대에 뛰어든 영국의 경우에는 교황의 칙령에 구속받지 않고 독자적인 원칙을 내세웠다. 영국은 로마 가톨릭과 대립각을 세워 오다가 급기야는 1534년 헨리 8세 왕은 영국 교회를 로마교회로부터 독립시키고 본인 스스로 영국 교회의 수장에 올랐다. 따라서 영국은 절대적 권능의 원천을 로마교황이 아닌 영국의 왕에서 찾았다. 영국식 발견의 원칙은 국왕의 특허장이나 위임장을 가지고 먼 바다로 나가 새로운 땅을 찾게 되면 영국령이 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런데 교황이든 영국 왕이든 그 절대적인 권능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당연히 하나님으로부터 받았다고 이야기하겠지만 오늘날의 잣대로 보면 설득력은 전혀 없다.  하나님은 영원하시고 불편무사하시고 언제나 선하시고 옳으시나 하나님의 진리가 인간의 왜곡된 목적에 오용되는 경우에는 일찍이 스피노자가  말하였듯이 하나님의 진리 또한 왜곡을 피할 수 없게 되는 법이다. 이 황당한 왜곡된 하나님의 뜻으로 인하여  미대륙의 원주민과 아프리카 흑인들에게 인류의 역사에서 지우고 싶을 정도로 치욕적이고 비극적인 일들이 얼마나 많이 벌어졌는가?

1823년에 있었던 ‘존슨 대 맥킨토쉬 사건(Johnson v. M’Intosh)’에서 연방대법원은 이 발견의 원리를 원용하여 인디언들은 땅을 점유만 하고 있을 뿐이며 땅에 대한 완전한 소유권은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땅을 타인에게 마음대로 팔지 못하며 영국 국왕으로부터 모든 권능을 승계 받은 미국 정부만이 원주민 토지거래의 매매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판례는 두고두고 원주민의 땅과 재산을 가로채는 데에 법적인 명분으로 사용되었다. 비록 인디언이 조약체결을 통하여 땅을 미국정부에 매도하는 형식으로 땅을 넘겨주더라도, 유일한 땅 매수자인 미국정부로부터 제 값을 받아낼 리가 없다. 당연히 터무니없는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졌을 테니 실질적으로는 강탈과 오십보백보인 셈이다. 
(다음 호에 계속)


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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