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그의 이름을 부르라
보스톤코리아  2016-04-04, 11:33:28 
  봄이면 들꽃이 핀다. 이름을 다 알지 못한다. 야생화중에 민들레만 안다. 하지만 이건 여건 성가신게 아니다. 우리집 좁은 마당에도 눈깜박 할 사이에 지천으로 피어 오른다. 게다가 흩날리는 씨를 막을 수는 없다. 질긴 생명력과 번식력은 대단하다. 이름은 예쁘다.

  내 고등학교 친구는 호號가 있다. 어릴적 그의 형이 붙여준 거다. 그는 호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내가 그 친구에게서 탐내는 것중 하나다. 신외세 新外洗. 우린 줄여서 외세라 부른다. 부르기 멋들어 지지 않는가. 호號가 붙여진 사연은 희극이다. 그의 이름으로 신문구독, 외상값, 그리고 세탁소와 거래가 이뤄졌다. 앞자만 따온 거다. 그 친구집에선 동아일보를 구독했다. 동네 구멍가게에선, 라면과 소주를 주로 외상으로 가져다 먹었다. 세탁소에는 무얼 맞겼는지 모르겠다. 단지 그의 형들이 붙여 준 호이므로 자字와의 경계가 모호하기는 하다.

  내가 내게 붙인 호는 우인又仁이다. 또 우又와 어질 인仁을 넣었다. 누가 지어 주는 이 없어, 내 스스로 가져다 부르기로 한거다. 이름에 대한 열등감이 있어 그렇다. 지어 놓고 보니 부르기 쉽고 쓸만하다. 붙인 뜻도 가상하다. 우리 교회 목사님, 이 말을 듣고 한마디했다. 억장을 무너뜨린다. ‘혹시 우자가 어리석을 우愚자 아닌가.’ 입을 다물고, 속으로 투덜댔다. ‘아주 염장을 질러요’. 그나마 근심 우憂가 아니니 다행이랄까. 이름은 역시 부르기 쉬워야 한다. 뜻을 같이 한다면 더욱 좋을게다. 

제비꽃도 가끔은
제 이름 싫은지 모른다. 
수선화, 봉선화, 채송화 
언제 들어도 화사한 이름들 
부러운지 모른다. 
꽃잎으로는 날 수도 없는데 
많고 많은 이름 중에 
하필이면 제비라니, 
제비꽃도 가끔은 
이름 바꾸고 싶은지 모른다. 
(김채영, 이름에 대하여) 

  이은상 선생의 호는 노산鷺山이다. 친구분들이 놀렸다 했다. 노鷺는 두루미인데, 두루미는 물가에 있어야 한다. 그런 두루미가 산에 올라 갔다니,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말일게다. 얼마나 날카로운 해석인가. 또 있다. 오상순 선생은 공초空超라 했다. 공초는 센 발음으로는 꽁초가 된다. 선생은 대단한 애연가 였다고 했다. 얼마나 멋진 호인가. 우리 선배님들 해학은 대단하다. 

  민들레는 민들레라 불러야 할까. 댄들리언으로 불러야 하는가. 그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야 할텐데. 그건 미안하다. 제비꽃은 어떻게 생겼던가?

이름을 주신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비노니 (에베소서 3:15)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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