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돋보기 안경 |
보스톤코리아 2016-07-11, 14:11:34 |
내겐 별명이 많았다. 한국 군대에서는 드가로 불렸다. 졸병일 적에 고참이 지어준 거다. 드가란 이름은 영화 빠삐용에 나온다. 더스틴 호프만의 극중 이름인데, 빠삐용의 친구였다. 군대 졸병시절, 후줄근한 복색에 안경을 쓴 모습이 흡사 드가를 닮았던 모양이다. 별명한번 그럴듯 하다고 생각했더랬다. 하긴 졸병시절, 안경은 자주 벗겨졌다. 훈련중엔 갓난아이 기저귀 노란 고무줄을 안경에 걸어맸다. 내 콧등도 낮고, 땀을 흘렸으니 안경이 흘러 내렸기 때문이다. 참, 다른 고참은 나를 메가네라 불렀다. 일본어인데, 안경眼鏡이라는 말이라는 걸 한참후에 알았다. 아직 안경알이 무지 큰 안경이 유행 할 적이다. 한국을 방문했다. 회사일로 높은 양반들을 만나고 있었다. 일을 끝내고 뒷풀이에서 였다. 한 분이 내게 충고했다. '한국에 온김에 안경이나 바꿔쓰고 가시요.' 무슨 말인가 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 봤다. 누구나 안경을 쓴 사람들의 안경은 안경알이 작았다. 그동안 한국을 떠날 올때 쓰던 얼굴을 반쯤 덮는 안경을 쓰고 있었던 거다. 역시 한국은 유행에 앞서가는 모양이다. 안경잡이 신세로 수십 년이 흘렀다. 정기검진으로 안과에 갔다. 안경을 벗어야 글씨가 제대로 보일 때였다. 검진을 마친 의사 말이 내 가슴을 후려쳤다. ‘노안老眼이다. 돋보기를 처방해 주마.’ 벌써 노안이라니 하늘이 무너져 내리며 노랗게 변했다. 덧붙인 의사의 말이다. '너무 이른건 아니다. 네 눈만 노안이 아니다. 남들도 모두 때가 되면 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 먼곳만 바라 보라는 계시인겐가? 가까운 건 안 보이고 먼 것이 잘 뵈다니 찬물이나 마시고 속차릴 나인가 하마 철 들 때가 되었다신가 … 돋보기 접어두고 세상 밖이나 구경하다가 세상 밖을 어슬렁댈 그 준비나 하라신가 벌써. (유안진, 원시遠視) 몇 년 후 바이포컬로 안경을 맞춰썼다. 이렇게 저렇게, 이 핑게 저 이유로 미루다 더 이상 버틸 수없었다. 안경을 벗고 쓰고 하는 일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었던 거다. 아아, 이렇게 잘 보이다니. 안경을 쓴 채로 작은 글씨를 읽을 수있는게 신기했다. 이제는 그것도 부족해, 큰 글씨 성경을 들고 다닌다. 다시 영화 빠삐용 이야기이다. 드가가 말했다. ‘유혹을 얼마나 잘 이길수있는가. 사람의 됨됨을 측량하는 척도.’ 유혹을 이길 수있는 길은 안경을 벗을 수밖에 없는 건가. 그런데, 안경을 벗고나면 집이나 제대로 찾을 수있을 겐가? 안경을 쓴지 오랜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자, 눈을 떠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누가 18:42, 공동번역)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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