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마약 전쟁사 – 마약 그리고 “뉴 짐크로우”
보스톤코리아  2016-07-18, 11:47:55 
짐 크로우법 (Jim Crow Laws)  
남북전쟁의 결과로서 노예제가 폐지되고, 다시 몇 년 뒤 비준되는  수정헌법 14조는 "모든 미국 시민은 시민으로서 법앞에서 동등한 보호를 받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자는 미국시민"이라는 이 수정헌법 조항의 전제가 있기때문에,  더이상 노예가 아닌 흑인들은  백인과 다르게 취급되거나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하지만 이는 이론적인 이야기였다. 1876년 미국 대선 이후 연방정부 주도의 재건시대는 막을 내리게 되었고, 남부의 흑인들은 새롭게 획득한 시민권에도 불구하고,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리기는 커녕 심한 차별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남부의 여러 주들은 일명 "짐크로우 법"을 통과시키고, 상위법인 수정헌법 14조를 무력화시켰다. 공공기관과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흑인과 백인은  '합법적으로' 분리되었고, 이로 인해 흑인들은 경제적 기회, 교육의 기회 등이 제한되었다. 흑인들은 백인들과는 다른 학교를 다니고, 다른 좌석에 앉고, 다른 식수대를 사용하고, "개와 흑인은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앞에서 모욕감을 느꼈다. 이를 통해서 흑인들의 시민권은 사실상 2등시민 상태에 머물렀다. 

게다가 많은 흑인들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수정헌법 15조에서는 "과거의 예속상태를 이유로 미국 시민의 투표권이 제한되어서는 안된다"고 못 박았으나, 남부의 현실에서는 "과거의 예속상태"가 아닌 문맹 테스트, 투표세, 조부조항 (Grandfather's Clause: 1866년 이전에 투표권이 있었던 이, 혹은 그들의 자손의 투표권을 제한하지 않는다) 과 같은 장치를 통해 흑인들의 투표권은 사실상 박탈당한 것과 다름 없었다.

1896년 대법원은 플레시 대 퍼거슨(Plessy v. Ferguson) "분리되었으되 평등하다(Separate but equal)"는  근거를 내세워 짐크로우법을 지지했다. 1954년 브라운 판결(Brown vs. Board of Education of Topeka)이 "공교육에서의 분리는 본질적으로 불평등하다"며 플레시 판결을 뒤집고, 1955년 로자 파크스의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이 승리하면서 흑인 민권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다. 그 결과 1964년 민권법과 1965년 투표권법 등이 통과되었고, 이에 따라 짐크로우법은 폐지되었다. 

대량투옥의 시대, 그리고 뉴 짐크로우
그러나 짐크로우법이 폐지되었다고 해서 "법적으로 정당화되는" 인종간 분리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레이건 행정부시절을 시작으로하여 지금까지 약 30여년 간 미국의 교도소에는  수감자의 수가 늘었다.  가장 최근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 인구 10만명당 교도소와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인구의 수는 698명으로, 2위인 러시아의 10만명당  446명, 3위인 르완다의 10만명당 434명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특히 이 대량 투옥 (Mass-incarceration)의 시대, 흑인들의 재소자 비율은 더욱 기이하게 늘어났다.  아주 최근에 들어 백인 재소자수 대비  흑인 재소자의 수가 소폭으로 줄어들기는 했으나, 미국의 18세 이상 남성중 백인은 106명중 1명 꼴로, 라티노는 36명 중 1명 꼴로, 그리고 흑인들은 15명 중 한명꼴로  나타나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자면 흑인이나 라티노들이 백인들에 비해 범죄에 연루될 확률이 어마어마하게 높거나 혹은 더 폭력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미국은 수감자수가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높은걸까? 왜 그 중에서 흑인들의 (그리고 라티노들의) 비율이 특히 높은걸까? 미국의 전체 수감자 중 마약사범의 비율이 폭력범죄의 비율보다 높다. 2014년의 경우 마약관련 범죄로 체포된 케이스가 150만 건이었고, 그중  80% 가량은 단순한 '소지'로 인한 체포였다. 그러나 연방 감옥의 모든 재소자 중 마약관련 사범은 절반을 넘는다.  이제 또 다른 통계를 보자. 연방 교도소에서 마약과 관련 법을 위반해서 수감된 재소자중 백인의 비율은 20%, 그리고 흑인과 라티노의 비율은 각각 약40%에 달한다. (주 교도소의 경우에도 백인의 비율은 30%가량, 흑인과 라티노의 비율은 총 60%가량이다. ) 

혹시 흑인들의 마약 중독 비율이 백인들보다 훨씬 높은걸까? 오히려 반대다. 여기서 흥미로운 법. 미국은 마약의 종류와 양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으나, 경우에 따라 마약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감형 없이 최소 5년, 10년의 징역을 선고하는 최소형량제를 적용하고 있다. 재미있게도 최소 형량제의 기준이 다분히 임의적이다. 가령  효과와 성분은 별로 다르지 않은 두 약물, 크랙 코케인과 파우더 코케인의 경우. 가격이 싼 크랙 코케인은 5 그램을 소지했을 때 최소 5년형, 반면 값 비싼 파우더 코케인은 500g을 소지했을 때 5년형이다.

그런데 대량 투옥상태에 있는 흑인들 중 1/3은 마약관련법 위반이고, 그 중 80%는 단순한 소지에 의해 감옥에 수감된 사람들이라면?  사실 인종에 대한 편견은 둘째치고, 현재의 “대량투옥” 현실은 소수인종 가족의 파괴와 무관하지 않다. 흑인 어린이들은 아홉명에 한 명꼴로 부모가 수감중이다. 라티노 어린이의 경우 28명에 한명, 백인 어린이는 57명에 한명꼴로 수감중인 부모를 뒀다. 게다가 단순마약사범들이 교도소에서 오히려 폭력 전과자와 접촉하게 되거나, 출소 후 사회적 경제적 기회를 갖지 못해서 다수의 흑인들이 또 다시 '범죄자'로 전락하는 일종의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재의 대량 투옥의 면면은 사실상 "뉴 짐크로우"와 다르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마약소지법 위반) 재소자로 넘쳐나는 감옥은 진짜로 처벌해야하는 폭력 범죄자를 수용할 공간적인 여력이 없다. 
(다음주에 계속) 


보스톤코리아 칼럼리스트 소피아
소피아 선생님의 지난 칼럼은 mywiseprep.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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