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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사다함의 아버지 구리지에 관하여 좀더 자세하게 살펴본다. 구리지의 아버지는 비량공이고 어머니는 법흥왕의 후궁 벽화후碧花后이다. 벽화는 소지왕이 날이군(현 경북 영주)에서 데려온 당시 신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소지왕이 죽은(죽임을 당한?) 후 지증왕이 왕위에 올랐으며, 다음 왕인 법흥은 지증의 아들이다. 소지왕의 후궁이었던 벽화를 소지왕이 죽은 후 김원종(법흥왕의 휘)이 태자시 차지했다. 비량공은 마복칠성 중의 한 명이며 법흥이 왕위에 오른 후에도 많은 총애를 받았다. 그런데 이 비량공이 신라 최고의 미인 벽화를 그것도 왕의 후궁을 사모했다. 그래서 그는 후后를 만나기 위하여 그녀가 사용하는 뒷간에서 기다리곤 하였다. 마침내 통정을 하여 낳은 아들이 구리지이다. 법흥왕은 이 사실을 다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행동을 나무라거나 금하지도 않았다. 구리지는 뒷간에서 태어났기에 부쳐진 이름인데 그는 이름과는 다르게 벽화처럼 아름답게 생겼고 담력은 비량공같이 컸다. 구리지는 나중에 숙위두상宿衛頭上의 자리에 올랐다. 구리지도 법흥왕의 후궁인 금진낭주를 사모하여 천주사라는 절에서 5년 동안이나 발원기도를 하였다.

법흥왕이 죽은 후 금진은 출궁되어 문상에서 외롭게 홀로 살았다. 5년 동안이나 부처에게 발원한 효험이 드디어 나타났다(?). 구리지는 즉시 젊은 금진을 찾아가서 많은 낭도들이 원화로 받들기를 원한다면서 그 계책을 일러주곤 하였다(그 당시 원화 남모공주가 또 다른 원화 준정에게 살해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왕궁은 물론 월성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하지만 금진은 원화가 되지 못했다. 지소태후(진흥왕의 어머니)가 ‘남모와 준정의 사건’을 계기로 원화제도를 폐지하고 화랑을 설치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금진은 구리지의 아내가 되어 토함과 사다함 그리고 딸 새달을 낳았다.

구리지에 관한 기록은 삼국사기에는 사다함 열전에 이름만 보인다. 열전 앞부분만 보면 “사다함은 그 계통이 진골 출신으로 나밀왕의 7세 손이며, 부친은 구리지 급찬이다…. 단지 그의 이름 석자와 관등만 달랑 나온다. 그외 어디에도 구리지의 기록은 없다. 그런 반면 화랑세기에는 그에 관한 기록이 방대하다. 위의 기록과 같이 출생에 얽힌 비화부터 죽음까지 자세하게 나온다. “구리지는 장군 주령朱玲을 따라 출정하여 독산에서 죽었다”. 이것은 화랑세기(사다함전)의 기록이다. 그럼 삼국사기에 나오는 ‘독산성 전투’186) 의 기록을 한 번 보자. “9년2월에 고구려가 예인穢人과 함께 백제의 독산성을 공격하였다. 백제가 구원을 청하므로 왕이 장군 주령을 보내어 굳센 병사 3,000을 거느리고 치게 하였는데, 살획함이 매우 많았다”(삼국사기, 신라본기4, 진흥왕9년). 그리고 백제 본기(권4, 성왕26년)의 기록에는 “26년 정월, 고구려왕 평성(양원왕)이 동예와 함께 한북 독산성을 치니, 왕이 사신을 신라에 보내어 구원을 청하였다.

신라 장군 주진朱珍에게 명하여 갑졸 3,000명을 거느리고 떠나게 하였다.주진이 밤낮을 겸행하여 독산성 아래에 이르렀다. 고구려병과 일전하였는데, 이를 크게 파하였다.” 그리고 고구려 본기(양원왕4년) 기록에는 “4년 정월, 동예의 병사 6,000명과 함께 백제의 독산성을 쳤으나, 신라장군 주진이 와서 백제를 구원하였으므로 이기지 못하고 물러났다.” 화랑세기에는 장군의 이름이 주령으로 나오고, 삼국사기에는 주령과 주진으로 기록되어 있다. 분명한 사실은 고구려가 속국인 예穢의 병사까지 동원하여 백제를 공격했지만, 신라 장군 주령의 활약으로 패했다는 것이고, 이 전투에 구리지가 주군 주령을 따라 출전하여 전사하였다. 그리고 부인 금진낭주는 남편 구리지의 용양신龍陽臣 설성을 침실로 불러드렸다. 그들 사이에서 설원랑이 태어났다.

구리지의 용양신 설성은 후일 이사부가 가야를 정벌할 때 출전하여 전사하였다. 이때 사다함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출전을 간청하여 혁혁한 무공을 세웠다. 용양신, 화랑세기에는 특정 인물을 용양군 또는 용양신으로 일컬은 사례가 세 차례 나온다. 어원과 같이 과연 남색南色을 뜻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구리지 또한 양성애의 성향을 가졌다고 볼 수 밖에 없다.

186) 독산성은 경기도 오산시 지곶동에 있는 삼국시대의 성곽이다. 축성연도는 명확하지 않으며, 1964년8월29일 사적 제140호로 지정되었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권율장군이 지휘하는 부대가 이곳에서 임진년 마지막 전투를 승리로 장식하였다. 그 여세를 몰아서 이듬해 행주산성에서 대승하여 행주대첩은 임진왜란의 3대 대첩 중의 하나가 되었다(행주대첩 – 권율, 한산도대첩 – 이순신, 진주대첩 – 김시민).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삼국사절요,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신라속의 사랑 사랑속의 신라(김덕원과 신라사학회, 경인문화사)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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