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서동요署童謠
보스톤코리아  2016-10-03, 12:03:47 
  선선한 바람이 분다. 가을이 오긴 왔나 보다. 모두 안녕하신지.
  삼국유사에 나온다. 서동요署童謠이다. 어렴풋이나마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웠을 것이다. 아니면 한번쯔음 들어 봄직도 할게다. 전문全文 번역이다. 

선화 공주님은 
남 몰래 시집가 놓고
서동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
(서동요, 현대어 번역)

  요새 같다면, 명예훼손 죄로 벌금을 물든지 감옥에 갈 수도 있겠다. 죄없는 아름다운 여인을 괴상망칙하게 모함했기 때문이다. 정숙한 선화공주를 감히 부도덕한 여인으로 만들다니. 스토커도 이런 스토커가 없다. 괴담이라 해야 할것인가? 찌라시에 나올 법한 이야기가 시중에 떠돌았다. 듣기에 망측하고 민망한 거다. 

  현대라고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에스엔 에스라고 한다. 사회연결 서비스라고 번역한다. 무슨 일이 있다면 소식은 빠르게 퍼져 나간다. 일찍이 서동은 유언비어의 마력을 알고 있었을 터. 헛소문이 더욱 달콤하고 빠르며 효과적이라는 걸 간파했다는 말이다. 결과는 당연히 대성공이었다. 선화공주는 애꿎은 피해자 였다.

  삼인성호三人成虎란 말도 있다. 세사람이 우긴다면, 광화문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말도 사실이 된다는 뜻이다. 적극적으로 확대해석했다. 광화문에 호랑이가 어슬렁 거릴리는 없다. 그러나 몇사람이 호랑이를 봤다고 증언한다면, 듣는 사람은 그저 믿을 수밖에 없다. 여론이 무섭기는 무섭다. 소문은 빨리 퍼져나가는데 유언비어는 그럴싸하다. 매력적이고 달콤하기가 그지 없다. 앞뒤 사정이 그런바에는, 사실이 아닐지라도 사실처럼 들린다. 

  행간行間 읽는 법이란 말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이다. 내 선배들이 가르쳐준 말이다. 신문은 활자화된 내용이 아닌, 낱말 속에 숨겨진 말을 찾아 읽어 내라는 말이다. 신문은 전하고픈 말을 전할 수 없었다. 기사를 쓰는 자들은 의도적으로 쓰지 않으려 했다. 아예 눈감아 버렸다. 입은 있으되 말 할 수 없는 세상이었다. 신문은 있으나, 진실을 말하지 않는 시대였다. 읽은이에게 숨겨진 뜻을 찾아내라 강요했던 거다. 하긴, 타임이나 뉴스윅크 주간지에 실린 한국에 대해 불리한 내용은 매직펜으로 까맣게 지워졌다. 기사를 지워야 했던 사람들도 고역이었을 거다. 요새는 에스엔 에스에 돌아다니는 말도 새기고, 골라서 읽고 믿어야 한다. 열심히 실어 나르는 사람들도, 읽고 듣는 사람들도 수고롭다. 

 (사진은 닉 락크웰의 그림이다. 작가의 허가는 받지 않았다. 빨간머리가 어쩌니하는 낙서가 보인다. 내 머리 색깔은 붉은빛을 띄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아이들이 낙서장난하는 건 공통인 모양이다.) 

‘그것이 전혀 헛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린도전서 1:2, 공동번역)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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