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불어佛語 유감有感
보스톤코리아  2016-03-28, 11:36:41 
  비가 왔다. 세우細雨였다. 봄비는 가늘어야 한다. 덕분에 세상이 온통 젖었다. 써늘한 기운도 데려왔다. 진부한 말이기는 하다. 새 생명을 싹 틔우기 위한 수분일게다. 보스톤에선 아직 두어 주를 더 기다려야 한다. 가는 비를 맞은 생명들이 곧 튀어오를게다. 기대하시라. 

  일터에서 일이다. 프랑스에서 서류가 왔다. 모두 불어佛語였다. 대충 무슨 말인가는 이해 할수 있었다. 하지만 단어 하나하나가 중요할 진대. 끙끙대며 꼼꼼히 해석해야 했다. 내가 투덜댔다. 영어로 보내면 어디 덧나냐? 시로써 샹송으로 불어는 아름답다. 일상대화를 불어로 듣는건 감미롭다. 그런데, 일에서는 과학에서는 영어가 낫지 않던가. 영어는 어차피 국제공용어가 아니던가 말이다. 고등학교적에 불어를 제2외국어로 배웠다. 

  불어선생님은 갓 학교를 마친 여자선생님이셨다. 짧은 스커트가 인상적이었다. 큰키에 파마끼 덮힌 머리는 다 큰 사내놈들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선생님이 읽어 주던 불란서시詩는 얼마나 감미로웠던가. 라디오 심야방송을 듣는듯 했다. 한 해를 꼬박 선생의 과목을 들었다. 선생님이 지도교사로 있던 불어반에 특별활동으로 들어갔다. 샹송이라 했던가. 불란서 노래말이다. 샹송은 시를 읽는 건지 노래를 부르는 건지 도무지 구별할 수 없더니. 

  대학에서 일이다. 모 여대 불문학과 모임에 초대 받아 간 일이 있다. 여자친구는 아니었는데, 그녀가 불란서 시를 낭송했다. 듣던 내가 완전히 뿅갔다. 그렇다고 그녀에게 사랑에 빠진건 아니다. 다만 불어가 훨씬 가까워지는듯 했고, 그렇게 아름다운 줄 예전엔 몰랐던 거다. 그때의 생각이 떠올랐다. 내 아이에게 외국어로 불어가 어떠한가 넌즈시 물었다. 대답이 단호했다. 놉!. 내 욕심이 지나쳤다. 

  그 즈음 뚜아에 무아란 포크송 가수그룹이 있었다. 너와 나라는 말이라 했고, 남녀 혼성그룹이었다. 그 여가수는 내 불어 선생님을 연상케 했다. 안경을 쓴것만 빼놓고 말이다. 왜 선생님과 여가수가 겹쳐졌는지 그건 모르겠다. 목소리가 비슷했던가. 그 여가수의 목소리는 목마와 숙녀가 배경으로 깔아야 한다. 가슴이 아련해 진다. 이건 무슨 증상인지. 불어 이야기하다가, 여가수와 박인환시인까지 떠올린다. 

한잔의 술을 마시고/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
세월은 가고 오는 것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 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박인환, 목마와 숙녀 중에서)

  불어 일년 수강에 남은 단어는 ‘마드모아젤’ 이다. 적당한 리듬을 타고 혀꼬부려서 발음 할수 있다. 모두 불어 선생님 덕이다. 아참, 이 말도 기억한다. 봉주~우르!.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더라.’ (창세기 11:1)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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