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경주慶州 지진地震 |
보스톤코리아 2016-09-26, 12:18:09 |
시애틀에서 살 적이다. 지진괴담怪談을 들었다. 이따금 땅이 흔들릴 것이란 반갑지 않은 경고였다. 어느 해 오전, 두사람의 손님이 왔다. 그들과 미팅중었는데, 회의실 테이블이 부르르 떨렸다. 손님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눈에 잡혔다. 둔감한 나는 아직 눈치 채지 못했다. 다시 테이블이 흔들렸다. 이번엔 강도가 더 했다. 아차, 지진인가 보다. 같이 있던 일본인 동료가 말했다. ‘별것 아니다.’ 그가 지진에 도통한 말투로 주위를 안심시켰다. 그런데,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테이블이 다시 힘차게 떨었다. 벽도 울렁거렸다. 얼굴이 창백해진 손님들이 허리를 굽히는게 보였다. 테이블 밑으로 들어갈 심산이었던 거다. 일본인 동료가 외쳤다. ‘밖으로 튀어!!’. 허둥지둥 모두 밖으로 뛰쳐 나갔다. 밖에는 벌써 먼저 나온 회사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우리가 제일 늦게 나온거다. 치사한 인간들 같으니라고. 하긴 제 살기 바빴을 테니 뭐라 할말은 없다. 누가 먼저 나왔는지 기억할 수없다. 한숨을 돌렸다. 미팅에 동석했던 동료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들었다. 지진 징후가 보이자 마자 집으로 달려갔단다. 집안에 단속해야 할게 있었다나 뭐라나. 그럴땐 그가 대단히 빠르다. 내게는 첫 경험이었는데, 아직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멀미가 날 지경이었던 거다. 지진 발생시 행동요령이다. 보스톤에서야 그럴리 없을 테지만 그냥 옮겼다. 1. 지진이 발생하면 우선 테이블 밑으로 피한다. 2. 문을 열어 출구를 확보한다. 3. 전기•가스 등을 차단해야 한다. 일본 출장중이었다. 신주쿠 고층호텔에 투숙했다. 아침인데 뭔가 흔들렸다. 몸에 균형을 잡을 수없었다. 어지러움증인가? 잠을 잘못 잤나? 잠자리가 바뀌어 그런건가? 아직도 지진일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나중에 들었다. 지진이 있었단다. 자주 일어나는 일이니 별일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내게는 대단한 경험인데도 말이다. 한국신문 어느 칼럼에서 읽었다. ‘일본을 돌아다니며 만난 자연은 생각보다 웅장하고 풍요하다. 그중 상당수가 화산이 만들어낸 피조물이다. 일본이 자랑하는 육중한 산맥과 기묘한 온천이 그렇다. 자연은 혜택만큼 공포를 준다. 아름다운 일본은 불덩이 위에 떠있다. … 우리의 단단한 삶터 한반도에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느낀다.’ 고마운 한반도엔 지진이 드물다고 배웠다. 그런데, 경주지방에서 큰 지진이 났단다. 강도가 제법 높았다고도 했다. 한국에선 드문 자연재해 일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가슴이 철렁한다. 다보탑이 손상을 입었고 첨성대가 기울었단다. 센 지진이었음에 틀림없다. 인명피해가 없어 그건 다행이다. 일본은 물결치는 물위에 떠있지 싶었다. 한국에도 지진地震 물결이 닥치는가? 설마. ‘그가 땅을 그 자리에서 움직이시니 그 기둥들이 흔들리도다.’ (욥기 9: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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