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삼월 하늘 |
보스톤코리아 2016-03-14, 11:48:41 |
새벽녘에 비해 날이 더웠다. 걸쳤던 외투를 벗었다. 달리는 차안으로 들어서는 햇살에 눈이 부셨다. 눈이 부셔도 선글래스 없는 생눈으로 즐기고자 했다. 귀한 햇빛이었기 때문이다. 로드아일랜드까지는 그닥 멀지 않았다. 연단에 섰다. 목사님들만 올라서서 설교하는 강단이다. 그 자리에 서본 적이 없다. 매주 바람처럼 왔다가, 구름 흘러가듯 사라지는 평신도이기 때문이다. 강대는 차라리 학창시절, 교장실만큼 접근할 수없고 노크하고 싶지 않은 곳과 같다. 그런데, 그 자리에 섰던 거다. 물론 설교를 하고자 올라선 것은 아니었다. 몇 마디 이야기 청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로드아일랜드 한인회 삼일절 기념식에 초청연사였다. 첫 슬라이드를 넘겼다. 유관순누나의 영정이다. 삼일절엔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는가? 청중 가운데에 몇분이 대답했다. 내 귀에 들릴 정도로 작지 않은 목소리였다. ‘유관순누나’. 역시 아는 분은 아는 모양이다. 아니면 동시대를 살아 그런가? 요사이는 유관순열사라 한다던가. 하지만 우리한테는 여전히 유관순누나다. 100여년 세월이 흘러도 역시 누나는 ‘조선의 누나’ 인 게다. 유관순누나는 영원한 국민누나요, 꽃보다 누나이다. 영정에 보이는 눈매가 총명하다. 결기보다는 오히려 푸근하다. 그런데, 어디서 그런 강단이 나왔던가? 유관순누나 노래가 귓전을 맴돈다. 삼일절 노래보다 유관순누나 노래를 더 먼저 배웠지 싶다. 이 노래 역시 첫 구절은 혼자 흥얼거릴 수는 있겠다. 콧노래 괜히 부를 적엔 명치 끝이 아린다. 어릴 적 여자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 할 적에도 불렀다. 그날 충청도 고향땅에도 하늘은 오지게 푸르렀던가. 태극기와 푸른 하늘은 절묘히 조화롭다. "삼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 보면 유관순 누나를 생각합니다. 옥 속에 갇혔어도 만세부르던 푸른 하늘 그리며 숨이졌대요." (유관순누나 노래) 애국가를 제창해야 했다. 열심히 따라 불렀다. 오랜만에 부르는 것이라 그런가. 내 목소리가 마뜩치 않았다. 음정 박자가 제대로 맞지 않았다. 감기 때문인가. 울컥해서 그런가. 애국가는 언제 들어도 목이 메인다. 기미 독립선언서는 장엄하고 장중하다. 한강물 흐르는 도도함을 넘어선 거다. 격랑이 일듯 하고, 강풍이 휘몰아 친다 해야 할 게다. 독립선언문은 한문이 섞인 원문으로 읽어야 한다. 나이 어린 소녀와 여대학생이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다. 식이 끝난 뒤, 내가 칭찬했다. ‘잘 읽었다. 감동이다.’ 아이들이 그걸 읽어 낸 것만도 대견했던 거다. 뒷풀이 시간이었다. 준비한 음식이 상 위에 가득했다. 시장한 시간이었고, 목마를 때였다. 잡채며, 떡이며, 빈대떡까지 곁눈질 없이 먹어치웠다. 수정과에 식혜를 입안으로 부어댔다. 친교라 했는데, 오직 먹거리와 음료와만 친교했던 거다. 하지만 만세도 모여서 부르는 법. 모여서 먹는 음식은 언제고 맛이 더한 법이라 둘러댔다. 먹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품격을 가늠 할 수있다 했다. 높은 점수 받기는 애저녁에 글렀다. 단지, 내 장모님 보셨으면, 아이고 우리 사위 잘 먹네 한마디 하셨을 터. 로드아일랜드 한인회에 감사한다. 불러주셔서 감사하고, 들어주셔서 감사한 게다. 덕분에 3.1운동에 관한 가물거리던 기억을 되새길 수 있어 더욱 고마웠다. 오는 길에 하늘은 어두웠다. 봄바람은 간지럽게 차창을 타고 넘어왔다. 그날 장터에도 오늘처럼 봄이었다. ‘그러므로 아들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면 너희가 참으로 자유로우리라’ (요한 8:3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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