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조자룡의 헌칼 |
보스톤코리아 2016-06-13, 11:45:22 |
여름이다. 하지夏至가 십여일 남았으니 한해가 꺾였다. 세월이 빠르기도 하다. 모두 건강하게 여름을 맞고 계신지? 몇년전 이다. 한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적이다. 대통령이 질문을 받았다. 첫사랑이 누구냐? 질문은 유치한데, 대답이 외교적이다. 미남 청년장수 조자룡. 소설 삼국지에 나온다. 유비의 무장이었는데, 용감하고 충직한 젊은 장수로 등장한다. 아마 요새 같았으면, 태양의 후예 유대위였을 거다. 미남청년 송중기 말이다. 하긴, 중국에선 난리가 났던 모양이다. 태후 신드롬이라나 뭐라나. 내 중국인 일터 동료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참, 그 친구 촉나라 수도 사천이 고향이다. 헌데 태양의 후예 이야기엔 무척 쑥쓰러워 하더라. 혹시 그 친구 아내도 유대위를 흠모하는지 모르겠다. 역시 삼국지는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이다. 일간스포츠에 연재됐다. 그런데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에선 홍길동과 일지매와 조자룡의 배우가 같다. 만화에서도 남자배우 기근이었던가. 예쁘고 잘생긴 청년들 말이다. 하긴, 요새 한국남자 청년들은 모두 쭉쭉빵빵이다. 모두 조자룡과 같고, 유대위처럼 아름답다. 나도 조자룡을 좋아했더랬다. 내 아이도 조자룡팬이었다. 장비나 관우보다 낫지 싶은거다. '삼국지'를 봐도, "적벽대전에서 조조가 제갈량한테 대패하다" 라고 되어 있다. 어디 조조와 제갈량만 싸웠나? 졸병들이 싸웠지. (마광수, 역사 중에서) 삼국지에는 황충이란 장수의 이름도 등장한다. 유비와 관우와 장비가 중심인물이기는 하다. 물론 제갈량도 있다. 황충은 나이든 장수였다. 나이 들었다만, 충성스럽고 용맹스러웠다. 조조와의 일전. 한중 전투에서 이야기이다. 황충과 조자룡이 동반협력으로 조조를 이긴다. 노소의 조화이고 협업이었다. 황충의 나이가 이미 70세 전후라 했으니 대단한 노익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주인공은 화려하게 젊은 조자룡이다. 젊음이 주름살 투성이 황충보다 보기에도 더 아름답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황충의 충성심과 노련함과 지혜를 무시하는 건 아니다. 내 이제 조자룡보다는 황충에게 마음이 더 간다. 내 속마음이다. 조자룡이 헌 칼 쓴다는 말이 있다. 뭘 헤프게 쓴다는 말이란다. 헌데 왜 조자룡이 나왔나 모르겠다. 한국에서 재주 많은 가수겸 화가인 조모씨가 대작의혹 구설수에 오른 모양이다. 그의 재능은 의심할 바 없다. 노래며, 목청이며, 게다가 그림에 소질까지 있었다니 다재다능이라 해야 겠다. 그런데 그 사람은 귀한 재능을 함부로 여겼던 모양이다. 등록망촉得隴望蜀이란 말도 있다. 꽤 어려운 말인데, 욕심이 과했다는 말일게다. 삼국지에서 조조가 말했던 거다. 부하가 유비를 공략하자고 했을 적이다. 조조는 고개를 저었다. 과연 조조답고 위나라를 세울만 하다. 가수 조모씨도 재주를 아끼고, 욕심을 부리지 말았어야 했을터. 그림을 구입했던 사람도 뭐라 할 처지도 아닌 듯싶다. 아무리 그림에 문외한이라 해도, 정精과 성誠이 담기지 않은 그림은 티나지 않던가. 돈에 아양떠는 그림은 화투장처럼 조잡스럽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그림을 샀던 사람은 투기로 했을겐가? 한국 대통령에겐 제갈량은 없나? 지혜가 철철 넘치는 모사이며, 제대로된 참모 말이다. 다윗은 갈수록 강해졌고 사울 왕실은 갈수록 약해졌다. (사뮤엘 하 3:1, 공동번역)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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