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의 수출 현장, 애니메보스톤이 안긴 숙제 |
보스톤코리아 2016-04-01, 00:29:43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김시훈 기자 = 보스톤에서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 축제, 애니메보스톤(Anime Boston)은 일본 만화 문화의 수출이 어떻게 미국으로 상륙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현주소였다. 지난 3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하인즈 컨벤션 센터와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에니메 보스톤은 일본 만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화인물 의상, 만화영화 상영, 일본 만화의 근간을 이루는 문화 강연 등 500여개의 이벤트가 준비됐다. 에니메 보스톤은 2003년 시작으로 매년 봄에 개최되어 올해로 13년째를 맞는 이 행사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제 1회 행사에서 약 4천명이 입장으로 시작한 뒤 매년 이벤트마다 입장객이 증가 하며 작년 행사에서는 약 2만6천명이 입장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올해 입장객은 아직 공식집계되지 않았다. 2011년과 2012년에는 보스톤에서 매년 개최되는 게임 관련 이벤트인 팩스 이스트(Pax East)를 제치고 보스톤 피닉스가 선정한 보스톤 최고의 너드 이벤트(Best Nerd Gathering)로 뽑혔을 정도다. 올해 행사에서도 일본에서 초대된 애니메이션 관련 업계 인물 및 성우, 가수 등 8팀이 초대되었다. 카드캡터 체리 (Card Captor Sakura), 데스노트(Death Note) 등으로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 ‘매드하우스’의 前 설립 멤버 ‘마루야마 마사오’ (現 MAPPA 창립자), 일본 1세대 아이돌 성우 출신으로 ‘드래곤볼’의 ‘피콜로’역으로 잘 알려진 ‘후루카와 토시오’, 1988년에 데뷔하여 현재까지 다수의 CM송과 애니메이션 OST에 참가해 온 2인조 그룹 (ALI PROJECT)등이 대표적이다.
300여개 업체 참가, 2차 창작은 재패니메이션의 힘 애니메 보스톤의 전시 판매장에는 만화관련 일반 상품인 굿즈 판매 업체와 일러스트 및 아티스트팀이 각각 150여개 팀 씩 총 300여개 팀이 참가했다. 도쿄 아키하바라에서나 볼수 있는 다양하고 많은 수의 일본만화 캐릭터인 ‘피규어’와 잡화들이 시장을 가득 메웠다. 가깝게는 뉴햄프셔나 뉴저지, 심지어 멀게는 플로리다와 워싱톤주에서 찾아온 딜러와 아티스트들도 있었다. 아트 판매 코너에서 만난 한국인 김산씨는 그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이번 이벤트에 참가했다. 일본 만화의 캐릭터들을 그린 포스터를 판매하고 있던 김 씨는 토론토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있다. 사무라이 참프루 (2004년 방영)을 제일 좋아하는 그는 일본 만화가 자신의 예술 활동에 많은 영감을 주고, 이런 이벤트의 참가가 예술활동에 더 많은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시애틀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미시 페나씨 역시 일본 만화를 기반으로 한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였다. 그는 산드로 보티첼로의 ‘베누스의 탄생(The Birth of Venus)’에 일본 애니메이션의 남성 캐릭터를 그려 넣거나, 일본을 대표하는 목판화 카츠시카 호쿠사이의 ‘카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神奈川沖浪裏)’에 포켓몬스터의 캐릭터를 그려넣는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화에 어울리는 캐릭터들을 그려 넣어 판매하고 있었다. 이처럼 재패니메이션의 힘은 2차 창작에 있다. 저작권에 대해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통제가 심하다고 알려진 일본이지만, ‘동인(同人)’이라고 불리는 아마추어 2차 창작 문화는 저작권 사용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통제가 약하며, 표현에 있어서도 법의 규정이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다. 이러한 2차창작 시장의 붐은 팬들을 단순한 소비자로 머물게 하지 않고 직접 참여하고 제작을 즐기는 시장으로 확대시켰다. 동인문화는 신인 작가들의 프로 등용문으로도 사용되고 있고, 반대로 표현의 제약이나 규제를 피해 동인으로 옮겨 직업적으로 하는 프로 동인작가들도 생겨났다. 내공이 깊은 동인 작가들의 경우 원작을 뛰어넘는 그림체와 스토리를 보이는 경우도 있으며,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취미 활동에서 머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러한 2차 창작 문화는 재패니메이션의 인기를 더욱 오랫동안 지속시키고 충성도가 높은 팬을 생산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한류의 경우에도 커버 댄스나 좋아하는 가수들을 일러스트로 그리는 팬아트, 팬픽(소설)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K-Pop의 진입 통로 일부 미국인들은 한국과 일본문화를 동시에 소비하고 있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이전 시절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을 접한 뒤 일본 문화에 심취하게 되는 경향이 높다. 