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색맹色盲 |
보스톤코리아 2016-11-07, 12:28:32 |
세월은 가지말라 해도 잘도 간다. 계절은 바뀌지 말라 해도 잘도 바뀐다. 그래서 그런가 한창 가을이 깊어 간다. 오히려 가을을 건너뛰고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 하다. 계절은 버리고 떠난 지난 여름을 아예 기억하기 싫은가 보다. 지난 여름 푸르던 색色은 완전히 소멸되었다. 그렇다고 투명해 진건 아니다. 여름색은 붉은 가을빛깔로 치환되었다는 말이다. 단지 몇가락 푸른색 잔재만 지난 여름을 간신히 증거한다. 보스톤의 가을은 여름의 빛깔이 바랜 대신,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이다. 너무 눈이 부셔 눈을 뜰 수도 없다. 누구의 표현대로, '불타는 장관'을 보여준다. 단풍은 이제 낙엽되어 떨어진다. 텅빈 나뭇가지만 차츰 썰렁해진다. 비우기 위해 단풍은 그토록 죽을 힘을 다해 버텼던가. 사그러 들기 위해 붉은 빛을 뿜어냈단 말인가. 성급히 떨어진 낙엽은 누렇다 못해 오히려 회색빛이 감돈다. 비우고 버려지는 색깔로 변했다. 봄 산에 새잎이 난다. "어머니, 비었던 산이 /초록으로 채워지고 있어요." "정말 그렇네 /초록이 채워지는 빛깔이라면 /가을날 붉고 노란 단풍잎은 /무엇일까?" "어머니, 그것은 /비워지는 색깔이지요." "그래, 그렇구나." (하청호, 초록은 채워지는 빛깔이네) 20세기 후반, 영국 과학자 돌튼이 색맹色盲이라 했다. 붉은 색을 구별할 수없다고 했다. 붉은색은 초록이 낀 엷은 황색으로 보였다던가. 글쎄, 물리학을 했기에 망정이지, 화학을 공부한다 했다면 문제가 전혀 없었을 거라 장담할 수 없다. 하긴 적색맹이라해도 색이 보이지 않는 건 아니란다. 붉은색은 진갈색으로 보인다던가. 그러니 색은 색이로되 남들이 보는 색과 같지 않다. 돌튼도 보스톤의 가을 짓붉은 단풍을 보고 눈을 뜨지 못했을 것인가? 삼국유사에 나온다. 선덕여왕이 아직 공주일 적이란다. 모란 그림을 보고 한마디 했단다. 모란 주위로 나비가 그려지지 않았으니 꽃에는 향기가 없다. 향기가 없을 것이란 해석엔 총명함이 반짝인다. 모란은 붉은 색이다. 선덕여왕도 붉은 색을 붉은 색으로 보았을 것인가. 한국에선 칙칙한 색깔의 소식이 들려온다. 설마 그 분도 모란은 붉은색으로 볼테지. 행여 그 양반도 남들도 다보는 색을 달리 보는 건 아니겠지. 가을색깔은 비워야 하는 걸 알아챘으면 한다. 그리고 낙엽은 긁어모아 치워야 한다. 비에 젖는 다면 낙엽은 지저분해 보이고, 바람에 흩날리면 옆집에 폐가 되기 때문이다.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이제 곧 지저분한 색은 회색과 흰색으로 뒤덮힐 것이다. 차라리 흰색으로 온세상이 덮히는 게 낫겠다. 색맹이건 색약이건 흰색은 모두 같은 흰색으로 보일테니 말이다. 그런데 녹색맹도 있다던가? 그여자는 자주 빛과 붉은 빛 옷을 입고 (요한계시록 17:3)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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