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몽당연필 냄새 |
보스톤코리아 2016-07-25, 11:56:01 |
연필의 추억이란 제목이 어색하다. 자주 쓰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연필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시인 박목월은 늦은 밤이면 사각사각 연필을 깎았다고 했다. 시를 쓰기 위한 신성한 준비의식이었으리라. 소설가 김훈도 연필로 원고를 쓴다고 했다. 그는 독일제 연필을 쓴다고 하던가. 참, 그가 연필을 쥔 손 사진을 봤다. 엉성하게 쥐었는데 내가 놀랐다. 연필을 그렇게 연필을 쥐고도 작가는 잘 쓴다. 요새 아이들, 연필을 쥐는것, 젓가락 쥐는것, 모두 내 성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학교’를 좋은데서 나와야 하는가 보다. 이런건 국민학교에서 가르친다. 하긴, 컴퓨터에 익숙한 애들에게 연필을 쥐라 하는건 과한 요구인지도 모르겠다. 내 아이도 예외는 아니다. 연필을 쓰기는 쓴다만, 천연연필이 아닌 샤프펜슬을 쓴다. 아이가 연필로 쓰는 연애편지를 본 일도 없다. 다른 애들은 나무 연필을 쓰는지? 그건 모르겠다. 몽당연필을 볼펜대에 끼워 쓰는지? 버리기는 아깝고 쓰자니 너무 작아 쓸수 없는 것 아닌가. 이것도 추억이라 해야 하나? 철지난 유행가 가사의 한 대목이다. 사랑은 연필로 쓰라 했던가. 사랑도 쓰다가 틀리면 지울수 있다 했다. 몽당연필로 쓰면 더 정취가 삼삼했을터. 사랑을 쓸려거든 연필로 쓰세요 … 사랑을 쓰다가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야 하니까 (전영록, 사랑는 연필로 쓰세요.) 내 형님은 연필을 무지 잘 깎았다. 연필깎이로 깎은 건 아닌데, 면도칼로 깎았다. 연필깎이는 구경 조차 해 볼수 없었으니 말이다. 형은 두어자루 잘 깎아낸 연필을 고등학생 교복 윗주머니에 꽂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그렇게도 폼이 나더니. 나이어린 나야 도저히 깎아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뭉툭한 연필들은 필통안에서 뒹굴고 있었다. 갱지 공책에 쓴 숙제와 함께. 세월이 한참 흘러 내 스스로 연필을 깎을 수있었다. 깎을 적엔 향나무 냄새에 취하고는 했다. 잘 깎은 연필을 내 교복 윗 주머니에 넣어도 보았다. 형이 했던 걸 따라 해봤던 거다. 뾰족한 연필심에 손을 찔릴뻔 했다. 그 향나무 냄새는 아직도 코를 간지린다. 연필을 코에 대고 숨을 깊게 들여 마시는 거다. 잘 깎인 연필촉은 송곳처럼 뾰족하다. 영화 은교의 대사 한 대목이다. ‘할아버지, 뾰족한 연필은 슬퍼요.’ 뾰족한 연필은 향나무 냄새가 나기때문에 슬플 게다. 그윽한 향나무 냄새는 어린시절 그 냄새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네가 본 것과 지금 있는 일과 장차 될 일을 기록하라 (요한 계시록 1:19)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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