이러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 중에서 일부 팬들은 성장 하면서 K-Pop을 접한 뒤 일본 애니메이션과 케이팝 양쪽의 팬이 되거나 아예 케이팝 팬으로 전향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본 만화를 뜻하는 신조어 ‘재패니메이션’을 접하는 계기는 성장기에 TV방송이나 부모님이 사주신 비디오로 자연스럽게 접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반면에 케이팝은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을 통해 연관 검색으로 우연히 발견하여 팬이 되거나 친구의 추천으로 발을 들여놓는 자발적인 팬의 경우가 많다. K-Pop 상품 판매 부스에서 만난 케이티씨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 이었지만, 지금은 케이팝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몇 장의 한류 스타 포스터와 2장의 CD를 산 그는 2010년에 유튜브에서 ‘샤이니’의 ‘루시퍼’ 뮤직비디오를 접하면서 한류 팬으로 전향했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의 화려한 영상미와 칼같이 짜인 군무, 만화에서 나온 것 같은 스타들의 생김새와 패션이 그를 한류팬으로 만든 이유라고 대답했다. 아트 판매 코너에서 한류 스타들의 초상화를 판매하고 있던 크리스탈 코엔씨 역시 세일러문이나 포켓몬스터을 보고 자란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아시아 문화에 대단히 관심이 많다고 밝히며,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 적지 않은 수가 케이팝을 동시에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류 팬으로써 미국에서 한류가 얼마나 인기가 있냐는 질문에 그녀는 “5년 전까지 미국에서의 케이팝은 정말 작은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대답했다. 재패니메이션에서 배워야 할 한류 비즈니스 미국에서의 재패니메이션의 발전의 역사는 문화 산업 강국으로 발돋움 하려는 한국과 한류문화에 시사 하는 방향이 크다. 1997년 중국에서 시작한 한류문화는 동남아와 일본을 거쳐 어느덧 세계를 상대하고 있다. 한류의 시작은 처음부터 기획을 하고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중국의 음악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빠른 비트의 댄스음악에 매료된 중국 젊은이들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하나의 붐이었다. 그리고 현재는 대기업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기획단계에서 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고 만들어지는 가수나 앨범들도 생겨났다. 이러한 기획력도 좋지만, 한류가 보다 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처럼 다양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야한다. 2000년대 초반 드라마 ‘겨울연가’의 인기로 한류열풍이 일었던 일본에서는 2010년 초반부터 한류의 거품이 끼었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는 일본과의 역사문제로 인한 반한감정이나 한류 스타의 인기만을 노리고 작품성이 떨어지는 콘텐츠를 판매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또 다른 문제는 문화를 재생산하는 문화의 원동력이 부족한 이유도 있었다. 동남아시아의 젊은 한류팬들이 적극적으로 팬덤을 형성하고 팬덤 안에서 가치를 생산했던 것과는 달리 일본 소비층의 경우에는 연령대가 높아 구매력은 높았으나 재생산자로서의 힘은 떨어졌다. 다시 말해 한류스타들의 콘서트는 많아 티켓 판매는 많아도 한류팬들이 모여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이벤트가 적었다는 뜻이다. 지금의 한류 비즈니스는 앞서 말했듯이 해외시장을 노린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미스에이나 에프엑스처럼 해외시장의 진출을 노리고 외국인 멤버를 영입하거나 슈퍼쥬니어나 엑소처럼 하나의 그룹을 외국과 국내에서 활동하는 유닛으로 나눈 경우, 또는 보아나 소녀시대처럼 외국인 작곡가를 사용하는 등의 방식이다. 그러나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소비자를 단순히 구매에서만 그치게 하는 패턴으로는 오래갈 수 없다. 한류의 발전을 위해서는 자국 문화를 알리려는 지역 한인들의 노력도 절실히 필요하다. 보스톤 미술관에서의 한국 관련 행사나 지역 한인 또는 각 대학 한인 학생회 안에서의 국지적 문화행사는 존재해 왔지만 보스톤 시내에서 한국을 알리는 정기적인 행사는 아직까지 없었다. 반면에 중국의 경우 매년 보스톤 다운타운에서 자국의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식의 신년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보스톤의 일본인 사회는 한인 인구보다 적음에도 불구하고 보스톤에서의 일본 문화를 알리는데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보스톤 지역의 일본 유학생들과 기업을 중심으로 2012년부터 매년 5월 보스턴 코먼에서 일본 축제를 개최해 온 이 축제는 작년에는 3만명이 입장할 정도로 큰 이벤트로 발전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매년 11월 보스톤 커리어라는 일본 기업 취업 박람회를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개최하고 있다. 한인들도 확장된 한국에 대한 관심에 대한 욕구를 오랫동안 관심을 지속되게 하기 위해서는 접근성이 좋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한인들이 지역 사회 주민들과 함께 기획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문화행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보스턴 한인회가 10월 한인문화축제를 고민하고 있는 것은 이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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