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튼의 노부부, 평생 모은 컬렉션을 미술관에 기부 |
보스톤코리아 2016-05-19, 22:57:15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정선경 기자 = “싸고, 더럽고, 낡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 작품을 위주로 수집해 온 뉴튼의 노부부가 자신들의 미술품 컬렉션을 피바디 에섹스 미술관(Peabody Essex Museum)에 기증한다. 샘(Sam)과 실라 로빈스(Sheila Robbins)부부는 지난 60년의 결혼생활동안 뉴잉글랜드 지방을 샅샅이 뒤지며 1000개가 넘는 작품을 모았다. 처음부터 계획하고 수집한 것은 아니었다. 실라 로빈스(85)는 “외식을 할 돈으로 그림을 사려고 했다”며 자신들의 뉴튼 집 거의 모든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컬렉션에 대해 설명했다. 샘 로빈스(93)는 “작품들이 문명의 영원한 기록을 담고 있는 듯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저렴했다”고 말하며 “만약 우리가 이 작품들을 구하지 않았으면 누가 구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로빈스 부부의 수집활동은 무명작가를 찾아내고 오래되고 손상된 작품을 구하는 일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후손을 직접 추적하는가 하면, 한 작품을 단돈 10불에 주고 사서 복구하는데 천불을 들이기도 했다, 보편적으로 인기 있는 작품을 피해서 지하실, 다락방, 마구간 등을 뒤지며 지역의 풍경화, 정물화, 혹은 모더니즘 작가들의 회화작품을 사 모은 결과, 이들의 컬렉션은 19세기와 20세기 초반의 뉴잉글랜드 지방 미술의 방대한 자료가 되었다. 그 중 주류를 이루는 것은 화이트마운틴 화가들의 작품이다. 19세기에 뉴햄프셔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400명의 풍경화가 그룹인 화이트마운틴은 당시 “관광 상품 그림”으로 무시 받으며 수십 년간 인근의 허드슨 리버 스쿨과 비교 당했다. 허드슨 리버 스쿨이 유명해진 것은 뉴욕이 예술의 수도로 떠오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처음 작품을 구입한 것은 샘이 제2차 세계대전 중 해외에서의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면서다. 1946년 50불을 주고 구입한 한 쌍의 풍경화에는 화이트마운틴이 그려져 있었다. 어린 시절 화이트마운틴에서 뛰어놀며 보낸 샘은 이 작품에 대해 더 공부하고자 그가 다니던 하버드 대학에서 미술사학 수업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미술사에 대해서는 2주라는 시간밖에 할애하지 않았다.”고 샘은 회고했다. 샘은 학기말 리포트에 미국예술의 가치에 대해 쓰며 대학 미술사부서의 유럽중심주의에 대해 비판했다. “교수님은 내 리포트를 돌려주며 AAA를 줬다. 하지만 교수님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제야 나는 이 명작들을 아무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들의 컬렉션에는 현재 미술시장에서 수십만 불에 거래되는 작가들인 로버트 스피어 더닝(Robert Spear Dunning), 알프레드 톰슨 브리처(Alfred Thompson Bricher) 존 조셉 이네킹(John Joseph Enneking), 그 외에도 칼 내스(Karl Knaths), E. 앰브로즈 웹스터(E. Ambrose Webster) 벤자민 챔프니 (Benjamin Champney)의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오랫동안 잊혔던 작가 마블 윌리엄스(Mabel Williams)와 엘리자벳 해밀튼 탤러 헌팅튼(Elizabeth Hamilton Thayer Huntington)도 있다. 로빈스 부부의 컬렉션을 기증받게 된 피바디 에섹스 미술관의 부관장인 린다 로스코 해티갠(Lynda Rosecoe Hartigan)은 “미국의 이야기를 뉴잉글랜드의 렌즈로 조명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 부부는 이미 70개 정도의 작품을 미술관에 기증했으며, 그 작품들 중 14개가 5월 18일부터 전시된다. 부부는 1955년, 실라가 라틴스쿨 졸업 후 화이트마운틴 호텔의 웨이트리스로 일할 당시 만나 1957년에 결혼했다. 샘은 투자 컨설턴트로 일했으며 한때 콘서트 피아니스트였던 실라는 결혼 후 집에서 피아노 레슨을 했다. 결혼 후 수도 없이 많은 주말을 화이트마운틴 부근의 경치를 감상하고, 또 근방의 갤러리들을 돌면서 보냈다. 컬렉션이 커지고 중요해지자, 전시회를 기획하기도 하고 작품을 대여하기도 했다. 총 40개 이상의 미술관 전시에 그들의 작품을 대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멋진 여정이었다.” 실라는 미술관이 결국 컬렉션의 일부는 팔게 될 것을 아는 듯이 말했다. “이건 마치 정원에 있는 것과도 같다: 정원에서 꽃의 향기를 맡고서 그곳을 떠나도 여전히 그 향기는 마음속에 머문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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