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륙 인디언의 역사 : 11. 리틀 빅혼 강 전투와 카스터 (4)
보스톤코리아  2016-02-29, 11:20:41 
시팅불과 크레이지 호스에 의한 카스터 부대의 전멸 (계속)
미국 서부개척 역사에서 카스터만큼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는 숱한 화제와 전설을 남기고 간 풍운아 같은 별난 군인이었다. 웨스트포인트 재학시절 학교성적은 늘 꼴찌였으며 징계를 워낙 많이 받아 퇴학되기 직전에 이르렀으나 마침 때맞추어 터진 남북전쟁이 카스터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카스터와 같은 3학년 생도들은 모두 한 해 먼저 3년 만에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 계급장을 달고 전투현장으로 배치되었다. 남북전쟁 기간 동안 카스터는 많은 전설을 만들어 냈는데 23살의 나이에 비록 임시계급이지만 소장까지 진급하는 역사적 사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에는 중령의 계급으로 제7기병대장을 맡아 1868년 11월말 와시타 강 전투에서도 큰 공을 세우며 승승장구하였다. 이번의 리틀 빅혼 강 작전에 참가하면서는 그가 가장 아꼈던 인디언 정찰병 Bloody Knife와 또 다른 몇 명의 아리카라족(Arikara) 정찰병에게 “이번 작전이 카스터의 마지막 참전이 될 것이며 장래에 미국 대통령이 되어서 백악관에서 아리카라족을 보살펴주겠노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앤드류 잭슨도 전쟁 영웅에서 대통령이 됐고 남북전쟁 당시 북군 총사령관이던 그랜트도 대통령이 되었으니 그런 포부를 가질 만도 했을 법하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카스터는 정말 큰 꿈을 가지고 있었고 그 꿈을 하루 빨리 실현시키기 위하여 인디언 작전에서 무리수를 두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전투에서 인디언은 역사상 가장 크게 통쾌한 승리를 거두었지만 전쟁에서 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인디언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고 가만히 있을 백인들이 아니다. 인디언들에 대한 적개심은 더 높아지고 군대는 보다 강도 높은 전면전을 치룰 각오를 다졌으며 블랙힐즈를 뺏기 위한 공작에는 더 속도가 붙었다. 

파하 사파 결국 백인의 수중으로
인디언들은 전투가 끝나자마자 예상되는 보복공격을 피하기 위하여 캠프를 철수하여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시팅불의 무리는 남서쪽으로 이동하였고 크레이지 호스 무리는 남동 방향으로 떠났다. 이들은 미군 기병대가 추격하지 못하도록 빠져나온 길에 불을 질렀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때 캠프에 있던 인디언 중 상당수는 빠져나왔던 인디언 주거 지역으로 다시 돌아갔다. 이제 600명 정도의 전사들만 주거지역으로 들어가지 않고 적대적 인디언으로 계속 남았다.

카스터 부대가 대패했다는 소식이 동부의 백인들에게 전해지자 그들은 이것을 인디언들이 저지른 야만적인 학살행위라고 비난하며 엄청난 분노를 표출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의 우두머리인 시팅 불과 크레이지 호스는 여전히 인디언보호구역 밖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기에 처벌할 길이 없었으므로 이번 전쟁과는 무관한 주거지역 안에 살고 있는 애꿎은 인디언들이 분풀이 대상이 되었다. 

모든 주거지역을 미군이 직접 관할하며 모든 인디언들은 전쟁포로로 취급하고 급기야 8월 15일에는 미국 의회가 파우더강 유역과 블랙힐즈에 대한 권리를 인디언들이 포기하도록 만들려는 법률을 제정하였다. 백인들의 논리로는, 인디언들이 미군과 전쟁을 벌임으로써 1868년의 라라미조약을 위반하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을 인디언들이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명백한 사실은, 인디언들이 미군을 먼저 공격한 바가 전혀 없으며 리노의 부대가 먼저 캠프의 남단으로 공격해 들어왔기 때문에 인디언 전사들이 인디언 마을과 부족을 지키기 위하여 강너머에서 마을 쪽으로 언덕을 내려오고 있는 카스터의 부대를 공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9월에는 그랜트 대통령이 새로 제정된 그 법률안에 서명하고 인디언들로부터 블랙힐즈를 양도받기 위하여 새 협상대표단을 네브래스카 화이트강가에 있는 레드 클라우드 에이전시(Red Cloud Agency)로 파견했다. 

대표단이 가져온 새 조약안은 노골적인 협박성 문건이었다. 그 내용의 골자는, 블랙힐즈와 그 북녘의 땅을 양도하고, 미주리 강에 있는 주거지역에서 식량을 배급받고, 블랙힐즈로 통하는 세 개의 도로 개설을 허용하지 않으면 더 이상 생활용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흔히 이를 ‘팔래? 굶을래?(Sell or Starve?) 정책’이라고 부른다. 

들소사냥으로 식량을 조달할 수 있는 길도 막아 놓은 상태에서 정부로부터의 식량배급마저 중단된다면 인디언들은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추장들과 부족민들은 백인들이 해왔던 전력을 잘 아는 터라 이제 블랙힐즈를 지켜내기에는 때가 늦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다만 주거지역을 미주리 강 쪽으로 다시 옮기겠다는 계획에 대하여는 심하게 반대하였다. 

인디언들의 주거지역은 그 동안 수차례나 이동하여 여기까지 왔는데 예전에 울창하던 나무숲을 다 베어버려 황량하기 짝이 없는 쓸모없는 땅으로 다시 옮겨 가라니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라라미조약을 고쳐 블랙힐즈를 백인들에게 넘기기 위해서는 수우족 성인 남자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상당수 전사들이 시팅불과 크레이지 호스를 따라 주거지역 밖에 나가 있으므로 조약 수정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인디언들은 계속 버텼다. 
(다음 호에 계속)


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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