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스승의 날 |
보스톤코리아 2016-05-16, 11:47:10 |
봄비에 씻겼다. 솟아나는 푸른잎은 싱그럽다. 올해도 일터 파킹랏엔 오리가족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어린 오리새끼들도 봄비에 씻겼던가. 마냥 마알같다. 오리어미 아비가 선생이 되어 어린것들을 가르치고 기른다. 스승의 날은 5월 15일이다. 한국에서 그랬다. 군사부君師父 일체라 한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동급이라는 말이다. 개가 사람을 물었다는 건 신문에 나지 않는다. 사람이 개를 물었다면 엽기적인 사건이다. 학생이 선생을 때렸다는 사건을 신문에서 읽는다. 선생이 학생을 때렸다는 말이 아니다. 학생이 선생을 때렸다는 거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 지도교수를 처음 대면할 적이다. 내가 경악했다. 설마 했는데, 이분이 내 지도교수라니. 행색이 상상밖이었던 거다. 내 눈에는 그랬다. 짧은 수영복 같은 반바지에, 싸구려 샌들을 신었다. 후줄근해서 다 해진 흰색인지 회색인지 난닝구 차림이었다. 게다가 한 술 더 떴다.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아마 수십년은 됨직한 픽업트럭이었다. 더 있다. 그는 모페드를 타고 출퇴근했다. 큰키에 반바지와 샌들을 신고 작은 사이클 위에 앉은 거다. 곡마단에 나오는 모습이었고, 교정을 누빌때면 누구에게나 쉽게 눈에 띄였다. 그가 어느날, 연구실에 나타났다. 뭔가 달라 보였다. 귀에 이어링이 반짝이며 달려 있었다. 반 대머리인데, 남은 머리는 은색이다. 더 패션너블한 건, 그 숱적은 머리에 포니테일을 했던 거다. 이런 상황에서 한 마디 안하고는 못참는 내 성미이다. 입이 근질거렸다. 하지만 이날 만은 꾸욱 눌러 참았다. 터지는 웃음이 먼저 였던 거다. 그런 그가 일이 있어 갖춰입어야 할 적엔 영화배우 뺨칠 지경이었다. 카우보이 모자와 부츠에 타이를 맸고, 회색 자켓은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스승님과 나는 첫날 부터 케미스트리가 잘 맞는 듯 싶었다. 그런 스승님은 아직도 절친이며, 멘토이고, 인생의 어드바이저 이다. 그런데, 선생의 복색만은 따라하지 않는다. 시 한편이다. 꽃 이름만 /배우지 마라 꽃 그림자만 /뒤쫓지 마라 꽃이 부르는 /나비의 긴 입술 꽃의 갈래를 열어 천지天地를 분별하라 몸으로 /보여주는 이 (목필균, 참스승) 스승님이 전화를 주셨다. 화들짝 놀랬다. 기대 하지 않던 전화였기 때문이다. 지난 연시에 몇자 적어 연하장을 보낸 후였다.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한참을 이것저것 안부를 묻고, 수다가 이어졌다. 그의 책 개정판을 손보고 있다 했다. 책을 사서 읽었느냐? 그의 질문이었다. 당황했고, 머뭇거렸다. 곧 사서 읽으리라고 간신히 대답했다. 그의 책을 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걸 다운 받아놓기는 했다. 참, 그의 책 초판을 낼적에 내가 꼼꼼히 교정을 보기는 했다. 그러니 읽기는 읽은 거다. 그 만큼 글을 잘 쓰는 화학자를 본적이 없다. 그의 글은 간결하며, 어려운 단어가 없다. 물흐르듯 쉽고 자연스럽게 글이 흘러간다. 그래서 그런가. 그가 항상 내게 불평하던 한가지가 있다. 내 영어 글쓰기에 언잖아 했던 거다. ‘그게 영어냐?’ 선생님이 입에 달고 있던 말이다. 선생님은 여전히 그의 제자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다만, 내가 스스로 그의 기대에 따라가지 못해 그건 죄스럽다. 올해도 선생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들이지 못한다. 선생님, 오랫동안 말씀 주십시요. 그가 이르되 선생님 말씀하소서 (누가 복음 7:40)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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