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륙 인디언의 역사 : 12. 시팅불과 운디드니 대학살 (2)
보스톤코리아  2016-03-21, 11:41:49 
다시 또 인디언의 땅 절반을 뺏어가다(계속)
파인릿지(Pine Ridge) 주거지에 머물고 있던 작은 추장 노랑머리(Yellow Hair)는 서명이 끝난 뒤 주재관 맥길리커디(Dr. Valentine Trant McGillycuddy)에게 흙을 한 줌 주면서 “우리 땅을 다 가져가게 되었으니 이 마지막 한 줌의 흙도 마저 가져가라”고 말하면서 조롱하였다고 한다. 1883년 초 대표단은 그 서명 철을 워싱턴으로 들고 가서 수우족 땅을 미국 측에 양도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인디언에게 다소 우호적인 의원들이 서명의 적법성에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성인남자의 4분의 3이라는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따라 도스(Henry Laurens Dawes) 상원의원을 대표로 한 조사단이 인디언 거주지역으로 왔다. 서명을 받아 간 힌먼(Samuel Dutton Hinman)일당이 인디언에게 불리한 내용들은 감추고 인디언들이 얻게 되는 혜택만을 설명하는 속임수를 써서 서명을 받아냈던 것이 들통이 나서 이 계획의 추진은 잠시 보류되었다. 토지를 양도받기 위한 대표단이 1888년에 다시 인디언 마을을 찾았으나 필요한 수만큼의 서명을 받아내지 못하여 소득 없이 돌아갔다. 

1889년에는 그나마 인디언들에게 약간의 신뢰를 받고 있는 크룩 장군을 전면에 내세워 토지를 사들이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였다. 크룩은 다른 부족민의 서명은 어지간히 받아 냈지만 시팅불이 버티고 있는 훙크파파족의 서명을 받아내는 데에 큰 애를 먹고 있었다. 맥래프린(James McLaughlin) 주재관(agent)은 라코타 수우족의 시하사파(Sihásapa;Black Feet) 지파의 그래스(John Grass) 추장과 비밀리에 만나 시팅불에게 알리지 않고 8월 3일 추장들과의 회담을 주선했다. 어렵사리 시팅불도 뒤늦게 그 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었으나 이미 대세는 서명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이리하여 수우족의 땅은 작은 섬 모양으로 여러 군데로 흩어지게 되고 그 사이에는 백인 이주민들로 채워지게 되었다.

망령춤과 시팅불의 사망
수우족의 땅이 조각난 지 1년쯤 지난 1890년 10월에 미네콘주지파의 차는 곰(Kicking Bear)이 시팅불을 찾아와서 새로운 종교인 망령춤(Ghost Dance)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망령춤 교는 네바다 대분지(Great Basin)에 살고 있는 파이우트(Paiute) 인디언 출신 워보카(Wovoka)가 창시한 신흥종교로서 급속도로 전체 인디언부족들에게 확산되는 중이었다. 차는 곰과 그의 처남인 쇼트불(Short Bull)을 포함하여 모두 열 명이 당시 인디언의 메시아로 통하고 있는 워보카를 만나러 최근 개통된 대륙횡단철도를 이용하여 로키 산맥을 넘어 네바다까지 다녀왔다. 파이우트 마을로 가서 며칠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메시아 워보카를 만날 수 있었다. 선교사들이 보여주었던 예수의 모습은 백인이었는데 이 메시아는 자기들과 비슷하게 생긴 인디언의 모습이었다. 메시아가 한참을 설교한 다음에는 춤을 가르쳐 주고 참석했던 모든 인디언들이 따라서 춤을 한참동안 추었다고 한다. 그의 교리는 기독교의 교리를 인디언 버전으로 재구성한 것이었다. 백인들이 저지른 해악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 하늘나라로 올라간 예수가 이번에는 인디언의 모습으로 인디언 나라에 재림했다는 것이며 워보카 자신이 바로 재림 예수라고 설교했다. 백인들은 이 땅에서 사라질 것이며 망령의 춤을 추면 예전에 수없이 많았던 들소와 야생말들이 다시 돌아오고 죽었던 인디언 선조들이 다시 살아나 우리 곁으로 와서 인디언들만이 복락을 누리며 이 땅에 살게 된다고 그는 주장했다.

메시아의 설교를 직접 듣고 다시 열차로 다코타의 인디언마을로 돌아온 순례자들은 각 지파의 마을을 돌면서 이 신흥종교를 열심히 전도하였는데 인디언들의 반응은 거의 폭발적이었다. 계속된 백인들의 핍박으로 심신이 극도로 피폐해져 있던 중 워보카의 설교는 구원의 메시지이었다. 시팅불이 처음에는 다소 망설였으나 생각을 바꾸어 자신의 부족민들에게도 망령춤을 가르치도록 허용했다. 망령춤이 서부의 모든 인디언들 사이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 나가게 되어 미군측은 불안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해 가을 미군은 망령춤을 금지시켰다. 군의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차는 곰은 계속해서 인디언들에게 망령춤을 가르쳤다. 주재관은 시팅불에게 이를 금지시켜 달라고 요청했으나 시팅불은 이를 무시해버렸다. 맥래프린 주재관은 이 사악한 종교운동을 시팅불이 막후에서 조종하고 있으니 군 형무소로 수감시킬 것을 인디언담당국에 요청했다.
(다음 호에 계속)


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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